“한반도 통일은 동아시아의 신성장동력이자 경제협력 심화의 기폭제”
2016-10-07 11:15
KIEP, ‘통일 후 주변 4강의 對한반도 경제정책 전망’을 주제로 국제세미나를 개최
아주경제 박흥서 기자 =대외경제정책연구원(KIEP)은 ‘통일 후 주변 4강의 對한반도 경제정책 전망’을 주제로 7일(금) 서울 웨스틴조선 호텔에서 국제세미나를 개최했다.
이번 세미나는 올해로 3년차를 맞는 <KIEP 중장기 통일연구 시리즈>의 일환으로서, 미국·중국·일본·러시아 전문가들이 6개월 이상 수행한 연구 결과를 공유하고 토론하는 장이었다.
현정택 원장(김준동 부원장 대독)은 이번 세미나에서 “통일이 동아시아 경제에 미칠 파급효과에 대한 분석과 각국이 통일 한반도의 발전에 기여할 수 있는 방안”이 풍부하게 논의됨으로써 “통일에 대한 국제적 논의의 물꼬를 트는 계기가 되기를” 희망한다고 밝혔다.
이어서 홍용표 통일부 장관의 축사가 있었다.
이번 세미나에서는 각국을 대표하는 4명의 저명한 한반도 전문가들이 통일의 경제적 효과, 통일이 동아시아 분업구조에 초래할 변화, 그리고 그에 따른 주변 4강의 대한반도 경제정책 변화 전망 등을 분석했다.
미국 기업연구소(American Enterprise Institute)의 니콜라스 에버슈타트(Nicholas Eberstadt) 선임연구위원은 통일 후 남북한 경제가 한시적으로 분리 운영되는 시나리오(‘절충형 통합’)를 가정하고, 북한 지역의 경제지표 변화를 예측했다.
이 연구는 경제성장과 경제자유지표·기대수명·도시화율 등의 상관관계를 바탕으로 예측모델을 구축했다.
이 분석에 따르면, 통일 5년 후 북한 지역의 1인당 GDP는 최대 16,768 달러, 10년 후에는 19,160 달러 수준에 도달할 가능성도 있는 것으로 전망됐다.
리팅팅(李婷婷) 중국 베이징대(北京大) 교수는 한반도 경제통합은 북한 지역에서는 요소투입 증가 및 최적화, 남한 지역에서는 원가절감과 군비 축소, ‘코리아 리스크’의 완화로 한반도 전체에서 생산이 확대될 것으로 전망했다.
또한 북한지역의 무역장벽이 완화되고 국제사회의 대북제재가 해제되어 남북한간 반출입 규정이 재확립되고(예: 남북한 FTA) 북한 지역이 양자·다자간 무역협정에 참여하게 될 것으로 보았다. 이러한 과정에서 북한 지역은 생산, 노동, 환경기준 등의 국제표준을 수용하게 될 것으로 전망했다.
이에 따라 중국은 기존 동아시아 분업정책을 조정할 것으로 예상했다. 북한 지역에 대한 대북 투자를 적극화하고 북·중 경제협력특구를 활성화·통합시킬 것으로 전망했다.
또한 북한의 인프라 건설과 통신·금융 시스템 구축을 지원하고 이를 동북3성 지역과 연결하는데 힘쓸 것으로 보았다.
그 결과 중국 동북 지역과 북한 사이의 분업이 심화될 것으로 예상했다. 한편, 무역제도와 관련해서는 대북 무역규정 수정 및 통합 작업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결과적으로 통일 후 북한 지역은 동북3성과 연계하여 동아시아의 주요 경제권 중 하나로 부상할 것이며, 장기적으로 중국 동북지역-한반도-극동러시아-몽골을 연결하는 보다 큰 경제권을 형성하는 기폭제가 될 것으로 내다보았다.
이누이 토모히코(乾友彦) 일본 가쿠슈인대(學術院) 교수와 권혁욱 니혼대 교수(日本大)는 세계 산업연관표 및 새롭게 추정한 북한의 산업연관표에 기초하여 한반도 통일이 각국에 가져올 경제적 파급효과를 분석했다.
우선, 한반도 통일로 동아시아 가치사슬이 재조정되면 동아시아 특정국에서 생산물을 한 단위 사용할 때 동아시아 타국에 대한 생산유발계수가 북한(0.46), 한국(0.25), 중국(0.10), 일본(0.06), 미국(0.05), 러시아(0.04) 순으로 클 것으로 보았다.
다음으로, 한반도 통일로 인한 총생산유발효과는 65조 달러로 추정되었는데, 미국이 총생산유발효과의 43%, 중국이 34%, 일본이 17%, 러시아가 4%, 한국이 3%, 북한이 0.05%를 차지할 것으로 예상되었다.
북한이 타국에 대한 높은 생산유발계수와 낮은 자국 생산유발효과를 갖는 것은 기술 수준이 낮고 해외부품 의존도가 높기 때문이다.
통일 후 북한 지역에 대한 R&D 투자가 늘어나고 기술수준이 향상되어 해외부품 의존도가 낮아지면 북한 지역의 생산유발효과는 더 커질 것으로 예상되었다.
세르게이 루코닌(Sergey Lukonin) 러시아 과학원 국제경제·국제관계연구소(IMEMO) 선임연구위원은 러시아의 대북 경제교류 현황을 살펴보고 통일 후 유망한 대한반도 경협사업을 전망했다.
그에 따르면, 현재 북한과 러시아간 경제교류 규모는 매우 작은 수준이다.
2012년부터 러시아는 대북 경제협력을 확대하고자 노력해왔으며, 특히 2014년 우크라이나 사태 이후 탄력을 받고 있으나 아직은 두드러진 성과는 보이지 않고 있다. 이에 따라 러시아 내에서 통일 후 대한반도 경제정책에 대한 전략은 사실상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현재 구체적인 대북 개발 프로젝트를 검토하고 있는 일부 러시아 기업·기관들이 있는데, 이러한 움직임이 향후 러시아의 통일 한반도에 대한 경제정책의 발판이 될 수 있을 것으로 보았다.
하지만 북한과 러시아 사이에는 경제협력을 발전시키기 위한 법적·경제적 기제가 없고, 북한의 제반 인적·물적·제도적 인프라 부족은 양국간 경제협력 심화를 가로막는 장애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고 밝혔다.
한편, 향후 러시아와 통일한국간 유망한 경협사업으로는 나진·하산 프로젝트, ‘포베다 프로젝트’(Pobeda project: 북한 철도 현대화 사업), 물류·에너지 회랑, 광산업, 카지노 및 관광업 등이 제시되었다.
이번 세미나에는 미국·중국·일본·러시아의 한반도 전문가, 주요국 대사 등 다수의 주한 외교사절, 정부·학계·연구기관·기업·금융기관 관계자, 국내외 언론인 등 150여명이 참석하여 남북한 통일에 대한 뜨거운 관심을 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