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효백 교수의 차이나 아카데미] 중국 부패와의 전쟁 총사령부…중기위
2016-10-06 07:00
'성역없는 부정부패 척결' 내건 시진핑에 대중들 열광
'부패와의 전쟁' 선봉에 선 왕치산 중앙기검위 서기
3년간 장차관급 이상 비리 고위공직자 80명 무더기 색출
'부패와의 전쟁' 선봉에 선 왕치산 중앙기검위 서기
3년간 장차관급 이상 비리 고위공직자 80명 무더기 색출
절대 권력은 절대 부패한다(1)*. - 액튼
부패만이 중국을 망국의 길로 이르게 할 수 있다. - 웨이젠싱(尉健行) 전 중앙기율조사위 서기
썩은 나무를 뽑아내듯 부패를 발본색원하라. - 왕치산(王岐山) 현 중앙기율검사위 서기
반만년 중국사의 강물 굽이굽이에는 부정부패라는 이름의 폭포가 있다. 기원전 3000년경 하(夏) 나라 때부터 기원후 20세기 전반기 국민당의 중화민국까지의 시대별, 왕조별 마감 근처에는 반드시 부정부패의 거센 물살에 겨워 깊게 급전직하하는 폭포가 있다. 그게 제국이든 공화국이든 예외가 없다. 만사에는 예외가 있어 ‘예외없는 법칙은 없다’는 말을 숭상해온 필자는 예외를 찾아보려고 반만년 노대국의 스펙을 샅샅이 뒤져보았으나 아직 찾지 못했다.
청나라 건륭제 시대의 화신(和珅)이라는 권신이 매일 은 1만냥의 값어치에 상당하는 알약을 복용하고 지방의 한 탐관오리가 낙타의 육봉 요리 한 접시를 만들기 위해 10마리의 낙타를 잡았다고 동네방네 떠들고 다닌 지 100년도 못되어 대청제국은 망했다.
공산당에 비해 월등한 군사력을 지녔던 중화민국이 대륙의 250분의 1도 안 되는 타이완섬으로 패퇴한 원인도 군 작전능력의 저하가 아니라 핵심층의 부패였다. 부패만이 중국을 망국의 길로 이르게 했다.
요즘 중국에서 시진핑 주석의 인기는 하늘을 찌른다. 비결은 성역없는 부정부패 척결을 내걸고 그것을 행동으로 실천하는 데 있다. 반만년 중국 역사상 어느 황제나 주석도 못한 큰 일을 감행하는 영도자에게 중국인들은 열렬한 호응을 보내며 카타르시스를 느끼고 있다.
‘21세기 포청천’을 넘어 ‘부패공직자들의 염라대왕’으로 불리는 왕치산 중앙 기율검사위원회(이하 ‘기검위’) 서기는 “썩은 나무를 뽑아내듯 부패를 발본색원하라” 고 목청을 높인다.
시진핑 집권 3년간 현장(군수)급 이상 631그루의 썩은 거목들이 뿌리가 뽑혔다(파면 및 사법처리). 그중 성장(도지사) 부장(장관)급 이상 뿌리가 뽑힌 초대형 거목들은 80그루나 된다. 사형집행유예 1명, 무기징역 3명, 12년이상의 징역의 중형 선고 11명은 감옥에 복역 중이다.
불과 몇 달 전까지만 해도 “나는 새도 떨어뜨리는” 권력을 누리던 고관대작들 대부분은 천만번 죽어도 씻을 수 없는 중죄범의 목숨을 살려준 중국공산당의 은혜에 감읍한다. 하지만 “비리 고위공직자의 사형 집행없는 부패근절은 없다”며 볼멘소리를 하는 중국인의 수도 적지 않다.
후진타오 전 주석 집권 시(2003~2012년) 부패혐의로 사법처리된 부부장급(차관급), 부성장급 (부지사급)이상 중국 고위공직자의 수는 121명인데 그중에서 사형집행은 8명, 사형집행유예는 20명, 무기징역은 16명에 처해졌다.(군부내 소장급 이상 장성은 사형집행 2명, 사형집행유예 무기징역은 각각 1명). 이러한 비리 고위공직자에 철퇴를 가하던 후진타오 시대에 비한다면 시진핑 시대 비리 고위공직자 처벌은 오히려 솜방망이라는 것이다.(2)*
그런데 이러한 중국의 ‘무자비한 부패와의 전쟁’을 지켜보는 국내 주류 언·관·학계의 시각은 이른바 ‘태자당’, ‘상하이방’, ‘공청단’등 파벌간 권력암투나 정치보복, 권력자의 친소관계 및 그 변동에만 머물러있다.
그러나 오늘 우리가 쓰고 있는 자(尺)의 원산지는 어디인가? 그 자의 눈금은 영원히 정확한 것인가? ‘태자당’. ‘상하이방’, ‘공청단’ 등 일본 언론(3)*에서 비롯된 정당 또는 파당구분이 중국에 과연 실재하기라도 하는가? 대한민국 헌정사 70년을 통틀어 부패혐의로 사형, 무기징역까지는 아니더라도 10년 이상 실형을 산 차관급 이상 고위공직자의 수는 얼마나 될까. 우리나라는 중국과 달리 자유민주국가이자 청렴국가이자 인권중시 국가라서 그럴까.
이에 대한 자세한 논의는 다음 기회로 미루기로 한다. 우선 중국의 권력형 비리 척결에 대한 제도적 장치를 가급적 이데올로기적 선입견을 배제하고 객관적 인식에 중점을 두어 말하고자 한다.
중국 공산당이 중화인민공화국을 영도하는 헌법상 영구집권당이다. 중화인민공화국에는 독립된 입법권과 사법권도 없다. 현대국가라면 장착되어 있고 실제 작동이 원활한 권력 통제 및 부패 제어장치는커녕 독립된 언론기관도, 시민단체도 없다.
중국 대륙에는 홍콩의 염정공사(廉政公署)’, 대만의 특별정사조(特別偵伺組), 싱가포르의 부패조사청(CPIP) 등 중화권에서 설치, 성공적으로 운영하고 있는 고위공직자의 범행에 대한 기소권과 수사권을 지닌 독립기관마저도 없다.
오로지 딱 하나, 그것도 국가기관이 아닌 당내조직 ‘기검위’ 라는 게 있는데, 그 감찰기관 하나가 저 뿌리깊은 중국의 부패와의 전쟁을 총지휘하고 있다.
중국 공산당이 국가의 오너인 중국의 통치권력조직체계는 ‘기획-집행-감사’ 회사지배구조와 흡사하다. 이는 한 개인이 ‘계획(Planning)– 실천(Doing)– 점검(Checking)’의 피드백을 통해 일을 성취하는 행태와도 합치된다.
회사의 주주총회가 이사회와 감사를 선출하듯 중국 공산당 대표대회에서 5년 임기의 당 중앙위원회(이사회)와 당 중앙 기검위(감사)를 선출한다. 이사장이 이사회의 총수로 직권을 행사하듯 당 총서기가 중국 공산당의 최고권력을 행사한다. 회사의 감사가 이사와 사장 등 고급관리자에 대해 직무감찰과 재무감사를 하듯 중앙 기율위가 당과 정부의 고위인사에 대한 당 기율 위반행위와 부패행위를 감찰한다.
중화인민공화국 주식회사의 감사 격인 중앙 기검위가 공안부(경찰청), 최고인민법원, 최고인민검찰원, 사법부(법무부), 국가안전부(이상 당서열순), 이들 5대 국가사법기관을 영도하는 당중앙 정법위원회를 지휘 감독하고 있다.
현직 왕치산을 비롯한 역대 중앙 기검위 서기는 모두 중국 최고 핵심 권력층인 정치국 상무위원(총리급)이 맡아 왔다. 지금 베이징 북역 인근 대로상에 위치한 백색 고층 대형 빌딩에 위치한 중앙 기검위(4)*는 중국의 탐관오리에게는 '이승의 염왕전'이나 다름없다.
중앙 기검위는 중앙과 지방의 모든 당∙정∙군 조직뿐만 아니라 언론기관, 대형 국유기업체에 심어놓은 수십만명의 저승사자들이 종적·횡적·정시·수시 감독 감찰업무를 수행하고 있다. 여기에 더하여 2002년 중앙·성·시·현·향진 단위에 '반부패공작협조소조(反腐敗工作協調小組)'를 설치해 각급 기검위 서기의 영도하에 공안·법원·검찰·안보·회계감사·언론부문을 감독·감찰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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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석]
(1)* Power tends to corrupt, and absolute power corrupts absolutely, -영국의 정치가 사상가 로드 액튼 경(Lord Acton)
(2)*http://www.mszsx.com/remenhuati/2011-10-05/878.html
http://news.sina.com.cn/c/2015-03-18/114531619186.shtml 참조
(3)*이러한 일본식 당파구분 용어는 1993년 장쩌민 집권 전후 일본의 한 잡지사에서 사용되고 후진타오가 부주석에 취임한 1998년부터 널리 유포되었다. 개혁개방 이후 중국최고권력지도층 인사 대다수는 공산당간부집안출신(태자당)으로, 청년시절에는 당연히 공산주의청년당(공청단)에 가입했고, 중국최대도시 상하이와 직간접적으로 연관된 공직경력을 쌓으며 성장했다(상하이방) 즉 중국최고권력지도층 대다수는 태자당 겸 공청단 겸 상하이방으로 모두 ‘한통속’이다.
(4)*중앙기율검사위원회 및 국무원 감찰부(주소 : 北京市西城区平安里西大街41号)에는 약 1000여명의 중앙 기검위요원이 근무하고 있다.(여성요원 약 250명)
[참고문헌]
강효백, 『중국의 슈퍼리치』, 2016. 한길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