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of 1' 샤이니는 또 그렇게 어려운 길을 간다
2016-10-05 09:05
아주경제 정진영 기자 = 샤이니가 돌아왔다. 1980년대부터 1990년대까지 최고의 인기를 누렸던 뉴잭스윙을 가지고.
4일 밤 12시 샤이니의 다섯 번째 정규 앨범 '1 of 1'이 발매됐다. 샤이니와 '조조', '러브 식'으로 좋은 호흡을 보인 유명 작곡가 켄지를 비롯해 디즈, 세계적인 프로듀싱 팀 더 언더독스, 스테레오타입스, 런던노이즈 등 여러 히트메이커들이 이번 앨범을 위해 의기투합했다. 싱어송라이터로도 자리를 굳건히 한 종현 뿐만 아니라 민호, 온유, 키 등이 수록곡 작업에 참여해 의미를 더했다.
전 세계 히트메이커들이 총출동한만큼 앨범의 사양이야 굳이 말 할 것도 없지만 타이틀 곡을 뉴잭스윙 장르의 '1 of 1'으로 한 건 의외다. 지난 앨범 '오드'에서 세계적으로 가장 '핫'한 장르인 딥하우스를 국내에 누구보다 발빠르게 소개했던 이들이다. 그런데 트렌드의 최전선을 걷던 샤이니의 다음 앨범에서 복고라니.
스키니진에 광택이 나는 의상을 입고 '누난 너무 예뻐'를 부르던 샤이니는 마치 미래에서 온 소년들 같았다. '누난 너무 예뻐'는 세련미와 대중성을 겸비한 좋은 데뷔곡이었다.
'산소 같은 너'로 청량미에 쐐기를 박은 것 같았던 2009년 샤이니는 '링딩동'을 들고 나왔고 이듬해엔 '루시퍼'를 발매했다. 누구보다 빠르게 후크송으로 인기를 끈 이들의 다음 선택은 비유와 상징으로 점철된 '셜록'이었다. 기호와 상징으로 가득 찬 이 앨범은 아이돌 그룹 앨범의 새 장을 열었다는 평가를 받았다. 이어지는 3집 '더 미스컨셉션스 오브 어스'의 표지에는 키가 그린 그림이 실렸는데, 샤이니의 자아 찾기라고 알려진 이 앨범은 아트와 음악의 결합 초기 단계를 보여주기도 한다.
'뷰'는 재즈, 펑크, 소울 등이 결합된 딥하우스 장르의 노래다. 처음 이 곡이 나왔을 때만해도 많은 이들이 낯설어 했지만 이후 지소울 '미쳐있너 나', 에프엑스 '포월즈' 등이 발표되며 점차 인기를 끌게 됐다.
그런데 바로 이 때 샤이니는 또 다시 방향을 틀어 뉴잭스윙으로 회귀했다. 7번 트랙 '쉬프트'와 스페셜 트랙 '쏘 어메이징' 역시 1980년대 사운드가 가미된 곡이다. 샤이니 멤버들은 앨범 발매에 앞서 열린 발표회에서 "이번 앨범으로 대중에게 가까이 다가갈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했지만 어려운 장르가 아니라 해서 그 시대 가장 큰 사랑을 받는 장르가 되는 것은 아니다. 힙합, R&B, EDM이 차트를 장악하고 있는 이 때 레트로를 표방하는 건 결코 쉬운 선택이 아니다.
하지만 누군가는 새로운 트렌드를 제시해야 하는 역할을 해야 한다면 K팝 신에서 샤이니만큼 적절한 그룹은 없을 것이다. 이들은 데뷔 이래 늘 독특한 개성과 음악성을 바탕으로 실험적인 시도를 해 왔기 때문이다. 카세트테이프를 재생할 수 있는 기계 자체가 보편화돼 있지 않은 2016년 현재 카세트테이프를 한정판으로 발매할 수 있는 것도 샤이니이기에 가능한 일이다.
샤이니는 이렇게 또 자신들이 잘 닦아놓은 길 대신 걷지 않은 길을 선택했다. 하지만 지금껏 그랬듯 샤이니가 걷는 이 길에 발자국이 쌓여 언젠간 많은 이들이 다니는 길이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