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동열의 행복한 경제] 경제 활성화와 민주화… 그리고 정상화
2016-09-28 16:01
김동열 (현대경제연구원 이사대우)
닉슨 대통령이 잘못 사용한 프레임의 사례를 들어보자. 1972년의 워터게이트 사건 후 한창 사임 압력을 받던 당시 닉슨 대통령이 TV에 나와 이렇게 말했다. “저는 사기꾼이 아닙니다.” 그 순간 모두가 그를 사기꾼이라고 생각하게 되었다. 자기를 공격하는 상대편의 언어와 프레임을 스스로 확대 재생산하는 오류를 저지른 것이다.
빌 클린턴 대통령이 성공적으로 사용한 프레임을 보자. 1991년 걸프전을 승리로 이끈 조지 H.W. 부시(시니어 부시) 대통령은 1992년 선거에서 당연히 재선될 것으로 낙관했다. 안보, 외교 등의 이슈로 선거를 이길 수 있다고 오판했다. 하지만 민주당의 젊은 대통령 후보 빌 클린턴은 미국 경제가 침체 국면으로 접어들고 있음에 주목했다. 국민들이 전쟁에 신물을 내고 있음을 간파했다. 그래서 “바보야, 문제는 경제야”라는 선거 구호를 전면에 내세웠고, 미국의 유권자들은 “바로 그거야”라면서 클린턴을 선택했다.
경제가 중요한 것은 미국이나 우리나 마찬가지다. 일제시대, 해방, 6.25전쟁 등 경제적으로 어려웠던 시기를 경험했던 우리의 아버지, 할아버지 세대들은 특히나 먹고사는 게 중요했다. 그래서 경제 프레임이 항상 먹혀들었다. 흔히 보수 쪽에서는 경제 활성화를 강조하고, 진보 쪽에서는 경제 민주화를 앞세웠다. ‘경제 활성화’ 프레임은 지금 현재 경제가 침체 국면에 있으니 정부가 조금만 더 노력하면 된다. 경기 활성화를 위해 정부 예산을 좀 더 투입하는 등 경기부양을 위해 노력하겠다는 것이다. ‘경제 민주화’ 프레임은 지금 현재 경제가 불공정하고 비민주적인 측면들이 많으므로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동반성장, 공정한 거래, 약자에 대한 보호 등을 위해 노력하겠다는 것이다. 이처럼 경제 활성화와 경제 민주화는 현재의 경제 상황을 보는 시각과 그에 대한 처방이 다르다. 보수와 진보의 프레임이 그렇게 차별화되었다. 그런데 지난 2012년 대선에서는 진보와 보수를 가리지 않고, 여당과 야당의 대선후보 모두 경제 민주화를 주장했다. 그만큼 우리 사회에 격차와 불평등이 심각하다는 반증이었다.
올해 새로 나온 책 ‘비정상 경제회담’의 서문을 보면 한국경제의 정상화가 필요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경제 활성화’와 ‘경제 민주화’를 넘어서 ‘경제 정상화’를 새로운 프레임으로 제시하고 있다. 경제 정상화라는 프레임은 현재의 경제가 ‘비정상적’이라고 보는 것이다. 현재가 비정상이니까 비정상을 정상으로 고쳐나가는 게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우리 경제의 여러 가지 문제점 중에서도 양극화, 가계부채, 부패, 노동, 재벌, 관료, 재정, 성장 등 8가지 분야에서 정상화가 필요함을 역설하고 있다.
오랫동안 우리가 중요하다고 했던 경제가 어느 순간 중요하지 않게 될 것이라고 생각하진 않는다. 하지만 우리가 너무 경제 프레임에 갇혀 있는 것은 아닌지? 경제만 강조하다가 ‘삶의 질’처럼 경제만큼 중요해지고 있는 부분을 놓치고 있는 것은 아닌지? 그래서 ‘저녁 있는 삶’이라는 슬로건에 많은 사람들이 호응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2017년 대선을 앞두고 프레임 전쟁이 코앞으로 다가왔다. 과연 앞으로 우리 사회가 나아가야 할 방향은 어느 쪽인지? 우리 경제는 어떤 경제여야 하는지? 성장은 어떤 성장이어야 하는지? 경제가 중요한 건 맞지만 그 밖에 중요한 것도 많아지고 있는, 과거와는 새로운 시대에 살고 있기 때문이다. 이제 2017년 이후의 경제정책을 준비하는 많은 전문가들이 밤잠을 설쳐야 하는 시기가 돌아왔다. 그 결과 우리 국민들이 2017년 이후에는 보다 더 행복해지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