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도금·중소기업 대출시 '꺾기' 관행 여전
2016-09-28 18:24
소비자 손실 위험도 커져
아주경제 노경조 기자 = #. 최근 경기도 내 아파트를 분양받은 직장인 A씨는 중도금 대출 서류를 접수하기 위해 지정된 은행을 찾았다. 은행 직원은 정보 제공 동의서, 신용정보 조회 확인서 등 대출에 필요한 서류와 함께 신용카드 신규 발급 신청서도 건냈다. A씨는 대출과 상관 없는 서류를 의아하게 여겨 직원에게 문의하니 향후 잔금 대출 시 금리 인하가 가능토록 미리 받는 신청 서류라고 말했다. A씨는 신용카드가 추가로 필요치 않아 서명을 거부했고 직원은 불쾌한 태도를 보였다.
금융감독원이 은행의 '꺾기(구속성 예금)' 관행 근절에 나서고 있지만 과거보다 교묘해진 수법으로 여전히 행해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과태료 부과와 같은 사후적 대응뿐 아니라 선제적인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28일 금감원에 따르면 금융회사의 과도한 판매 목표 할당 관행 점검 및 개선이 내년 1분기까지 추진된다.
무리한 실적 경쟁이 직원들의 불완전(불건전) 판매로 이어지면 결국 소비자가 피해를 볼 것이란 판단에서다. 꺾기는 대출을 미끼로 차주 의사에 반해 예금 등 상품 가입을 강요하는 행위다.
앞서 금감원은 꺾기 관행을 지난해 민생침해 5대 금융악으로 규정하고 관리·감독 중이다. 그러나 대출 시 고정금리 조건으로 계약서에 서명을 끝냈는데 금리 우대를 받으려면 카드 사용 실적을 맞춰야한다는 요구는 물론 주거래은행에서도 카드 개설을 함께 권유하는 사례가 빈번하게 이뤄지는 실정이다.
단순 예·적금 가입을 유도했던 과거의 관행과 달리 요즘은 펀드나 방카슈랑스 등 가입 요구 상품이 다양해지면서 소비자의 손실 위험도 커졌다.
이런 행태는 중소기업 대출에서도 많이 나타나고 있다. 예컨대 중소기업이나 자영업자가 3억원 규모로 대출을 받을 때 5000만원은 따로 보험 등의 상품에 가입해야 하는 것이다.
자영업자 B씨는 "돈이 없어 돈을 빌리는 사람한테 예금 등을 강요하는 것은 말도 안 되는 일이다"며 "은행 직원의 지시에 따라 서류를 다 읽어보지 않고 서명하는 경우가 대부분일텐데 나이가 많은 분들은 상대적으로 더 불리할 것"이라고 토로했다.
이에 금감원의 보다 철저한 감독과 재제 수위 강화가 필요하다는 의견이 나온다. 현재 금감원은 금융회사에 엄격한 내부 통제를 지시하고 및 꺾기 등 불법행위 적발 시 과태료 부과 등의 조치를 취하고 있다.
금감원 관계자는 "소비자 피해 행위에 대한 모니터링을 강화하고, 금융회사의 합리적 이익 추구 문화가 정착되도록 노력하겠다"며 "금융 소비자 스스로도 꼼꼼히 살필 것을 당부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