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초대석] 한광규 롯데문화재단 대표 “우리 공연장도 한류 콘텐츠 중 하나로 자리 잡아야죠”
2016-10-04 08:20
30분 인터미션·쇼핑몰과 근접성으로 차별화 시도
한류 콘텐츠의 범위도 공연장으로 확대돼야
한류 콘텐츠의 범위도 공연장으로 확대돼야
아주경제 정등용 기자 =주말을 앞둔 지난 9일 금요일 오후 3시. 평일이었지만 서울 송파 롯데월드몰 8층에 있는 롯데콘서트홀 공연장 로비는 클래식 공연을 관람하기 위한 관람객들로 북적거렸다. 관람객 대부분은 여성이었지만, 학생부터 어르신까지 다양한 연령대로 보이는 사람들이 설레는 표정으로 공연 시작 시간을 기다리고 있었다.
서울에 28년만에 새로 지어진 클래식 전용홀인 롯데콘서트홀은 지난달 19일 개관했다. 공사를 시작한지 5년여 만에 완공된 공연장으로 세계적 음향전문가 도요타 야스히사가 음향을 맡아 사전공연만 열 세 차례 진행했을 정도로 공을 들였다. 그 덕분에 LA 월트디즈니홀, 도쿄 산토리홀과 견줄만한 수준이라는 호평을 받기도 했다. 특히, 총 2036석의 객석은 무대를 에워싸는 빈야드(포도밭) 모양으로 설계돼 공연 몰입도를 배가시켰다.
기자와 만난 한광규 롯데문화재단 대표(58)의 표정도 한껏 고조돼 있었다. 평일임에도 낮부터 관람객이 많다고 말을 꺼내자 그는 “현재는 클래식 애호가들이 많이 온다. 여성층도 많이 찾아오고 있다.”면서 “우리 공연장의 특징 중 하나가 여성화장실 칸 비율이 높다는 것이다. 다른 클래식 공연장이 여성 관람객 한 명당 화장실이 1.3칸인데 반해 우리 공연장은 한 명당 2.65칸에 달한다.”고 뿌듯해 했다.
◆공연장 운영, 결국 소통이 중요
요즘 한광규 대표에게는 매일매일이 전쟁터와 같다. 1984년 롯데그룹 광고회사 대홍기획에 입사해 줄곧 시장조사·영업기획 등을 도맡아 온 그에게 공연 분야는 낯설기만 하다. 실제로 롯데문화재단 대표로 부임하기 전에는 1년에 클래식 공연을 관람한 횟수가 손에 꼽을 정도였지만, 지금은 누구보다 클래식과 친해지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한 대표는 “처음 부임 소식을 들었을 때 솔직히 두려움도 있었지만, 해보고 싶다는 생각도 들었다”면서 “광고회사만 마케팅을 하는 것이 아니라 우리의 모든 일상이 마케팅이다. 콘서트홀도 마찬가지로, 지향하는 바를 얻기 위해 관련 당사자들과 효과적으로 마케팅을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공연장 대표는 예술계에 오랫동안 몸담은 사람이 맡는 것이 일반적이다. 한 대표의 전임이었던 김의준 전 대표도 예술의전당과 LG아트센터 등지에서 오랜 기간 일한 예술계 인사였다. 다만, 김 전 대표는 공연장 운영 등에 관해 롯데그룹과 의견이 맞지 않아 자진 사임했다.
한 대표는 “공연장도 그 조직의 문화를 잘 이해하고 정서적 가치를 공유해야 잘 운영할 수 있는 것같다”면서도 “광고 회사에 오래 다니면서 소통이 내 전문 분야가 됐다. 공연이란 것도 결국 콘텐츠와 관객의 소통이기 때문에 내가 롯데문화재단 대표로 온 것이 아닌가 싶다.”고 풀이했다.
◆인터미션만 30분…공연 쉬는 시간도 여유로워야 해
롯데콘서트홀에 대한 한 대표의 생각은 확고하다. 정책 기조의 차별화다. ‘다른 공연장에 비해 좋다’는 평가보다 ‘기존 공연장과 다르다’는 평가를 받는 것이 목표다.
그는 “여러 전문가와 평론가들이 평가했듯이 롯데콘서트홀은 시설과 음향 면에서 차별화가 됐다”면서 “접근성이 좋은 위치에다가 생활과 밀접한 쇼핑몰에 가까이 있어 일상의 일부분이라는 상징성을 갖고 있다”고 차별화를 강조했다.
무엇보다 가장 큰 차별점은 일반 공연장보다 긴 인터미션(연극·뮤지컬 등 공연 중간에 갖는 휴식시간)이다. 보통의 공연장이 15~20분의 인터미션을 갖는 반면, 롯데콘서트홀은 30~40분으로까지 연장할 계획을 갖고 있다.
한 대표는 “인터미션 때 화장실에만 갔다가 허겁지겁 공연을 보는게 아니라 식사도 할 수 있고, 식음료와 맥주, 와인, 샴페인도 즐길 수 있게끔 여건을 마련하고 싶다”면서 “공연 전후로 먹을 거리 즐길 거리가 많다. 공연이 끝난 후에는 쇼핑도 하면서 풍요하고 여유있는 문화생활을 할 수 있는 공연장을 만들고 싶다.”고 설명했다.
또 “우리나라 클래식 공연 문화를 바꿔보고 싶다. 클래식 콘텐츠를 바꾸는 것이 아닌, 클래식 자체를 소수의 전유물에서 많은 분들이 즐길 수 있는 콘텐츠로 만들고 싶다.”고 포부를 밝혔다.
◆아시아 최고로 만족 못 해…세계 최고가 목표
롯데콘서트홀은 아시아 최고의 콘서트홀로 평가받는 것을 비전으로 삼아 만들어졌지만, 한 대표의 시선은 이미 세계무대로 향해 있다. 아시아 공연 시장을 넘어 세계 공연 시장에서 인정받는 것이 그가 꿈꾸는 미래다.
한 대표는 “롯데콘서트홀은 이미 세계적인 수준의 홀로 만들어졌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아시아 최고보다는 세계 최고란 타이틀을 따내고 싶다.”고 바람을 숨기지 않았다.
롯데콘서트홀의 성공은 공연 문화 측면에서 우리나라의 국가 경쟁력에도 도움이 되리란 것이 한 대표의 설명이다. 클래식 애호가들이 좋은 음향의 공연장을 찾기 위해 외국으로 나가는 것처럼, 이제는 외국인들이 반대로 좋은 공연장을 찾기 위해 한국에 들어오도록 해야 한다는 것이다.
특히, 한 대표는 공연장을 통해 한류의 범위를 확장할 수 있다고 자신했다. 그는 “롯데콘서트홀을 배경으로 드라마나 스토리 텔링이 될 만한 콘텐츠가 제작돼 한류를 일으키면 좋을 것같다. 중국이나 일본 쪽에서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다.
한 대표는 문화 공연계 관계자들의 도움이 절실하다고도 호소했다. 롯데콘서트홀 자체가 수익성을 내기 위한 사업이 아니다 보니 재원 마련에 어려움을 겪기도 하는데,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롯데그룹 계열사의 도움을 받거나 외부 업체의 지원이 필요하다.
최근에는 문화 마케팅도 마케팅의 한 수단으로 중요하게 부각되고 있기 때문에 기업들의 홍보에도 활용가치가 있을 것이란 게 한 대표의 생각이다.
그는 “‘도와주세요’라고 말하고 싶다. 주변에서 같이 힘을 실어주면 도움이 될 것 같다. 걸그룹만이 한류는 아니라고 생각한다. 음악가와 공연장이 함께 어우러진 한류를 지향해야 한다.”고 힘주어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