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수인 사외이사에게 편의제공은 적법? 위법?"...김영란법 회색지대 '갈팡질팡'

2016-09-27 16:02

[사진제공=아이클릭아트]


아주경제 이소현 기자 = #. 모 대기업은 교수인 사외이사에게 회의 참석수당을 비롯해 임원급 예우차원에서 100만원 상당의 골프, 휴양시설 등 각종편의를 제공했다.

#. 대기업 홍보담당 김 모 과장은 출입기자와 2만원 상당의 식사를 하며 홍보 보도자료 등을 협의했다.

‘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금지법(일명 김영란법)’이 28일부터 본격 시행되는 가운데 위와 같은 사례에 김영란법 적용을 놓고 적법론과 위법론 양측의 입장이 팽팽히 맞서고 있다.

대한상공회의소가 27일 발간한 ‘기업이 알아야 할 김영란법 상담사례집’에 따르면 교수인 사외이사에게 100만원 상당의 초과 금품을 제공할 경우 법조계는 “교수 아닌 사외이사직 수행대가는 무관하다”는 적법론을, 권익위는 “교수 신분이므로 법적용대상”이라는 위법론을 주장한다.

또 홍보담당자가 기자와 2만원 상당의 식사를하며 보도자료 등을 협의할 경우 “정당한 업무청탁 범위 내 기능”이라는 적법론과 “직접 업무관련성이 있어 불가하다”는 위법론으로 갈린다.

이와 관련 모 대기업 홍보실 과장 A씨는 “출입기자에게 3만원이하 식사접대는 가능하지만 식사하면서 기사를 청탁하면 위법이라는 해석을 듣고 당황스러웠다”며 “기사관련 이야기를 하다가 자연스레 식사자리로 이어지는 경우도 많은데 상식적 수준의 기업활동만으로도 범법자가 되지 않을까 난감하다”고 토로했다.

기업이 몰라서 법을 위반하거나, 합법적인데도 몰라서 기업활동을 포기할 소지가 높은 사안들과 이처럼 국민권익위원회 유권해석이 지연되는 사안도 많아 김영란법 시행 초기 혼란은 불가피할 전망이다.

대한상의는 이날 사례집 발표로 법령상의 불확실성을 해소할 방침이었지만, 권익위조차 유권해석을 미루거나 판례에 맡기는 등 회색지대가 많아 시행 초기 기업들의 주의를 당부했다.

전인식 대한상의 기업문화팀장은 “최근 식대가 초과될 경우 5만원짜리 식사권을 선물하거나 참석인원을 부풀리는 방식으로 3만원인 식사제공한도를 피할 수 있다는 얘기가 묘책인 것처럼 거론되고 있지만 실제 재판에서 적법한 것으로 인정받기는 힘들다”면서 “법을 회피하려 하기 보다는 기업관행 선진화의 계기로 삼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김영란법과 관련해 기업들은 종업원이 법을 위반한 경우 기업을 함께 처벌하는 양벌규정에 대한 우려와 문의도 많은 것으로 전해졌다. 기업이 양벌규정을 적용받지 않기 위해서는 ‘상당한 주의와 감독’을 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지만, 이에 대한 구체적인 기준이 제시돼 있지 않기 때문이다.

대한상의는 △사규‧가이드라인 정비 △직원 교육 △준법서약서 의무화 △모니터링 시스템 마련 등의 대응책을 제시했다. “양벌규정을 면책 받으려면 실제 재판과정에서 종합적인 준수 시스템을 얼마나 정착시켰는가 하는 점이 관건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대한상의가 김영란법 시행으로 인한 기업의 혼선과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발간한 ‘기업이 알아야 할 김영란법 상담사례집’은 지난 8월부터 김앤장 등 국내 6대로펌과 함께 운영 중인 ‘김영란법 상담센터’에서 기업들이 궁금해 한 질의응답들을 정리한 문답집이다. 28일부터 대한상공회의소 홈페이지에서 다운받아 볼 수 있다.
 

같은 듯 다른 김영란법 적용내용 및 김영란법 회색지대[그래픽=임이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