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초대석] 김경록 미래에셋은퇴연구소장 "노후설계는 기술 반 연금 반"

2016-09-28 08:00

아주경제 서동욱 기자= 통계청이 1분기 말 밝힌 우리나라 총인구 가운데 65세 이상 비중은 13.1%로 역대 최고치를 경신했다.

일반적으로 65세 이상 인구 비율이 7~14%면 고령화 사회로, 14%가 넘으면 고령사회로 분류한다. 통계청은 지금 추세대로라면 2018년에 65세 이상 인구 비중이 14.3%로 고령사회에 진입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2013년 기준 한국인의 평균수명은 81.9세다. 하지만 최근 잡코리아가 조사한 직장인 체감 퇴직연령은 50.9세에 그쳐 무려 30년 넘도록 노후를 걱정해야 하는 시대가 됐다.

28일 서울 을지로 미래에셋 센터원 건물에서 만난 김경록 미래에셋은퇴연구소장은 “우리 사회가 노후 설계의 관점을 자산축적에서 소득배분으로 바꿔야한다”고 밝혔다.

더 이상 단순히 돈을 모으고, 집을 사는 것만으로는 노후를 대비할 수 없다는 것이다. 자산은 축척해봤자 시간이 지나면 가치가 떨어지고, 금리가 하락하면 얻을 수 있는 수입이 달라진다.

이는 계획할 수 없는 부분이다. 노후에는 긴 시간 동안 꾸준한 소득을 보장하는 안정적인 대책이 필요하다.

김경록 소장은 그 대표적 방법으로 ‘기술 반, 연금 반’을 꾸준히 주창해왔다.

여기서 기술은 은퇴 후 새로운 일을 하기 위해 필요한 것을 의미하며, 무엇이든 배워야 한다는 것이다. 꾸준한 소득을 보장하는 새로운 직업이야 말로 최고의 노후 대비다.

김 소장은 “금리가 10%였던 시절에는 1억원을 은행에 넣어두면 매달 100만원을 받을 수 있었지만 현재 이만한 수입을 얻기 위해서는 예금 12억원이 필요하다”면서 “초저금리 장수시대에 가장 가치가 있는 자산은 꾸준한 수입을 벌어들일 수 있는 노동력이고, 가장 가치 있는 투자는 바로 스스로에게 하는 것이다”라고 말했다.

의학기술이 발전함에 따라 100세 시대가 눈앞으로 다가왔는데 50살까지만 자기 자신을 활용하는 건 일종의 낭비다. 퇴직을 하고 2~3년을 더 투자하더라도 스스로를 다른 방식으로 활용할 수 있는 방법에 대해 고민해 봐야한다.

실제로 최근 노인들의 은퇴 후 노후 설계에 대한 인식은 많이 변하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도 차츰 노인 재교육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는 게 사실이다.

김 소장은 "은행에 다니다 지난해 명예퇴직을 한 친구는 인적자산에 투자해야 한다는 내 설명에 바로 방송통신대 관광학과에 입학을 결심했다"는 경험을 소개하며 “실제로 교육을 다녀봐도 요즘 사람들의 인식 변화가 생각보다 빠르다”고 전했다.

하지만 이에 반해 성인교육에 대한 인프라는 열악한 편이다. 김 소장은 “유럽연합에서는 이미 노령자 의무교육에 대해 준비 중”이라며 “그에 반해 우리나라는 아직 성인교육에 대한 투자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고 아쉬워했다.

이렇듯 은퇴 후 새 직업을 가지는 것도 중요하지만 그렇다고 덮어놓고 기술만 배우는 것은 위험한 일이다.

김 소장은 “노후에 기술을 배우던지 개인 사업자로 나서던지 소득이 불안정할 수 있고, 일정 기간 동안 수입이 없을 수도 있다”면서 “사업이든 일이든 길게 봐야하는데 기본적으로 꾸준하고 안정적인 소득 없이는 중도에 멈출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변동성이 없이 꾸준한 수입을 보장하는 연금성 자산은 필수다.

김 소장은 “복리효과가 있기 때문에 연금은 최대한 일찍부터 넣는 것이 좋고, 절대 중간에 찾지 말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초저금리에서는 세금과 같은 비용을 줄이는 게 중요하다"면서 "세제 적격 연금은 16.5%를 돌려주는데 이 금액을 찾아 쓰지 않고 다시 연금에 투자하면 몇십 년이 지났을 경우 엄청난 금액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노후 준비는 변동성을 예측하고 대비하는 것이 중요하지만 아직 우리나라에서 이 분야의 연구는 많지 않다. 개인 차원에서 노후 설계가 쉽지 않은 이유다.

김 소장은 “노후를 설계할 때는 보통 몇십 년 후를 예측하면서 금리 추이와 은퇴 시기, 실업, 경제 상황 등 불확실한 요인들을 끊임없이 고민해야 한다”면서 “외국의 경우에는 노벨 경제학상을 받은 저명한 학자들과 수학자 등 각계 인사들이 모여 이를 예측하고 대비하기 위한 엔진을 만들고 있다”고 밝혔다.

우리나라는 노후를 설계하거나, 연금에 가입할 때 개인들에게 은퇴시기, 희망 납입금액 등을 묻곤 한다. 하지만 이 정도 데이터를 가지고 20~30년을 예측해 솔루션을 준비한다면 미래를 지나치게 단순화시키는 실수가 발생한다. 이런 식으로 노후를 설계하는 데 대해 "판타지 세계에서 사는 것과 같다"라고 표현하기도 한다.

미래에셋은퇴연구소도 보다 구체적인 노후 설계를 강조해왔다.

김 소장은 “우리나라에는 노후 문제를 재무 차원에서 접근하는 학자들이 전무하다”며 "우리도 학계에 이름이 알려진 저명한 학자들이 관심을 가지고 서둘러 이 분야에 뛰어들어야 한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