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상의, 김영란법 사례집 발간..."접대관행 묘책보다 경영관행 선진화해야"

2016-09-27 15:20
6대 로펌과 상담센터 운영결과…문답집 형식 제시
권익위 유권해석조차 없는 회색지대 많아 혼란 불가피

대한상의가 발간한 '기업이 알아야 할 김영란법 상담사례집' 표지[사진제공=대한상의]


아주경제 이소현 기자 = ‘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금지법(일명 김영란법)’이 28일부터 본격 시행되는 가운데 기업관련 상담사례집이 나왔다.

기업이 몰라서 법을 위반하거나, 합법적인데도 몰라서 기업활동을 포기할 소지가 높은 사안들과 국민권익위원회 유권해석이 지연되는 요소도 많아 시행 초기 혼란은 불가피할 전망이다.

대한상공회의소는 김영란법 시행으로 인한 기업의 혼선과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기업이 알아야 할 김영란법 상담사례집’을 발간했다고 27일 밝혔다.

해당 사례집은 대한상의가 지난 8월부터 김앤장 등 국내 6대로펌과 함께 운영 중인 ‘김영란법 상담센터’에서 기업들이 궁금해 한 질의응답들을 정리한 문답집이다.


대한상의는 특히 김영란법은 동일한 행위에도 사안에 따라 법적용이 달라질 수 있어 기업의 주의를 당부했다.

예를 들어 기업이 신제품 설명회를 갖고 공무원, 교수, 언론인 등이 포함된 참석자에게 3만원 상당의 선물을 돌리는 경우 불법이지만, 직무관련 공무원에 3만원 상당의 명절선물을 제공하는 것은 합법이다.

또 해외에서 학술행사 등에 교수를 대동해 신제품 발표를 할 경우 의료법에 근거가 있는 제약업계만 항공료 지급 등 교통·숙박 편의제공이 가능하지만, 일반기업 행사는 불가능하다.

A기업 마케팅 담당 B씨는 “10월에 출시할 신제품 홍보를 위해 미디어행사를 가질 계획이나 김영란법에 저촉되는 것이 너무 많아 애로가 많다”며 “법을 지키면서 홍보효과를 거둘 수 있을지, 행사자체를 포기해야 하는 것은 아닌지 고민이다”고 토로했다.
 

같은 듯 다른 김영란법 적용내용 및 김영란법 회색지대[그래픽=임이슬 기자]


대한상의는 사례집 발표로 법령상의 불확실성을 해소할 방침이었지만, 권익위조차 유권해석을 미루거나 판례에 맡기는 등 회색지대가 많아 기업의 주의를 당부했다.

예컨대 기업마다 교수를 사외이사로 위촉하고 업무수행에 대한 대가차원에서 회의참석수당, 임원급 예우차원에서 골프·휴양시설 편의 등을 제공하는 경우가 있다. 여기서 교수라는 이유만으로 김영란법을 적용해야 하는지를 놓고 권익위는 위법으로 법조계는 적법으로 의견 대립 중이다.

대한상의는 당구 게임비는 되고, 금액상 같은 수준인 스크린골프 게임비는 안 되는 것인지, 정당한 업무청탁도 직접적인 업무관련성이 있다는 이유만으로 원천금지 대상인지 등 권익위와 사법부에 사회상규 해석을 둘러싼 불확실성의 조속한 해소를 촉구했다.

C기업 홍보담당 D씨는 “출입기자에게 3만원 이하 식사접대는 가능하지만, 식사하면서 기사를 청탁하면 위법이라는 해석을 듣고 당황스러웠다”며 “상식적 수준의 기업 활동만으로도 범법자가 되지 않을까 난감하다”고 하소연했다.

김영란법과 관련해 기업들은 종업원이 법을 위반한 경우 기업을 함께 처벌하는 양벌규정에 대한 우려와 문의도 많은 것으로 전해졌다. 기업이 양벌규정을 적용받지 않기 위해서는 ‘상당한 주의와 감독’을 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지만, 이에 대한 구체적인 기준이 제시돼 있지 않기 때문이다.

대한상의는 △사규‧가이드라인 정비 △직원 교육 △준법서약서 의무화 △모니터링 시스템 마련 등의 대응책을 제시했다. 이어 “양벌규정을 면책 받으려면 실제 재판과정에서 종합적인 준수 시스템을 얼마나 정착시켰는가 하는 점이 관건이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전인식 대한상의 기업문화팀장은 “최근 식대가 초과될 경우 5만원짜리 식사권을 선물하거나 참석인원을 부풀리는 방식으로 3만원인 식사제공한도를 피할 수 있다는 얘기가 묘책인 것처럼 거론되고 있지만 실제 재판에서 적법한 것으로 인정받기는 힘들다”면서 “법을 회피하려 하기 보다는 기업관행 선진화의 계기로 삼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