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란법 D-1][일문일답]성영훈 국민권익위원장
2016-09-27 06:00
“김영란법은 투명하고 공정한 사회로 나아가는 중요한 출발점”
아주경제 박준형 기자 = 성영훈 국민권익위원장은 청탁금지법(김영란법) 시행을 이틀 앞둔 26일 본지와의 서면인터뷰에서 “투명하고 공정한 사회로 나아가는 중요한 출발점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성 위원장은 “청탁금지법은 부정부패 없는 깨끗한 사회를 만들어야 한다는 압도적 다수 국민들의 염원을 바탕으로 제정된 법”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다음은 성 위원장과의 일문일답.
◆ 청탁금지법 제정 배경은?
“그동안 우리 사회는 청탁이나 과도한 접대가 잘못된 것이라는 점을 알면서도 관행이라는 이름으로 묵인해왔던 것이 사실이다. 예컨대 공공기관에 일이 생기면 정해진 절차를 따르기보다는 잘 아는 지인을 통해 문제를 해결하는 것을 당연하게 생각해왔고, 당장에는 대가성이나 직무관련성이 없더라도 장차 도움 받을 일이 있을 거라는 생각에 값비싼 식사나 선물을 제공하기도 했다. 그리고 그런 문제들이 오랜 세월 동안 누적되면서 공직사회에 대한 국민들의 신뢰가 낮아지는 주요 원인이 돼왔다. 그러나 기존의 형법, 공직자윤리법, 공무원행동강령 등 반부패법령은 적용대상이 제한적이거나 구속력 없는 선언적 규정인 경우가 많아 그 실효성에 한계가 있었다. 이에 기존의 반부패법령의 한계를 보완하는 종합적인 통제장치로 부정청탁과 금품수수를 금지함으로써 직무수행의 공정성과 공공기관에 대한 국민의 신뢰를 확보하기 위해 청탁금지법을 제정하게 된 것이다.”
◆ 청탁금지법은 ‘더치페이법’이라고도 불리는 등 우리 사회에 미치는 파장이 클 것으로 예상된다. 향후 기대효과는?
"청탁금지법이 시행된다고 해서 우리 사회의 모든 부정부패가 일거에 사라진다고 할 수는 없겠지만 부정부패 없는 깨끗한 사회를 만들어야 한다는 압도적 다수 국민들의 염원을 바탕으로 제정된 법인만큼 투명하고 공정한 사회를 향한 중요한 출발점이자 대한민국의 청렴 역량을 한 차원 높일 수 있는 획기적 전환점이 될 것이라 생각한다. 우선 친분이 있는 사람의 청탁도 거절할 수 있는 명분이 생겼기 때문에 학연, 지연, 혈연 등을 기반으로 반복돼 온 청탁문제가 크게 개선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그리고 공직자들이 음식물이나 선물 등을 받는 것이 엄격히 제한되는 만큼 기업 등 민간부문의 접대관행도 보다 검소하고 투명하게 변화할 것이고 그만큼 우리 경제의 건전성도 높아질 것이다. 다만 모든 새로운 법과 제도가 그렇듯이 시행 초기에는 불편하고 낯설고 어색하며 다소간의 혼선도 있을 수 있겠지만 단기적인 소비 위축 등 부작용에도 불구하고 장기적으로는 지속가능한 성장 기반을 마련함은 물론 개인의 삶의 질 향상에도 기여할 수 있을 것이다. 갑을간 부정적 거래관행과 질서의 개편, 일하는 방식의 변화, 가족과 함께 하는 저녁과 주말이 있는 삶에 대한 많은 기대에 동의한다. 다음 세대에게 청탁이나 접대 없이도 누구나 공정하게 경쟁할 수 있는 투명한 사회를 물려주기 위해서는 냉소적 시각이나 우회로와 편법 찾기 노력보다는 솔선수범과 의식의 변화에 집중해야 할 때라고 생각한다."
◆ 그러나 일각에서는 청탁금지법이 광범위하고 모호하다는 지적이 있고 이에 따른 혼선도 예상된다. 이런 우려에 대한 해결책은?
“그간 권익위는 법 적용대상자와 일반국민들의 이해를 돕기 위한 자료를 발간·배포한 바 있다. 청탁금지법 해설집과 교육교재, 공공기관, 학교, 언론사 등 직종별 매뉴얼과 Q&A 사례집 등이 그것들이다. 이러한 자료들을 활용하실 수 있다. 시행 이후 자주 제기되는 주요 질의사항에 대해서는 향후 질의회시집을 작성·배포해 법 시행과 관련한 혼란을 최소화할 수 있도록 해 나갈 예정이니 이 역시 참고해 주시면 좋을 것 같다. 또한 청탁금지법에서는 각 공공기관으로 하여금 청탁금지법 운영을 전담하는 청탁방지담당관을 두도록 하고 있는데 청탁방지담당관은 사전 예방을 위한 상담부터 법 위반 여부 판단까지 하는 중요한 역할을 담당하게 된다. 각 공공기관 내부에서 발생하는 문의들은 1차적으로 청탁방지담당관과 상담을 하고 권익위는 청탁방지담당관들의 안정적인 제도 운영을 지원하기 위해 이들에 대한 교육·문의 대응 등 지속적인 지원을 해나갈 예정이다. 일반 국민들께서도 청탁금지법과 관련한 의문사항이 있으실 때 국민신문고나 권익위 홈페이지를 통해 질의를 해주시면 성실히 답변해 드리도록 하겠다.”
◆ 이른바 ‘3·5·10’ 기준이 논란의 대상이다. 특히 일부 중소 소상공인들의 반대가 많은데 향후 이 부분에 대해 여론 수렴 등을 통해 조정할 의향이 있는가?
“지난 5월 청탁금지법 시행령 입법예고를 실시한 이후 사교·의례 등의 목적으로 제공되는 음식물·선물 등의 가액 범위에 관해 각계의 다양한 의견이 제시됐다. 이에 권익위는 청탁금지법의 입법목적과 취지, 일반국민의 인식, 공정하고 청렴한 사회를 위한 범사회적인 노력이 필요하다는 점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음식물 3만원, 선물 5만원, 경조사비 10만원의 기준으로 정하게 됐다. 농축수산 분야 등 경제와 관련해서는 일부 우려의 목소리가 있는 것은 사실이나, 청탁금지법 시행으로 인한 긍정적인 경제 효과에 좀 더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본다. ▲접대비 감소에 따른 경영상의 비용 부담 완화 ▲불공정·불건전 거래 관행 개선에 따른 산업 전반에 건전한 경쟁구도 확립 ▲국가경쟁력 향상에 따른 해외투자 증대 등의 편익을 고려하면 궁극적으로 경제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생각한다. 법 시행이 임박한 만큼 현재는 청탁금지법이 안정적으로 시행될 수 있도록 만전을 기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법 시행 이후에 발생하는 여러 가지 상황에 대해서는 지속적으로 모니터링을 실시해 철저히 대응해 나가도록 하겠다.”
◆ 교직원과 언론인이 포함된 것을 두고도 논란이 뜨거운데 이에 대해서는 어떤 생각을 갖고 있나?
“부패를 없애고 공정한 사회를 만들기 위해서는 공직부문 뿐만 아니라 민간부문에서도 직무수행의 청렴성이 보장돼야 한다. 이에 OECD 등 주요 국제기구에서도 공공부문과 민간부문을 포괄해 사적 이익을 위해 권한을 남용하는 부패행위를 없애기 위한 방안을 논의 중에 있다. 교육과 언론은 국민들의 일상생활에 밀접하게 연결돼있는 만큼 국가나 사회 전체에 미치는 영향력이 커서 입법정책적으로 적용대상에 포함시킨 것으로 이해하고 있다. 헌법재판소도 사립학교 관계자 및 언론인을 ‘공직자등’에 포함시킨 것이 과잉금지 원칙에 반하지 않는다고 결정한 바 있다.”
◆ 지난해 12월 위원장으로 취임한 뒤 곧 임기 1년이 된다. 그동안 지켜본 우리 사회의 청렴도를 진단한다면?
“권익위는 우리사회의 청렴도를 높이기 위해 부패방지를 위한 제도개선, 부패방지시책 추진, 교육·홍보, 비영리 민간단체의 부패방지활동 지원, 국제협력 등 다각적인 노력을 경주하고 있다. 또한 반부패 분야에서 OECD 뇌물방지 협약 등 글로벌 스탠다드를 준수하기 위해 지속적으로 노력해왔고 그 결과 국제사회의 반부패 협약을 모범적으로 이행하는 국가로 평가받는 등 상당부분 성과를 거둔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지난해 국제투명성기구(TI)에서 발표하는 부패인식지수(CPI)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부패인식지수는 100점 만점에 56점, 순위로는 168개국 중 37위에 머물러 있다. 우리나라 경제규모가 세계 10위권에 이르렀고, 원조를 받던 나라에서 원조국이 된 최초의 국가라는 점, 문화와 예술 분야에서의 강력한 한류 바람 등 다른 분야에서의 우리나라 수준을 감안하면 공공부문은 물론 민간부문 공히 청렴 역량은 아직도 크게 취약한 상태라고 본다."
◆ 검찰에 몸담았던 법조인 출신으로서 우리 사회에 만연한 부정청탁, 부패 등 고질적 병폐를 근본적으로 예방할 수 있는 조치는 무엇이라고 보나?
“우리 사회의 연고·온정주의로 인한 청탁·접대 관행은 부패의 주요 원인이자 부패행위로 직결되는 폐해이나 이를 규제하기 위한 제도적 장치는 미비했다. 국민의 기대수준이 상승하고 부패행위 판단기준의 변화로 전별금, 스폰서 등 종래 온정·연고주의 사회의 관행이 부패로 인식되기 시작했으나 직무관련성이나 대가성이 없는 경우 형법의 수뢰죄로 처벌할 수 없는 등 기존의 부패방지 법령으로는 이런 문제를 효과적으로 통제하는데 한계가 있었다. 청탁금지법은 우리 사회 곳곳에서 학연, 지연, 혈연 등을 기반으로 반복되어 온 잘못된 청탁과 접대문화를 획기적으로 개선하기 위해 제정된 것이다. 이 법이 우리 사회에 뿌리 깊게 자리한 문화를 변화시키는 만큼 시행 초기에 어느 정도의 불편함과 혼란도 있을 것이라 생각하지만 권익위는 청탁금지법이 안정적으로 정착돼 우리 사회를 아우르는 새로운 문화로 자리 잡을 수 있도록 최선의 노력을 다하겠다. 청탁금지법의 시행으로 청탁이나 접대 없이도 누구나 공정하게 경쟁할 수 있는 투명하고 깨끗한 사회를 만들 수 있기를 기대한다.”
◆ 청탁금지법이 정착되고 난 이후 권익위의 주요한 정책 방향은 무엇이 있나?
“권익위는 우리 사회 전반의 청렴수준을 높이기 위해 ‘반부패 3법’을 통해 법·제도적 기반을 강화하고 있다. 청탁금지법 외에 공익침해행위를 예방하기 위해 제정된 공익신고자보호법, 공공재정 부정수급을 효율적으로 차단하기 위해 지난 6월 국회에 제출한 ‘공공재정 부정청구 금지 및 부정이익 환수 등에 관한 법률’(부정환수법)이 그것이다. 공익신고자보호법은 작년에 일부 개정이 이뤄져 국민의 생활안전이나 사회적 약자보호와 관련된 주요 법률이 추가돼 모두 279개 법률에 대한 공익신고자보호제도가 시행 중에 있다. 권익위에서 새롭게 제정을 추진하고 있는 부정환수법이 조속히 통과돼 청탁금지법, 공익신고자보호법과 더불어 ‘반부패 3법’ 구축이 완성될 수 있도록 해나가겠다. 더불어 기업 등 민간부문의 자율적인 반부패 노력을 유도할 수 있는 다각적인 방안도 강구하고 있다. 전국의 혁신도시로 이전한 공공기관과 함께 지역사회로 청렴문화를 확산시키는 한편, 주요 경제단체나 직종별 단체와의 협업을 통해 부패취약분야에 대한 제도개선도 지속적으로 추진해 나갈 계획이다.”
◆ 성영훈 국민권익위원장은?
성 위원장은 검찰 내 주요 보직을 두루 거친 검사 출신으로, 지난해 12월 제5대 위원장으로 취임했다. 1986년 부산지검 검사로 검찰에 입문한 후 인천지검 특수부 부부장, 서울남부지검 차장, 법무부 법무실장, 광주지검장 등을 역임했다. 2011년 9월 대검 공판송무부장을 끝으로 공직생활을 마무리한 뒤 법무법인 태평양으로 자리를 옮겨 변호사로 활동했다. 부인 박수희(51)씨와 사이에 3녀.
▲1960년 서울 ▲연세대 법대 ▲사시 25회(연수원 15기) ▲인천지검 특수부 부부장 ▲법무부 공보관 ▲서울남부지검 차장 ▲대구지검 1차장 ▲법무부 법무실장 ▲광주지검장 ▲법무법인 태평양 고문 변호사 ▲제5대 국민권익위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