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구없는 청년취업-上] 체험형 인턴? 채용형 인턴?…청년 두 번 죽이는 인턴제도

2016-09-26 15:09

[그래픽=김효곤 기자 hyogoncap@]


아주경제 노승길 기자 = '청년 실업률 고공행진, 17년 만에 최대', '치솟는 청년실업률''청년 실업률 11.8%로 3월 기준 역대 최고', '지난해 청년 실업률 역대 최대…올해 전망도 암울'

청년 실업 관련 연일 쏟아지는 기사의 제목들이다. 이것만 봐도 현재 한국사회에서 청년 실업이 얼마나 심각한 상황인지 알 수 있다.

정부 역시 사태의 심각성을 깨닫고 청년 일자리 늘리기를 최우선 국정과제로 삼았다.

이에 박근혜 정부 들어서만 9번에 걸쳐 청년 고용 관련 대책이 쏟아져 나왔지만, 청년 취업시장에 훈풍은 불지 않았다.

실제 박 정부 출범전인 2012년 7.5%였던 청년 실업률은 2013년 8.0%, 2014년 9.0%, 지난해 9.2%로 꾸준히 상승하고 있다. 또 국회예산정책처에 따르면 올해는 9.3%를 기록하고, 내년은 9.4%로 더 높아질 것이라는 전망이다.

정부 정책이 효과를 보지 못하고 있다는 방증이다.

특히 정부가 청년 실업률 해소를 위해 내놓은 '인턴제도'는 취업 한파를 겪고 있는 청년들을 두번 울리는 제도로 전락했다.

공공기관이나 공기업이 운영하는 '체험형 인턴'은 정규직 전환불가를 내걸어 아르바이트 대용이라는 지적까지 나오는 실정이다.

청년 인턴제도는 청년층 미취업자를 대상으로 정부가 임금의 전액 또는 일부를 부담함으로써 공기업 또는 민간기업의 인턴 채용 기회를 제공해 정규직으로 취업가능성을 꾀하는 청년고용 촉진지원사업을 말한다.

이를 통해 신규대졸자 또는 실업상태인 만 30세 미만의 청년층에게 직장 경험을 쌓을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고, 중소기업 및 민간기업에는 부족한 인원과 자금을 지원하는 제도다.

제도의 취지만 본다면 심각한 청년 실업문제를 타개할 돌파구가 될 수도 있을 것이라는 기대감마저 든다.

하지만 실상은 달랐다. 우선 정부의 입김을 받는 공공기관만봐도 청년 인턴 제도의 폐해가 드러난다.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소속 신보라 새누리당 의원이 정부로부터 받은 자료에 따르면 최근 2년간 청년인턴을 한명도 채용하지 않은 공공기관이 전체 분석 대상 308개 기관 중 약 20%에 달했다.

최근 2년간 '체험형 인턴'을 선발하지 않은 기관은 전체의 29%였으며, '채용형 인턴'을 뽑지 않은 기관은 무려 70%를 웃돌았다.

구체적으로 국민건강보험공단의 경우 지난해 664명의 청년인턴을 채용했지만, 정규직 전환은 전무했다. 중소기업은행(500명)과 한국토지주택공사(350명), 한국국제협력단(345명), 한국농어촌공사(196명), 한국산업은행(164명) 등도 정규직으로 전환된 청년은 한명도 없었다. 단, 기업은행의 경우 500명의 인턴 중 82명은 전환이 아닌 신규 채용에 합격, 현재 정규직으로 근무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체험형 인턴은 정규직으로 전환이나 재계약없이 업무를 경험하는 인턴이며, 채용형 인턴은 정규직 전환 등을 위해 채용한 인턴을 말한다.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채용형 인턴제는 정규직 채용을 전제로 운영, 인턴의 70% 이상을 정규직으로 채용토록 하고 있다. 그러나 체험형 인턴제는 직장 체험의 기회를 제공하는 취지로 운영되며, 인턴을 정규직으로 채용할 의무는 없다.

또 공공기관은 각 기관의 특성에 맞게 청년인턴제를 실시할 수 있어 채용형 인턴제와 체험형 인턴제를 자율적으로 선택해 운영토록 하고 있다.

채용형을 뽑을지 체험형을 뽑을지 공공기관의 자율에 맡기고 있지만, 실상은 체험형이 월등히 많았다.

정규직 전환 의무가 없기 때문이다.

청년고용 정책을 책임진 고용노동부 산하 기관도 40% 가까이 최근 2년간 채용형 인턴을 선발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신 의원은 "체험형 인턴에 비해 정규직으로 70% 이상이 전환되는 채용형 인턴을 선발하지 않는 공공기관이 많다"며 "채용형 인턴의 선발을 공공기관에서 더욱 확대해 많은 청년들에게 일을 할 수 있는 기회를 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민간기업 상황은 더욱 좋지 않다.

'장그래'로 대표되는 이들은 정규직을 꿈꾸며 인턴 기간을 '열정페이' 형태의 고강도 노동조건과 턱없이 낮은 임금으로 버티고 있다.

대표적으로 고용노동부가 실시했던 청년취업인턴제는 인턴을 채용한 기업과 인턴으로 참여한 청년에게 각각 지원금을 지급하고, 일정 기간 고용을 유지하면 추가지원금을 지급하는 방식이다.

이 사업을 통해 지난 2009년부터 매년 3만~4만명의 중소기업 인턴 채용이 이뤄졌다.

그러나 청년취업인턴제를 통한 정규직 전환 비율은 턱없이 낮았다.

청년취업인턴제는 인턴기간(3개월)을 다 채우지 못하고 중도탈락하는 비율이 22%에 달하는 데다, 1년 이상 고용유지율도 57%에 불과했다.

또 사업주가 정규직 전환 후에도 인턴 당시의 낮은 임금을 기반으로 임금을 지급하는 경우도 있다. 정부 지원금이 기업의 비용절감 수단으로 활용되는 셈이다.

학계 관계자는 "일부 중소기업이 정부 지원금을 인건비 절감수단으로 악용하고 있다"며 "정규직 전환을 꿈꾸고 '열정페이'를 받으며 버티는 청년들에게 희망을 줄 수 있는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