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반도 덮친 ‘지진 포비아’ 예고된 재앙…“컨트롤타워가 없다”
2016-09-20 14:46
정부도 국회도 재난 매뉴얼 낙제점…부처별로 나뉜 정부대응 체계 및 국회 법안 0건 도마
아주경제 최신형 기자 =“컨트롤타워가 없다.” 사상 유례없는 강진으로 한반도 전역이 지진 포비아(공포)에 빠졌지만, 정부도 국회도 재난 매뉴얼에 따른 선제적 대응전략 마련보다는 ‘소극적 관측’ ‘책임 전가’에 그친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고 있다. 2년 전 한국 사회의 민낯을 드러낸 4·16 세월호 참사 때와 마찬가지도 컨트롤타워 부재로 국가 시스템에 적신호가 켜진 셈이다.
◆ 안전처 ‘불통·먹통’에 국민들 ‘분통’…왜?
20일 여야와 전문가에 따르면 경상북도 경주시 일대에서 발생한 ‘9·12 지진’ 대응에서 드러난 문제점은 △부처별로 나뉜 정부 대응 체계에 따른 효율성 저하 △국민안전처의 안전 불감증 △공공시설물 내진성능 및 내진 설계 미비 △민간건축물에 적용하는 지방세 감면의 허점 △법안 발의에 손 놓은 국회 등이다. 한반도를 강타한 지진 공포가 예고된 재앙이라는 얘기다.
지진 재난 대응 매뉴얼 상 문자 발송 주체는 안전처다. 기상청에 권한이 없다 보니, 문자 최종 승인까지 긴 시간을 허비하면서 재난대응의 신속성 등을 떨어뜨린다는 비판이 나온다.
김정우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이날 기상청으로의 권한 이관을 주장하며 “기상청이 지진 발생을 감지했더라도 문자가 국민에게 도달하는 시간은 10분 내외”라고 꼬집었다. 조경태 새누리당 의원도 “지진 대응이 기상청과 안전처, 국토해양부, 산업통상자원부 등으로 나뉘어 효율적 대응이 어렵다”며 “지진 컨트롤타워 신설 문제를 공론화해야 할 때”라고 말했다.
또한 안전처는 2009년 예산 20억원을 들여 만든 활성단층 지도가 전문가 검증 과정에서 ‘공개 불가’ 결정을 받자, 자진 폐기 뒤 이를 감추다가 문미옥 더민주 의원에 의해 폭로됐다. 안전처가 안전 불감증에 빠졌다는 비판에서 벗어나지 못할 전망이다.
◆ 지진 관련법·예산 낙제점…20대 국회 ‘0건’
문제는 이 뿐만이 아니다. 정부는 ‘지진·화산재해대책법’에 따라 5년마다 기존 공공시설물 내진보강 기본계획을 수립하도록 의무화했다. 현재 1단계(2011년∼2015년) 기본계획 완료에 이어 2단계(2016년∼2020년) 내진보강 기본계획(안)을 수립했다.
하지만 애초 재정 투자액이 3조251억원에 달한 1단계 기본계획은 적정예산 투입 실패로 추진실적이 목표대비 17.5%인 5319억원(2015년 10월 말 기준·국회 입법조사처 분석)에 그쳤다. 또한 공공시설물별 내진성능확보 현황(2015년 10월 전수조사)을 보면, 유기시설(遊技施設)(13.9%)과 학교시설(22.8%), 공공건축물(33.7%) 등의 내진율이 저조한 것으로 나타났다. 전체 31종 시설물 총 10만5448 개소의 내진율은 42.4%였다.
민간 건축물 내진보강도 난제다. 정부는 건축법에 따른 내진보강 의무대상을 제외한 건축물 가운데 내진성능 확인을 거친 건축물에 대해 ‘지방세 감면’ 조치를 단행했으나, 높은 내진공사 비용으로 참여가 저조한 실정이다. 2013년∼2015년까지 3년간 지방세 감면액은 660만원(총 17건)에 불과하다.
국회도 늑장 대응의 원흉이다. 문민정부 시절인 1995년 자연재해대책법을 만든 국회는 이후 재난안전법(2004년), 지진재해대책법(2008년), 지진재해대책법 개정안(2013), 지진화산재해대책법 개정안(2015년) 등을 만들었지만, 다수가 후속 대책에 초점을 맞췄다.
20대 국회 들어 지진의 선(先) 대책과 관련된 법안은 한 건도 발의되지 않았다. 국회 정무위 관계자는 이날 본지와 통화에서 “미증유의 위기인 만큼, 국회도 서둘러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