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영전면에 나선 이재용...'뉴삼성' 본격화(종합)
2016-09-12 18:20
아주경제 채명석·박선미·류태웅 기자 =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사내 등기이사로 선임되면서 삼성그룹 주력 기업인 삼성전자는 2008년 사임한 이건희 회장 이후 8년여 만에 오너 일가가 이사회의 일원으로서 경영에 전면 나서게 된다.
삼성전자가 '갤럭시노트7' 발화문제로 사상 초유의 위기를 맞은 가운데 이 부회장의 선임은 ‘오너 경영’을 통해 위기를 타개하겠다는 의지로 해석된다.
◆이재용 부회장, 사내 이사 선임 배경은
이 부회장의 선임은 다음달 27일 임시 주주총회에서 확정짓는다. 이 부회장은 임시주주총회에서 이사로 선임되면 그날부터 등기이사로서 직무를 수행하게 된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책임경영 차원에서 이 부회장이 등기이사를 맡는 방안을 이사회에서 오랫동안 권유해왔다”면서 “이건희 회장이 장기간 와병 중인 상태여서 이 부회장이 이를 받아들이기로 했다”고 말했다.
재계 안팎에서는 이번 선임으로 대표이사 선임 또는 회장직 승진까지 점치고 있는 상황이다. 그러나 삼성은 “지금 막 이사회 참여가 결정된 상황에서 대표이사 등을 거론하는 것은 시기상조”라며 확대해석을 경계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등기임원으로 선임된 이 부회장은 2선에서 주로 활동해왔던 그동안의 패턴에서 벗어나 그룹의 간판으로 전면에 나서는 일이 많아 질 전망이다.
◆삼성전자 “프린팅솔루션 사업 부문 분할”
삼성전자 이사회는 이날 프린팅솔루션 사업 부문 분할도 의결했다. 이 분야 세계 1위인 미국 HPI에, 사업부문 일체를 포괄양도하는 방식으로 매각키로 한 것이다. HPI는 HP에서 분할된 2개 회사 중 하나다. PC와 프린터 사업을 맡고 있다.
이에 따라 11월 1일자로 삼성전자 프린팅 사업부를 분할한다. 이어 자회사를 신설하는 절차를 거쳐 1년 내 이 회사 지분 100%와 관련 해외자산을 HPI에 매각할 예정이다.
삼성 내부적으로도 프린팅솔루션사업을 팔아넘길 것인지에 대한 고민이 상당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올 초만 해도 B2B(기업간거래) 프린팅 시장을 본격적으로 공략하겠다는 전략을 내놓는 등 공격적인 행보를 보였다.
그러나 프린팅사업 특성상 점유율 확대가 쉽지 않는 탓에 매각 결정을 한 것이다. 수익이 안나는 사업은 과감하게 접고 더 큰 기회를 만들자는 이 부회장의 의중이 대폭 반영된 결과다.
프린팅솔루션사업 매출은 TV, 냉장고, 세탁기, 에어컨 등 소비자가전(CE)부문에 함께 묶여 공시된다. 삼성전자 반기보고서에 따르면 상반기 CE부문의 매출은 22조1702억 원으로 지난해 상반기보다 3.3% 증가해 실적 호조세를 보였지만 이 안에서 프린팅사업이 차지하는 비율은 미미한 수준이다.
이 부회장은 올들어 삼성전자는 인수·합병(M&A)을 통해 사업 경쟁력을 강화하고 있다. 신시장을 개척해 성장가능성이 있는지 판단하는 것인데, 미국 럭셔리 가전업체 데이코 인수를 예로 들 수 있다.
삼성전자는 지난 8일(현지시간) 미국 캘리포니아에서 럭셔리가전업체인 데이코 공식 인수에 최종 사인한 상태다.
데이코는 레인지, 오븐, 쿡탑, 후드, 식기세척기 등으로 구성된 주방 패키지 가격이 2만달러(2200만원) 이상인 북미 럭셔리 가전시장의 대표적인 업체다.
이번 인수로 럭셔리 패키지 라인업을 확대하고 전문유통망을 확보하는 한편 주택·부동산 관련 B2B 사업의 경쟁력을 높이겠다는 게 삼성전자의 전략이다.
성장가능성도 크다. 시장조사기관 트랙라인(Traqline)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글로벌 생활가전 시장의 최대 격전지인 북미에서 지난 2분기에 5대 생활가전 시장점유율 16.7%를 기록, 1위를 차지했다.
미국 생활가전 시장은 연 평균 4% 성장해 2020년 300억달러(32조원) 규모에 달할 전망이다.
지난 6월에는 미국의 클라우드 서비스업체 조이언트도 인수를 통해 경쟁력을 강화하고 있다.
최근 스마트폰 뿐만 아니라 사물인터넷(IoT), 커넥티드(Connected) 기기 수요가 증가하는 상황에서 안정적인 사용자 경험을 제공하는 클라우드 서비스가 중요해졌기 때문이다.
삼성전자는 같은 달 캐나다 디지털광고회사 애드기어도 사들였다. 애드기어의 데이터 관리, 이용자 맞춤형 광고 전송 기술 등을 활용해 '스마트 TV' 광고를 강화하겠다는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