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파원칼럼] 미국 경제, '화이트 스완'이 더 위험하다

2016-09-12 06:00
사소해 보이는 문제들이 대형 리스크로 돌아와

아주경제 워싱턴특파원 박요셉 기자 = ​'블랙 스완'(흑고니))은 월스트리트에서 투자전문가로 활약했던 미국 뉴욕대 나심 니콜라스 탈레브 교수가 쓴 책의 제목이 경제관련 용어로 자리잡은 것이다.

과거의 경험에 비춰 볼 때 극단적이고 예외적인 것이기에 전혀 예측 불가능하지만 일단 발생하고 나면 그 충격과 파장이 엄청나게 큰 사안을 '블랙 스완'이라고 한다.

그런데 요즘 미국을 비롯한 세계 경제의 상황을 보면 전혀 예상치 못한 '블랙 스완’의 출현이 아니라, 어디서나 흔히 볼 수 있는 백조, 즉 '화이트 스완'에서 비롯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모두가 알면서도 간과하고 있는 ‘화이트 스완’의 존재가 경제 위기를 몰고 온다는 것이다.

미국이 이미 예고된 금리 인상을 아직도 주저하는 상황, 중국의 경제성장 둔화와 그에 따른 금리 인하, 일본의 양적 완화 등 산적한 국제경제 문제 뿐 아니라, 아직 완전히 벗어나지 못한 불안정한 부동산 시장, 늘어나는 가계부채, 다시 오르는 해고와 감원 등 문제는 항상 붙어 다니는 일상의 문제가 되어 버렸다.

이렇듯 경제를 언제든 위기에 빠뜨릴만한 위력을 가진 요인은 언제 어디서나 흔히 볼 수 있으며 발달된 통신기술과 얽히고 설킨 글로벌 경제구조로 인해 이 모든 리스크 요인이 경제에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게 요즘 상황이다. 즉 미국경제 도처에 도사리고 있는 ‘화이트 스완’들이 위기의 원인이라는 분석이다.

몇 개월 전 중국의 경제 성장률이 7%가 안 된다는 이야기가 루머로 밝혀졌던 해프닝으로 세계의 증시 또한 철렁했었는데 이제는 그것이 현실이 되고 말았다. 전세계적으로 돈을 풀어 유동성 확대 정책을 편 후 이제는 경제가 어느 정도 안정을 찾았다고 한 것이 불과 엊그제 일인데 또 다시 글로벌 침체 얘기가 나돌고 있다.

이제 미국 및 세계경제의 위기란 호숫가 모퉁이에서 돌연히 나타나 우리를 놀라게 만드는 '블랙 스완', 다시 말해 발생 가능성이 아주 낮은 확률이지만 그 파급효과는 엄청나 파국으로 몰고 가는 그런 종류의 것이 아니다.

호숫가를 걷다가 모퉁이를 돌아서면 당연히 물위에 떠 있을 수백 아니 수천 마리의 화이트 스완 중에 하나를 만나는 것과 같은 것이다.

물론 이미 예견된 위험은 시장에 미치는 영향이 제한적이지만 도처에 그처럼 예견된 리스크가 많아진다면 가랑비에 옷 젖는 것은 시간문제일 수 있다.

미 중앙은행인 연준이 금리인상에 대해 말로만 올린다고 변죽만 올리다가 막상 올리지 않거나 정작 올리는 일이 현실화됐을 때 벌어질 혼란을 감안한다면 충분한 이 역시 충분히 ‘화이트 스완’이 될 수 있다.

이러한 위험 때문에 국가경제 뿐 아니라 개인적으로 주식이나 투자를 하는 사람들도 이미 알려진 리스크 요인들의 변화를 보다 면밀하게 살펴볼 것이 요구되고 있다.

경제 뿐 아니라 모든 부분에서 사소한 위기들에 둔감해지며 위기의 원인이 될 문제들을 방치하고 있다는 점에서 언제부터인가 사람들이 블랙 스완을 화이트 스완으로 착각하고 있다는 해석도 가능하다.

미국 내 곳곳에서 수 없이 발생하는 총기 관련 사건들을 근본적으로 해결하지 못하다가 대규모 총기 참사가 이어지고 있다. 사소해 보이는 문제의 근본 원인을 파악하고 있지 못하면 언젠가는 커다란 손실과 손해를 야기하는 리스크를 피할 수 없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