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드정국 끝나고 소녀상 정국 시작되나

2016-09-08 14:59

아주경제 강정숙 기자 =지난 5일 주요 20개국(G20)정상회의 계기에 열린 한중 정상회담을 통해 한중 간 사드 갈등이 숨고르기에 들어간 가운데, 7일(현지시간) 열린 한일 정상회담 이후 소녀상을 둘러싼 석연찮은 뒷말이 오가고 있어 소녀상 정국이 시작된게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일본 정부가 위안부 피해자 지원을 위해 설립한 '화해·치유 재단'에 10억 엔(약 112억원)을 내는 안건을 각의(국무회의)에서 가결한 지난달 24일 오후 서울 종로구 구 일본대사관 앞 소녀상 손에 사과가 놓여있다. [유대길 기자, dbeorlf123@ajunews.com]


7일 열린 박근혜 대통령과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와의 정상회담은 일본군 위안부 문제 합의 이행 이후 한일 관계의 현주소가 드러나는 자리였다는 평가다.

지난달 말 일본의 10억엔 송금으로 일본군 위안부 문제에 대한 한일 정부간 12·28 합의 이행이 사실상 완료된 이후 양국 정상이 처음 대면한 자리에서 양국 관계발전에 대한 희망과 함께 이른바 소녀상 문제도 같이 거론됐다는 점에서다.

일본 요미우리 신문은 8일 라오스 수도 비엔티안에서 열린 한일 정상회담에서 아베 신조 일본 총리의 소녀상 철거 요구에 대해 박 대통령이 "소녀상 문제는 언급하지 않고 '합의를 착실하게 실시해 가는 것이 중요하다'고 답했다"고 보도했다.

이 신문은 "회담에 동석했던 하기우다 고이치 일본 관방부장관이 박 대통령의 발언에 대해 '소녀상의 사항을 포함한 대답이라고 생각한다'는 의견을 밝혔다"고 보도했다.

일본 정부가 "착실하게 실시해 가는 것이 중요하다"는 박 대통령의 발언을 두고 소녀상 철거 이행을 의미한다는 자의적 해석을 내리고 있는 셈이다.

이에 대해 청와대 관계자는 박 대통령은 정상회담에서 소녀상에 대해 언급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양국 간 위안부 합의가 성실히 이행돼 한일 관계가 미래지향적으로 나아갔으면 좋겠다는 취지의 발언만 했다는게 이 관계자의 설명이다.

하지만 청와대는 전날 한일 정상회담 관련해 아베 총리의 소녀상 철거 요구 부분을 아예 브리핑에서 뺐다.

문제는 박 대통령은 아베 총리 면전에서 "소녀상 철거는 합의 사항이 아니다"라는 말조차도 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두 정상은 회담에서 그동안 과거사 핵심 현안인 일본군 위안부 문제로 한일 양국 관계가 어려운 상황이었으나, 양국이 이 문제에 대해 합의하고 합의 사항을 이행하면서 관계 발전의 모멘텀이 마련됐다는데 공감했다.

박 대통령이 회담에서 소녀상 문제를 직접 언급하지 않고 "12·28 합의의 성실한 이행으로 양국 관계를 미래지향적으로 발전시켜나가길 바란다"(청와대 관계자)고 말한 것도 이런 측면을 고려한 것으로 보인다.

일본군 위안부 문제에 대한 일본 정부의 태도가 민간 차원의 소녀상 건립으로 이어진 만큼 일본 정부의 향후 행동이 중요하다는 점을 강조했다는 점에서다. 하지만 박 대통령이 아베 총리의 발언에 부정도 긍정도 하지 않았다는 점에서 석연치 않다는 것.

이와 관련, 박 대통령은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지원을 위한) 화해·치유 재단 사업을 통해 피해자분들의 명예와 존엄 회복 및 마음의 상처 치유가 하루속히 이루어질 수 있도록 앞으로도 계속 협력해 나가자"고 말했다.

박 대통령은 앞서 지난 4월 26일 언론사 편집·보도국장들과 오찬 간담회에서 "지금 소녀상 철거하고 (위안부 문제 관련 한일 합의가) 연계가 되어 있느니 어쩌니 하는데 이건 정말 합의에서 언급도 전혀 안 된 그런 문제인데, 그런 것을 갖고 선동을 하면 안 된다. 이게 피해자 분들을 돕는 게 아니거든요. 그것은 전혀 사실이 아니다"라고 말한 바 있다.

그렇다면 소녀상 철거 문제가 "정말 합의에서 언급도 전혀 안 된 그런 문제"라면 아베 총리에게 단호하게 말을 했어야 했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