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보사, 단기수출보험 시장 놓고 ‘혈투’
2016-09-08 00:00
아주경제 한지연 기자 = 무역보험공사(이하 무보)가 독점하던 단기수출보험 시장의 빗장이 풀리면서 손해보험사들의 경쟁이 격화되고 있다.
올 상반기에만 KB손해보험과 AIG·현대해상·동부화재 등 4곳의 손보사가 출사표를 던지면서 시장 선점을 위한 혈투가 시작됐다.
7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금융위원회는 최근 KB손보를 비롯해 4곳의 민간 보험사에 단기수출보험 사업 허가를 내줬다. 단기수출보험이란 단기적(2년 이내)으로 수출기업 및 수출자의 대금회수가 불가능한 경우 손해를 보상해주는 보험이다. 금융당국이 오는 2017년까지 관련시장에서 민간 보험사의 시장 점유율을 40%로 끌어올리겠다는 의지를 내비친 만큼 보험사들의 움직임도 적극적이다.
단기수출보험은 기업용과 금융기관용 상품으로 분류된다. 2년전부터 전담팀을 꾸려 대응한 AIG손보는 지난달 손보사 가운데 가장 먼저 기업용 단기수출보험을 출시하고 다수의 수출 중소, 중견기업과 계약을 진행 중에 있다.
AIG손보 관계자는 "단기수출보험은 수입자의 수입실적, 수입국 정치안정도, 보험 가입규모 등 다양한 정보활용능력이 중요하다"며 "100개국에 퍼진 해외 네트워트를 활용한다면 충분히 경쟁우위를 확보할 수 있다"고 말했다.
KB손보는 다음달에 기업 및 금융기관용 단기수출보험을 동시에 출시한다. 일반기획부 내에 관련 TF를 조직해 상품 출시 작업과 영업전략을 위한 막바지 준비가 한창이다. 현대해상과 동부화재도 올해 말 상품 출시계획을 세우고 전담팀을 구성해 경쟁사 동향파악에 나섰다. 수출보험은 해외 수입자 정보파악과 수입국의 신용리스크가 관건인 만큼 대외 모니터링도 꼼꼼히 하고 있다.
한 손보사 관계자는 “단기수출보험은 손해율이 낮은 우량기업을 얼마나 확보하느냐가 중요하다”며 “결국은 영업력이기 때문에 상품 출시 전부터 수출 대기업 중심으로 물밑작업이 한창”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 역시 “단기수출보험은 상품구조가 비슷하기 때문에 가격경쟁력이 가장 중요하다”며 “수출 물건이 많은 제조사를 갖춘 금융계열사들은 회사별 컨설팅, 보험료 할인 등 벌써부터 다양한 유인책을 내놓고 있다”라고 전했다.
보험연구원에 따르면 무보의 단기수출보험 인수실적은 180조원(2013년 기준) 규모로, 10년전과 비교해 100배 이상 커졌다. 한국 수출규모가 700조원을 넘어서면서 이미 무보가 담보할 수 있는 수준을 넘어섰다.
보험연구원 관계자는 "시장에 경쟁자가 많아지면 단기수출보험의 상품 및 가격경쟁력이 강화될 것"이라며 "손해율이 낮은 우량기업 중심으로 보험이 판매될 것이라는 일부 우려가 있지만 이는 무보가 독점했을 때도 마찬가지였다"고 지적했다.
이어 "장기적으로도 보증보험 영역에서 글로벌 기업과 경쟁할 수 있는 기반이 마련된 만큼 리스크 수준이 적정한 우량 중견·중소기업을 많이 발굴하는 게 성공의 열쇠"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