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란법 D-21] 강남 룸살롱 찾는 발걸음 벌써 뚝 끊겨..."한달만 지나도 문닫는 곳 나올 것"

2016-09-06 14:42
매출 반토막 감원·전업 속속 포착 … 일각선 "법망 피해 각종 편법 기승 부릴 것"

새벽시간 서울의 한 유흥거리. 형형색색의 간판 불빛이 어두운 밤거리를 환하게 밝히고 있다.. [사진=아주경제DB]


아주경제 조득균 기자 = 유흥업계도 김영란법(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 시행을 앞두고 전전긍긍하는 모습이다. 유흥업소 법인카드 사용액은 최근 매년 1조원을 웃돌고 전체 법인카드 사용액의 10%를 넘어서고 있다. 김영란법이 시행될 경우 식사비 3만원 한도 때문에 법인들의 유흥업소 접대가 사실상 불가능해 웨이터나 업소 여성들은 다른 일을 찾을 수 밖에 없는 상황이다.  

6일 한국유흥음식업중앙회에 따르면 전국의 유흥업소는 2만5000여개(종사자 22만622여명), 서울지역의 유흥업소는 2500여개(3만2605명)에 달한다. 업소가 밀집된 강남의 경우 현재 300여개가 운영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룸살롱·단란주점·스탠드바 등 유흥업소가 경기침체로 이미 극심한 경영난을 겪고 있는 가운데  '김영란법' 시행 시점이 20여일 앞으로 다가오면서 손님들의 발걸음이 뚝 끊긴 상황이다.

소규모 업소들은 '여태껏 배운 게 이것 뿐이라며 어떡하든 살아보겠다'는 의지로 업종 전환을 고려하는 모습인 반면, 중·대형 업소들은 법망을 피할 수 있는 편법 접대 방안을 모색하는 분위기도 감지되고 있다. 

강남의 한 룸살롱 실장은 "경기 침체로 가뜩이나 장사가 안 되는데 김영란법이 시행되면 매출 감소는 말할 것도 없다"면서 "빈 룸이 많이 발생할 게 뻔한데 웨이터를 줄여야 할 판"이라고 볼멘소리를 했다.

논현동의 한 단란주점 전무는 "김영란법 시행 여파로 룸살롱이 완전히 없어지진 않겠지만, 유흥 문화의 중심에서 사라지는 것은 시간문제"라며 "앞으로 10년 뒤면 룸살롱은 과거의 요정처럼 일부 업소만 명맥을 이어갈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역삼동 한 룸살롱 매니저는 "법 시행 전부터 매출이 엉망인데 앞으로 어떻게 해야 할지 고민이다"면서 "평소 50~60% 이상을 차지하던 대기업 등의 법인카드 고객들이 대부분 발길을 끊어 하루 매상이 반토막난 업소도 상당수에 달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토로했다.

실제로 지난해 기업들이 법인카드로 결제한 접대비 10조원 가운데, 1조원가량이 유흥업소에서 사용한 것으로 나타났다.

국회 산업통상자원위원회 소속 이찬열 의원이 지난 7월 국세청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법인 59만1694곳이 법인카드로 결제한 접대비는 총 9조9685억 원으로 집계됐다.

이 가운데 유흥업소에서 사용한 금액은 1조1418억 원으로 8년째 1조 원을 넘어섰다. 유흥업소별로는 룸살롱이 6772억 원으로 전체 유흥업소에 서의 결제액 중 59%를 차지했다. 그 뒤로 단란주점(18%)과 식당(11%) 요정(9%) 나이트클럽과 카바레(3%)순이었다.

김영란법이 본격 시행되더라도 뿌리 깊은 접대문화가 100% 근절되지는 않을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법망을 피해 각종 편법행위가 기승을 부릴 것이라는 얘기다. 

종로의 한 노래바 사장은 "일단 더치페이로 계산한 뒤에 접대하는 측에서 현금 또는 상품권으로 식사비를 돌려주는 방식으로 편법을 쓸 수 있다"고 귀뜸했다.

이어 "일부 유흥업소들은 단골 손님들을 대상으로 금액을 미리 결재하는 '선결제 방식'도 사용하는 것으로 전해들었다"면서 "강남과 종로 등 일부 업소 여러 곳에서 이미 몇 백만원씩 선결제를 받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2004년 도입됐다가 부작용만 키운다는 여론 속에 5년 만에 폐지된 접대비 실명제의 전철을 김영란법이 밟을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접대비 실명제는 기업이 건당 50만원 이상의 접대비를 지출할 경우 접대 목적과 접대자 이름, 접대 상대방의 상호와 사업자 등록번호 등을 기재하도록 한 것이 골자다. 

당시 접대비 실명제를 피하기 위해 '영수증 쪼개기'와 함께 '카드 나누기'라는 편법이 생겨났을 정도다. 일각에선 "김영란법에서도 식사비 한도인 3만원을 넘는 비용을 지불하기 위해 비슷한 편법을 쓰지 말라는 법이 없다"고 말했다.

3만원 이상 식대비를 지불됐을 때는 접대 대상의 인원수를 부풀릴 수 있고, 접대 대상자를 일일이 확인하는 것 자체가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이유에서다.

한국유흥음식업중앙회 한 지부회장은 "부정부패를 척결하자는 김영란법으로 인해 경제계가 큰 어려움을 겪고 있다"면서 "법이 본격 시행되도 편법에 기승한 접대문화는 사라지진 않을 것으로 전망되지만 업계의 현실이 녹록지만은 않은 것이 사실"이라고 전했다.

한편 
정부는 6일 황교안 국무총리 주재로 열린 국무회의에서 '김영란법' 시행령안을 통과시켰다. 이로써 국민권익위원회가 2012년 청탁금지법을 입법 예고한 지 4년여 만에 법적 절차가 마무리되고 예정대로 오는 28일부터 법이 시행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