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진, 해운 털어냈지만 채권시장선 싸늘
2016-09-05 11:09
아주경제 김부원 기자= 한진해운의 법정관리 신청과 함께 주식시장에서 대한항공과 한진에 대한 평가가 긍정적으로 돌아서고 있지만, 채권시장의 시선은 여전히 싸늘하다.
일부 증권사들이 두 회사에 대해 목표주가를 상향조정하거나 '매수' 투자의견을 제시하고 있는 것과 달리, 신용평가사들은 신용위험 확대 가능성에 주목하는 모습이다.
5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주요 증권사들은 한진해운 추가 지원에 대한 리스크가 해소됐다는 이유로, 한진그룹 주력사인 대한항공의 목표주가를 상향 조정하고 있다.
강성진 KB투자증권 연구원은 "기존 대한항공 목표주가는 한진해운에 대한 1조원 지원을 전제로 한 것"이라면서, 최근 목표주가를 4만원에서 5만3000원으로 올리고 투자의견 '매수'를 제시했다.
한국투자증권은 대한항공의 목표주가를 4만2000원으로, 동부증권과 하이투자증권도 똑같이 4만원으로 올렸다.
한진그룹 지배회사인 한진에 대한 전망도 나쁘지 않다. NH투자증권은 한진해운 관련 부담에서 벗어나고 있다는 점을 감안해 한진에 대해서 투자의견 '매수'를 제시했다.
그러나 채권시장에서는 아직 한진해운 리스크가 해소됐다고 보긴 이르다는 평가를 내놓고 있다. 나이스신용평가는 "한진해운의 기업회생절차 신청으로 금융시장 내 한진그룹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이 제기될 수 있다"고 밝혔다.
이 신평사는 "그에 따라 대한항공, 한진 등 주요 계열사의 차입금 관련 차환위험 증대 등 신용위험 확대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어 모니터링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한국신용평가는 "한진해운의 기업회생절차 신청에 따른 추가지원 불확실성 해소와 궁극적인 리스크 절연은 대한항공 신용도에 긍정적이다"고 평가했다.
한신평은 "반면 대한항공이 기존에 지원했던 채권에 대한 추가적인 손상처리 확정(잔액 2734억원)과 더불어 한진해운 영구교환사채 차액정산계약 이행이 현실화돼 1631억원의 자금부담으로 단기적인 재무부담 요인이 발생한다"고 덧붙였다.
현재 나이스신평을 비롯해 한신평, 한국기업평가 등 3대 신평사 모두 대한항공의 신용등급으로 'BBB+'와 '부정적'을 제시하고 있다. 한진에 대해선 한기평이 'BBB+'와 '부정적'을 제시했고, 다른 두 신평사는 'A-'와 '부정적'을 내놓은 상태다.
금융투자업계 한 관계자는 "한진해운의 법정관리 여부와 무관하게 대한항공에 대한 신용등급 강등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라며 "채권시장에선 여전히 한진해운 리스크가 해소됐다고 보기 어렵다"고 말했다.
한편, 한진해운 공모회사채 잔액은 4000억원 규모이며 이중 개인투자자 보유분은 약 15%(645억원) 수준인 것으로 파악된다.
금융당국은 2011~2013년 발행 당시 투자적격(A등급)을 받았던 만큼 불완전판매 소지가 낮은 것으로 판단하고 있으며, 회사채 시장에 미치는 영향도 제한적일 것으로 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