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격화하는 中 한류 제재…시장 다각화로 돌파구 찾아야
2016-08-31 06:00
가수 싸이 통편집, 김우빈·수지 현지 팬미팅 취소 등 '금한령'(禁韓令) 가시화
아주경제 박상훈 기자 =중국의 한류(韓流) 콘텐츠 제재가 가시화하고 있다.
지난 24일 중국 공산당 인민일보 자매지 환구시보에 따르면 중국 장쑤(江蘇)TV는 앞선 21일 예능 프로그램 '개세영웅'(蓋世英雄)을 방영하며 가수 싸이와 뮤지컬 그룹 아이콘 등 한류스타들의 출연 장면을 통편집하거나 모자이크 처리했다.
이는 같은 달 13일 저장(浙江)위성TV가 예능 프로그램 '도전자연맹 시즌2'에 게스트로 출연한 가수 황치열의 모습을 흐릿하게 하거나 삭제한 것과 비슷한 조치다. 이미 한·중 양국에서 동시 방영 중인 드라마 '함부로 애틋하게'의 주연 배우 김우빈과 수지의 중국 현지 팬미팅이 취소됐고, 중국 후난(湖南)위성TV 드라마의 여주인공을 맡아 촬영 중이던 배우 유인나도 중국 배우로 교체될 것이라는 보도가 나온 터라 이번 장쑤TV의 조치는 '중국 정부의 '금한령'(禁韓令)이 고개를 드는 것 아니냐'는 우려를 낳고 있다.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소속 추혜선 정의당 의원은 지난 11일 "중국 광전총국은 그동안 공식적으로 문서에 의해 제재하지는 않았지만 유선 등으로 중국의 위성방송사들에게 한류 콘텐츠나 한국 연예인 등의 출연을 자제하라는 요청을 했으며 중국 내 방송사, 배급사, 온라인 인터넷회사 등 한류콘텐츠 업체들의 거래처나 사업파트너 회사들이 크게 동요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밝혔다. 추 의원은 또 "중국 현지 제작사들은 한국관련 콘텐츠라는 것을 드러내지 않기 위해 '한류'라는 표현조차도 꺼리는 분위기"라고 전했다.
중국의 한류 제재를 두려워만 해서는 안 되고, 중국 의존도를 줄여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이주형 창원대 중국학과 교수는 "'한국적'인 콘텐츠만 고집할 게 아니라, 중국·일본·동남아 등을 두루 아우르는 객관적이고 포괄적인 한류로 거듭나야 한다"고 말했다.
문화 전문가들은 정치·외교적 갈등 상황이 아니라도 중국은 자신들의 필요에 따라 한류 '밀당'을 할 수 있다며, 동남아·유럽·중동 등으로 한류 시장을 다각화하는 동시에 완벽한 현지화 전략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또한 가상현실(VR)·증강현실(AR)·웹 콘텐츠 등 새로운 유통경로를 개발해 중국 일변도에서 벗어날 것을 주문한다.
중국의 한류 제재가 한국의 '밥줄'을 움켜쥐는 산업 피폐화의 원흉이 될지, 한류 체질개선의 마중물이 될지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