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뮤지컬 ‘스위니 토드’ 조승우·옥주현, 이 같은 조합이 또 있을까
2016-08-24 17:06
조승우·옥주현, 첫 호흡에도 찰떡 궁합 과시
최소화된 무대 장치가 두 배우의 열연 돋보이게 해
최소화된 무대 장치가 두 배우의 열연 돋보이게 해
아주경제 정등용 기자 =무대는 허전했지만 공허함은 전혀 느껴지지 않았다. 국내 뮤지컬계를 대표하는 배우 조승우와 옥주현은 완벽한 연기력으로 빈약해 보일 수 있는 무대를 가득 채웠다. 두 배우는 첫 번째 만남이라는게 무색할 정도로 ‘찰떡궁합’의 호흡을 선보였다.
탐욕스러운 판사에게 아내와 딸을 빼앗긴 한 이발사의 복수를 그린 뮤지컬 ‘스위니 토드’는 2007년 초연 당시만 해도 큰 흥행을 이루지 못했다. 팀 버튼 감독이 제작한 동명 영화 역시 국내 팬들의 큰 관심을 끌지 못했다.
사람의 시체를 잘라 파이로 만드는 모습은 잔인하지만 우스꽝스러운 장면으로 묘사된다. 조승우와 옥주현은 천연덕스러운 몸짓과 만담으로 관객의 웃음을 자아낸다. 특히, 상위 계층 사람의 육질을 직업에 따라 다양하게 표현하는 대사는 섬뜩하면서도 억압받는 민중의 속을 시원하게 만든다.
인육 파이 생산에 완벽한 협업을 이룬 조승우와 옥주현은 연기에서도 관객의 만족도를 높이기에 충분했다. 특히, 옥주현은 자신의 강점인 가창력이 많이 드러나지 않는 공연 곡들 속에서 연기만으로도 통할 수 있는 배우란 걸 입증했다.
두 배우의 이러한 연기가 빛을 발한 데에는 무대 장치를 최소화한 의도된 연출도 큰 몫을 했다. 이는 관객의 눈이 무대 배경이 아닌 온전히 배우로 집중하게끔 했는데, 이 역시 배우의 연기력이 받쳐주지 않았다면 큰 효과를 거둘 수 없었을지도 모른다.
조승우와 옥주현의 조화가 가장 극에 달한 때는 1막의 마지막이다. 긴 대사의 디테일을 하나도 놓치지 않고 섬세하게 전달했고, 그 와중에도 능청맞고 유머러스한 대사로 관객들을 쥐락펴락했다.
에릭 셰퍼 연출과 함께 이번 작품에 참여한 작곡가 겸 작사가인 스티븐 손드하임의 음악도 빼놓을 수 없는 부분이다. 스릴러 영화의 거장 알프레드 히치콕의 팬으로 알려진 손드하임은 기괴한 분위기의 음악으로 작품의 스산함을 배가시켰다.
전체적으로 어두운 분위기의 스위니 토드는 화려한 연출과 시원하게 내지르는 음악을 기대한 관객의 취향에는 맞지 않을 수 있지만, 이야기의 구성과 캐릭터의 뚜렷한 색깔은 충분히 매력적으로 느껴질 것으로 보인다.
10월3일까지 서울 송파 샤롯데씨어터에서 공연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