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의 농어촌] "혁신은 어렵고 고통스럽다"

2016-08-23 13:42
김진영 사장 직무대행, aT의 혁신과 변화 소개

김진영 aT 사장 직무대행[사진=aT]

아주경제 김선국 기자 ="혁신(革新)은 ‘가죽을 새로 바꾼다’는 뜻으로 매우 어렵고, 때로는 고통스러운 일입니다."

김진영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 사장 직무대행은 23일 "글로벌 경쟁시대에 혁신은 선택이 아니라 필수"라며 농업분야의 변화와 혁신을 강조했다. 

최근 농업은 ‘먹는 농업’에서 벗어나 바이오, 관광, 에너지 등 전방위로 영역이 확대됐다. 다양한 분야와 융복합하면서 6차산업으로 발전하는 농업은 변화와 혁신을 통해 창조경제가 꽃을 피울 수 있는 분야라는 게 그의 주장이다.

김 사장은 "공기업은 '틀에 박혔다, 경직됐다', 농업분야는 '보수적이다, 성장가능성이 없다'는 등 선입견과 비판이 있다"며 "농업 관련 공공기관인 aT는 이를 극복하기 위해 우리농업과 식품산업 분야에서 새로운 사업을 발굴하고, 농업인과 국민의 시각에서 업무를 개선하는 등 끊임없이 도전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한국 농식품은 좁은 국내시장을 넘어 중국 만리장성과 이슬람의 검은 장막을 뚫으며 해외로 뻗어나가고 있다"며 "생산자와 소비자를 직접 연결하는 다양한 직거래 모델을 개발하고, 사이버거래, 1단계 유통도 전개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믿고 즐기는 직거래…전국 농산물 직거래 페스티벌 개최

지난해 10월28일에 열린 농산물 직거래·로컬푸드 페스티벌 행사장에서 조규희 셰프가 로컬식재료를 이용한 쌈요리를 시연하고 있다. [사진=aT]


농산물 유통은 복잡한 유통단계와 높은 유통비용이 고질적인 문제로 지적돼 왔다. 이에 정부는 2013년부터 농산물 유통구조개선대책을 수립해 도매시장 중심의 기존 유통경로와 경쟁할 수 있는 '농산물 직거래'를 활성화하고 있다.

농산물 직거래는 유통단계를 축소해 유통비용을 줄이고, 그 혜택을 생산자와 소비자에게 돌려주는 상생의 유통방식이다. 직거래를 하면 농가수취가격은 일반 마트에 비해 19.5% 높은 반면, 소비자 판매가는 20.1% 저렴하다. 

이같은 상생 직거래가 전국으로 확산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소비자 인식과 참여가 중요하다는 판단아래, aT는 2013년부터 직거래에 관한 모든 정보와 체험을 한 자리에 모아 농산물 직거래페스티벌을 개최하고 있다. 

3회째를 맞은 지난해에는 새로운 변화를 시도했다. 전국에 흩어져있는 로컬푸드직매장, 직거래장터 등을 동시에 여는 것이다. 단, 직거래 유형과 장단점, 이용방법, 정부지원정책 등 다양한 정보 제공과 직거래 고수들을 소개하는 오프라인 전시행사는 기존대로 진행했다.

이 가운데 aT는 10월 28일부터 11월 8일까지를 페스티벌 주간(Week)으로 정해 전국 직거래사업장에서 자체 기획행사를 추진했다. 이때 용진농협 로컬푸드직매장, 김포농협 로컬푸드직매장 등 총 122개 사업장이 참여했다. 페스티벌 기획상품 판매, 특별 할인, 요리교실, 수확체험 등 다채로운 행사로 지역소비자들을 맞이했다.

예컨대, 경기도 고양시에 위치한 원당농협 로컬푸드직매장은 35가족을 버섯농장으로 초청해 국산톱밥을 이용한 화분만들기, 표고버섯 천연조미료 만들기 체험행사를 열었다.

주부들은 집으로 돌아가기 전 원당농협 직매장에서 장을 봤다. 쌈채소, 방울토마토, 친환경 유정란 등 직거래 농식품의 신선함에 놀라고, 저렴한 가격에 또 한 번 놀랐다는 후문이다. 이들은 각종 행사에서 직거래 홍보대사 역할을 하고 있다고 전해진다.

이외에도 이원일 세프와 함께 한 라이브 쿠킹쇼, 미니언즈를 패러디한 어니언즈의 직거래 여행기 카툰, TV․라디오 광고캠페인 등을 추진해 주부들을 비롯한 20~30대 젊은 층까지 직거래에 대한 인식이 확산되는 계기가 됐다.

김형목 aT 기획조정실장은 "전국 농산물 직거래 페스티벌이 지역 소비자들에게 큰 호응을 받을 수 있었던 이유는 사전에 치밀하게 계획된 마케팅 때문"이라며 "페스티벌 개최 4개월 전부터 주부들을 대상으로 한 농산물 직거래 서포터즈를 발족했다. 이들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활용해 지역별 직매장 정보, 제철농산물 요리, 온라인 쇼핑몰 이용 팁 등을 재밌고 생생하게 전달했다"고 설명했다. 

◆철도와 농식품이 만나 6차산업 성과 '톡톡'

농림축산식품부와 aT, 코레일이 협업해 만든 '대한민국 명품기차 전통명주'[사진=aT]

박근혜 농정의 하나가 농업의 6차산업화다. 그러나 6차산업을 표방한 농식품 가공업체들이 난립하면서 문제가 하나둘씩 불거지고 있다. 대부분이 영세한 업체여서 인지도 확산이나 소득과 직결되는 판로 확대에 한계가 드러나고 있기 때문이다. 

전통식품업체의 경우 연매출 3억원 미만이 전체의 75%를 차지하고 있으며, 종사자가 10인 미만인 경우가 81%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 업체의 74.6%가 직접 판매에 의존하는 소규모 직거래 방식으로 그 역량이 턱없이 미흡하다. 또 전통가공식품 생산과 서비스산업과의 연계가 미흡해 농업의 부가가치는 점점 낮아지는 추세다. 

전통식품은 우리 농산물을 주원료로 하기 때문에 국산 농산물의 안정적인 수요처로서 농업의 부가가치를 증진시킬 수 있는 중요한 산업이다. 지역을 기반으로 음식·관광 등 다양하게 연계한 6차 산업화를 통해 지역경제 활성화와 일자리 창출에도 기여할 수 있다. 

aT는 이같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전통식품 현장체험과 코레일(Korail) 관광과 유통을 연계한 6차산업화를 추진했다.

이를 위해 aT는 코레일과 2014년 2월 6차산업과 관련한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철도 인프라와 연계한 전통식품 판로확대와 농촌관광 활성화를 위해 서로 협력하기로 한 것이다.

두 기관은 국내 최초로 관광열차와 연계한 전통식품 체험 프로그램을 운영했다. 체험 루트는 2013년 7개에서 지난해 10개로 늘리고, 농식품부 지정 식품명인과 함께하는 체험프로그램을 마련해 전통식품의 우수성을 홍보했다. 

이 프로그램은 전통식품에 대한 인지도와 호감도를 향상시켰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또 코레일의 인프라(철도와 관광열차)와 aT의 콘텐츠(우수 전통식품과 식품명인)를 활용한 효율적인 협업 사례로 꼽힌다. 

안동소주, 추성주, 이강주, 왕주 브랜드의 열차모형 전통주 신상품도 개발·판매하면서 애주가들의 호평을 얻었다.

김형목 실장은 "애주가들의 향수를 자극하고 지역경제를 활성화 시키기 위해 지역우수양조장을 발굴해 ‘찾아가는 양조장’이라는 관광상품으로 개발했다"며 "이는 전통주 생산과 관광, 체험이 가능한 스토리텔링이 있는 복합공간으로 거듭났다"고 말했다. 

◆공기업 최초 해외 복합물류센터 구축…칭다오 농수산식품물류센터

칭다오 물류센터 전경.[사진=aT]

aT는 중국 산둥성 칭다오에 물류·마케팅 기능이 복합된 냉동·냉장 물류센터를 지난해에 건립했다. 한국 농식품의 중국시장 수출활성화와 현지 마케팅을 지원하기 위해서다. 

aT는 ​2011년 10월 중국 칭다오(靑島)에 현지법인인 칭다오 aT물류 유한공사를 설립했다. 칭다오 농수산식품물류센터를 세우기 위해 aT는 현지기업(금풍원) 인수방식을 통해 적정 부지를 확보하고, 물류센터 건설공사를 착수했다. 법인설립 4년 만인 지난해 8월 물류센터를 개장했다.

물류센터의 규모는 냉장·냉동·상온창고 3519평, 사무동·부속동 623평으로 40피트 컨테이너 기준으로 약 200대 분량을 동시 보관할 수 있는 규모다. 

aT는 물류센터를 통해 물류비 절감효과와 비금전적 효과를 얻는 성과를 거두고 있다고 평가했다. 

물류비 절감효과면에서는 해외 공동물류센터 지원사업의 보관료 지원으로 가격경쟁력을 확보함으로써 냉장·냉동식품 수입확대와 매출증가로 이어졌다. 또 기존에 여러 곳에 분산 운영되던 창고를 통합된 물류센터 이용으로 창고간의 운송비와 시간을 절감했다. 

특히 일정한 보관 온도 유지가 가능해 보관제품의 품질관리가 좋아졌다. 입고시간 단축으로 냉장·냉동식품의 손실률도 감소했다. 전산시스템 데이터베이스(DB)에 의한 재고관리로 출고시간과 배송시간이 단축되고, 유통기한별, 제품별, 포장별 선입·선출이 잘 이뤄지게 됐다. 

aT와 물류업체, 통관 전문업체, 한국식품 바이어가 한 물류센터 건물에 입주해 있어 한국식품의 통관, 법률, 신제품 정보를 손쉽게 활용할 수 있다는 것도 큰 이점이다.

김형목 실장은 "물류센터가 문을 연 후부터 한국농식품의 재고 및 품질관리, 업무량과 손실률, 안전성과 서비스 등 모든 분야에 있어서 질적 향상을 가져와 대외적인 신뢰도를 증가시켰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