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은행 '민영화 5수' 이번엔 성공할까?

2016-08-22 16:25

윤창현 공적자금관리위원장이 22일 우리은행 매각 방안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그래픽=임이슬기자 90606a@]


아주경제 문지훈 기자 = 금융위원회와 공적자금관리위원회(공자위)가 22일 우리은행 매각 방안을 발표하면서 '민영화 5수'를 마감할 수 있을지 금융권 안팎의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특히 이번 매각에서는 입찰 가격뿐만 아니라 비가격 요소가 포함, 민영화 성공 요인의 핵심이 될 전망이다.

금융위와 공자위는 이날 '우리은행 과점주주 매각 방안'을 발표하며 예금보험공사가 보유한 우리은행 지분 51.06% 중 30%를 투자자별로 4~8%씩 쪼개 매각키로 했다.

◆ '실패의 역사' 써온 우리은행 민영화…4전 5기 도전 성공할까

1990년대 외환위기 당시 가장 많은 공적자금을 지원받은 우리은행에 대한 민영화 작업은 지난 2010년부터 지금까지 총 네 차례 진행됐으나 모두 무산됐다. 신제윤 전 금융위원장을 비롯해 이순우 전 우리금융지주 회장 등이 모두 "직을 걸고 민영화하겠다"며 강력한 의지를 내비쳤으나 금융권 안팎의 반대를 비롯해 유효 경쟁이 성립되지 않아 고배를 마셔야 했다.

2010년 첫 매각 당시에는 우리금융지주와 계열사인 지방은행 매각을 병행 추진해 총 11곳이 입찰 참가의향서(LOI)를 제출했다. 하지만 독자민영화 컨소시엄이 입찰 참여를 포기하는 등 유효경쟁이 성립되지 않을 것으로 예상돼 매각 절차가 중단됐다.

이후 2011년 5월 두 번째 매각 당시에는 티스톤파트너스와 보고펀드, MBK파트너스 등이 LOI를 냈으나 MBK파트너스만 예비입찰에 참가해 유효경쟁이 성립되지 않아 또 다시 무산됐다.

2012년 세 번째 매각 당시에는 '메가뱅크' 필요성 바람을 업고 KB금융지주가 우리은행 입찰에 나섰으나 정치권 등의 반대로 포기한 바 있다. 이어 교보생명 컨소시엄마저 예비 입찰을 포기하는 등 한 곳도 응찰하지 않아 현 정부로 공이 넘어갔다.

결국 금융위와 공자위는 2013년부터 2년에 걸친 네 번째 매각 시도에서 우리금융을 비롯한 전 계열사 일괄 매각 방침을 포기하고 지방은행과 증권 등 일부 계열사를 분리 매각키로 선회한다. 그 결과 경남·광주은행과 우리파이낸셜, 우리투자증권 패키지(우리투자증권·우리자산운용·우리아비바생명·우리저축은행) 등을 분리 매각하는 데 성공했으나 우리은행 경영권 매각에는 실패했다.

이에 따라 금융위와 공자위는 지난해 7월 우리은행 매각 방식을 경영권 지분 매각과 과점주주 매각 방식을 동시에 추진하는 '투 트랙' 전략을 취하기로 했으나 최종적으로 과점주주 매각 방식만 추진키로 최종 결정했다.

◆ 민영화 여건 마련 OK

은행권에서는 지난해 정부가 매각 요건으로 내세운 민영화 여건은 마련된 것으로 보고 있다.

당시 금융위와 공자위는 우리은행 민영화 여건으로 기업가치 제고 노력 강화와 예보와의 경영정상화 이행약정(MOU) 개선 등을 내세운 바 있다.

우리은행의 주가는 22일 현재 주당 1만250원이다. 2013년 말 1만3300원이었던 우리은행 주가는 2014년 6월 말 1만2050원, 2014년 말 1만원, 지난해 7월 10일 9310원 등 지속적으로 하락해 한 때 8000원대까지 내려앉았으나 최근 실적 등을 기반으로 오르기 시작해 1만원선으로 복귀했다.

공적자금 회수 기준으로 꼽히는 1만3000원 수준에는 미치지 못하지만 최근 우리은행의 실적 등을 감안하면 1만2000원대까지 높아질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2014년 말 취임한 이광구 우리은행장 역시 직접 유럽과 미국, 일본 등 해외 기업설명회(IR)에 참가하는 등 기업 가치를 높이기 위해 적극 나서기도 했다.

예보와 우리은행의 경영정상화 MOU 역시 올해부터 대폭 개선됐다. 관리 지표 중 판매관리비용률과 1인당 조정영업이익을 삭제하는 한편 자기자본순이익률(ROE)을 추가했다. 또 고객기반 확대, 시장우위 확보 등 경영·영업 전략이나 리스크 관리, 인력·경비 관리 부분 등 비재무 부분에 대한 목표 역시 완화했다.

윤창현 공자위원장 역시 "그동안의 수요 점검 결과 경영권 매각은 쉽지 않다는 것을 다시 한 번 확인할 수 있었다"며 "과점주주 매각에 참여하고자 하는 수요는 상당 수준 존재하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 비가격요소 '관건'…공자위 "자본 국적 따질 이유 없어"

금융위와 공자위는 높은 입찰가격을 써낸 투자자에게 우리은행 지분을 매각하지만 이 과정에 비가격 요소를 평가한다는 방침이다.

금융위와 공자위가 결정한 예정 가격 이상으로 입찰 가격을 제시한 투자자 중 가격과 비가격 요소를 종합적으로 평가해 높은 점수를 받은 투자자에게 우리은행 지분을 넘기겠다는 것이다.

종합 점수가 동일할 경우 높은 가격을 써낸 투자자가 낙찰자로 선정되며, 점수와 가격이 같을 경우 보다 많은 지분을 매입하는 투자자가 선정되는 방식이다.

금융위와 공자위는 비가격 요소에 대한 구체적인 지표와 기준 등은 아직 마련되지 않은 상태라고 밝혔다.

다만 금융권 안팎에서는 정부가 투자자가 국내자본 또는 외국자본인지 여부와 산업자본(비금융주력자) 또는 금융자본(금융주력자) 여부를 어느 정도 반영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실제 우리은행 매각과 관련해 중국의 안방보험이 입찰 참여 유력 후보자로 꼽히고 있다.

우리은행의 전통성 등을 감안하면 외국자본에 넘기는 게 부담스러울 수 있어 이 같은 요소들을 반영하지 않겠냐는 것이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자본의 국적을 따지는 것은 국제소송감으로 있어서는 안 될 일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전성인 홍익대 교수는 "해외자본 차별은 자유무역협정(FTA) 등에 위배되는 등 국제 소송으로도 이어질 수 있는 문제"라며 "지분을 4%만 보유하게 된 산업자본에게도 사외이사 자리를 허용할 것인지, 4%를 초과 보유하지만 의결권을 포기하겠다고 할 경우 어떻게 처리할지 등 해외자본 여부보다 산업자본 처리가 더 문제다"라고 말했다.

그러나 금융위와 공자위 측은 자본의 국적을 따질 이유가 없다는 입장이다.

안동현 공자위 매각소위원장은 "국적을 차별할 이유는 없다고 보고 있다"며 "사모펀드나 장기투자자들에 대한 차별이 있을지는 모르겠으나 국적을 제외한다는 것 외에는 결정된 게 없다"고 말했다.

헐값 매각 논란 역시 정부가 피해야 할 과제 중 하나로 꼽힌다. 현재 예보가 보유한 우리은행 지분을 매각해 공적자금 회수를 완료하려면 주당 1만3000원을 받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