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 태화강 십리대숲···"음이온에 깃든 힐링 바람"
2016-08-20 14:20
박 대통령 방문 이후 주말 방문객 9427명···검색어 조회수 3.7배 늘어
휴게시설 따로 없는 점 아쉬워
휴게시설 따로 없는 점 아쉬워
아주경제 정하균 기자 ='나무도 아닌 것이 풀도 아닌 것이/곧기는 누가 그리 시켰으며/속은 어이하여 비어 있는가/저리하고도 사계절 늘 푸르니/그를 좋아하노라'
윤선도의 〈오우가〉 중 ‘죽(竹·대나무)’에 실린 노래이다.
최근 박근혜 대통령이 여름 휴가차 찾은 울산 싶리대숲이 사람들의 입소문을 타고 인기를 얻고 있다.
십리대숲은 대한민국 20대 생태관광지 중 하나로 꼽힌다. 태화강공원 서쪽에 솟은 오산을 중심으로 삼호에서 용금소(태화루)까지 10리(약 ㎞)구간의 23만6600㎡ 대나무군락지를 '태화강 십리대숲'이라 부른다.
무려 10리다. 이만한 규모의 대숲은 우리나라 다른 곳에선 찾기 힘들다.
십리대숲은 태화강대공원에 포함돼 있다. 태화강대공원은 서울 여의도공원의 2.3배 크기로, 대숲을 비롯해 자연의 생태환경을 사람의 힘을 보태 효과적으로 보존해 놓았다.
250m 길이의 덩굴식물터널, 1만 700㎡ 부지에 한국, 중국, 일본 원산의 대나무 63종이 심어진 대나무생태원은 여름철의 볼거리다. 봄엔 꽃양귀비를 비롯해 수천만 송이의 꽃이 만발해 장관을 이룬다.
십리대숲의 대나무는 고려중기 문장가인 김극기의 태화루 시(詩)에 그 모습이 묘사돼 있다. 1749년 울산 최초 읍지인 '학성지'에도 기록으로 전해진다. 대나무 숲에선 공기속의 비타민이라 불리는 음이온이 다량 발생해 신경안정과 피로회복 등 병에 대한 저항성을 키우는 효과가 있다고 한다.
폭염이 정점에 달한 20일 오후 큰 마음 먹고 10리를 걸어봤다.
입구에 들어서자 하늘을 찌를 듯이 쭉쭉 뻗은 십리대숲의 대나무들이 한낮 무더위를 식혀주는 든든한 그늘이 된다. 빼곡히 들어선 대나무 숲길을 걷는 것은 피로에 찌들렸던 스스로의 심신에 제공하는 최고의 '힐링'이 아닐 수 없다.
대나무 숲에서 뿜어져 나오는 맑고 시원한 공기는 코와 입을 자극한다. 한 걸음 한 걸음 숲길을 걷다보면 어느 덧 이마에는 땀이 송글송글 맺힌다. 땀을 닦는 순간, 불어오는 바람 속에 섞인 타 지역에서 온 관광객들의 말소리가 귀를 간지럽힌다.
서울에서 휴가차 가족과 함께 이곳을 찾은 김상호씨(37)는 "매년 여름휴가를 이맘때 쯤 잡는다. 사실 올해는 남해쪽으로 방향을 잡았지만, 박근혜 대통령이 다녀갔다는 소식을 듣고 한 번 방문했다"며 "울산에 이렇게 좋은 곳이 있는 줄 몰랐다"고 감탄했다.
김씨의 아내 안소영씨(33)는 "10리를 걸으면서 부부사이에 평소 하지 못했던 대화를 터 놓고 할 수 있는 것 같아 좋다"며 "자식이 생기면 꼭 한 번 다시 찾고 싶다"고 웃음지었다.
십리대숲 전체를 조망하려면 강 건너편에 있는 태화강 전망대로 가서 보는 게 좋다.
전망대는 4층 규모인데 시원한 강바람 맞으며 십리대숲의 전경을 한눈에 바라볼 수 있다. 3층에 위치한 360도 돌아가는 회전카페에서는 차 한 잔 즐기며 태화강 전체를 감상하는 여유를 즐기기에 충분하다.
최근 이곳에선 이색 퍼모먼스 행사가 열려 시민들의 이목을 집중시켰다.
울산시에 따르면 최근 박근혜 대통령이 방문한 이후 중구 태화강대공원 십리대숲의 주말 하루 방문객은 9427명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같은 기간 주말 하루 평균 2000여명이 찾은데 비해 약 5배에 달하는 수준이다.
한 포털사이트 모바일 분석 자료에 따르면 태화강대공원 십리대숲의 검색어 조회수는 1만2200건으로 지난해(3290건)에 비해 3.7배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관광객이 증가하는 만큼 지역 상권 매출도 큰 폭으로 오르고 있다. 태화강대공원 먹거리단지는 하루 매출 30%가량 오른 것으로 조사됐다.
태화강대공원 인근엔 음식점들이 많지만 대숲을 포함해 공원 안엔 먹고 마시면서 쉴만한 휴게시설이 따로 없는 점이 아쉼움으로 남는다.
문병원 울산시의회 예산결산특별위원장은 지난 17일 울산시에 대한 서면질문을 통해 태화강 십리대숲에 대해 편의시설을 확충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문 위원장은 "태화강 십리대숲은 태화강변을 따라 약 4.3㎞에 걸쳐 대나무 숲을 이루고 있는데 박근혜 대통령의 방문으로 전국적으로 관심을 받고 있고 실제로 방문객이 늘어나고 있다"면서 "지속적인 관광효과를 이어가기 위해선 관광객들에게 체험할 수 있는 다양한 관광콘텐츠를 제공해야 한다"고 주문한 바 있다.
꽤나 시간이 흘렀는지 배꼽시계에 알람이 울렸다. 인근 음식점에 들어가 뭘 먹을까 궁리하는데 주인 아주머니가 "시원한 국수 한 그릇 좋지 않겠소"라며 사람 좋은 미소를 보낸다.
10리를 걸은 피로가 한 순간 날아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