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현장] 이정현 새누리당 대표, 그 파격의 '씁쓸함'

2016-08-17 18:00

아주경제 이수경 기자 = # "경선하실 때 우병우 수석의 퇴진을 얘기하셨는데 입장이 바뀌셨나요?"
"(일어서며) 이따가.." (8월 12일 오전, 이정현 새누리당 대표 기자 간담회 중)

# "우병우 수석이 개각에서 빠졌는데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우 수석이 개각 대상입니까?" (8월 17일 오전, 이정현 대표의 백브리핑 중)

이정현 새누리당 대표가 취임한 지 1주일이 지났다. 최고위원회의에서 불필요한 공개발언을 자제토록 하고, 사무처 직원들을 만나 '아우'라고 칭하는 그의 모습은 그야말로 '파격적'이다. 

하지만 '파격'의 뒷맛은 개운치 않다. 친숙, 개방, 효율 쯤의 키워드로 정리되는 그의 행보에 투명, 소통 등의 단어는 찾아보기 어렵다. 독단과 파격의 그 경계선에서 위태로운 걸음을 걷는 모양새다.

최고위원회의에서 특정인에 대한 공개적인 망신주기 등은 대표적인 '봉숭아학당'의 장면이었다. 그러나 문제는 발언의 내용이지 발언 그 자체가 아니다. 정당의 방향을 가늠케 했던 공개 발언은 사라지고, 이 대표만 혼자 하는 백브리핑만 남았다.

각종 의혹에 휩싸인 우병우 청와대 민정수석의 거취 논란, 413 총선 공천개입 녹취록 파문 등 현안에 대해서는 아예 응대를 피하는 모습이다. 당 대표 경선 당시 TV토론회에서 '우병우 수석이 사퇴해야 하는가'라는 질문에 그는 'O'라고 쓰여진 팻말을 들었었다. 당선 이후 우 수석에 대한 질문이 나오면 그는 대답을 회피하며 자리에서 일어서는 모습을 보였다.

"이 기회에 우리 정치의 관행적 부패를 뿌리뽑기 위해 모든 국민이 납득할 때까지 정치자금 수사는 진행해야 한다고 본다." 지난 2015년 4월, 이른바 '성완종 리스트' 사건과 관련해 이 대표가 당시 최고위원회의에서 한 말이다. 하지만 공천 때마다 있었을지 모를 관행을 규명할 수 있는 녹취록에 대해 그는 '민생 현안이 최우선'이라는 말로 사실상 조사를 거부했다. 정작 자신의 세월호 보도개입 혐의에 대해서도 그는 입을 다물고 있다. 

이 대표는 자신의 '진정성'을 알아달라고 호소한다. 민생현장을 발로 뛰는 모습은 박수를 받을 일이다. 그러나 현안에 침묵하고 언로(言路)를 차단하는 행보가 이면에 있는 한, '쇼'라는 비난은 피하기 어렵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