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 마이너스 금리 속 은행들 직접 현금보관 검토
2016-08-17 10:34
아주경제 윤세미 기자 = 은행들이 현금 뭉치를 안전한 대형 금고에 보관한다는 생각은 옛날 영화에나 어울릴 법하지만 유럽 전역에서 금리가 제로 밑으로 떨어지자 일부 은행과 보험사들은 이런 방법까지 고려하기 시작했다.
금리가 더 떨어져 실제로 은행들이 이런 현금을 쌓아놓는 것이 더 합리적으로 판단할 경우 중앙은행들의 성장률 부양을 위한 마이너스 금리정책의 효과는 무색해질 수 있다고 파이낸셜타임즈(FT)는 지적했다.
지난 3월 유럽중앙은행(ECB)의 금리인하로 민간 은행들은 ECB에 돈을 예치하려면 매년 0.4% 수수료를 물어야 한다. ECB가 은행들의 대출 독려를 위해 2014년부터 시작한 마이너스 금리정책으로 은행들은 지금까지 약 26억4000만 유로의 비용을 부담했다.
FT에 따르면 그 중 하나는 ECB 예치금을 현금으로 인출해 따로 금고에 비축하는 것이다. 독일 손해보험사인 뮌헨레 그룹은 이미 수천만 유로의 현금을 ‘관리가능한 비용’에 보관하고 있다. 코메르츠방크를 비롯한 여타 독일 은행 두 곳 역시 이와 현금 보관을 고려 중이다. 그러나 스위스의 경우 스위스 연기금이 현금 보관을 위해 막대한 현금 인출을 신청했을 때 스위스 중앙은행은 지급을 거부한 것으로 알려졌다.
만약 금융기관들의 현금 보관 현상이 확산될 경우 경제적 여파는 상당할 수 있다. 은행들이 중앙은행에 예치금리를 물지 않는다면 기준금리 인하의 영향도 받지 않게 되므로 중앙은행의 금리 인하는 대출 증대로 이어지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다만 한 독일의 은행 관계자는 FT에 직접 현금 비축이 일반적인 방식으로 자리잡을 가능성은 낮으며 은행들이 이렇게 극단적으로 나서는 것은 마이너스 금리 정책에 항의하는 것이라고 풀이했다. 그는 “현금 비축은 그 누구에게도 도움이 안 된다. 은행들은 막대한 비용을 지출해야 하고 중앙은행은 기준금리를 낮춰봐야 아무 효과를 거둘 수 없다. 양측이 모두 피하길 원하는 방법”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