짐싸는 차이나머니 … 금융시장 중국계 자본 썰물 타나
2016-08-16 18:14
아주경제 한지연 기자 = 국내 금융시장에서 차이나머니가 썰물처럼 빠져나가고 있다.
글로벌 금융시장의 불확실성이 커지고 있는데다 열악한 투자환경으로 국내 금융사에 대한 투자 매력도가 떨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최근 사드(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한반도 배치 이후 왕서방의 보복성 돈 줄 죄기 경향이 짙어지면서 금융투자 및 엔터·주식 시장은 긴장감마저 감돌고 있다.
16일 금융권에 따르면 최근 매각 절차가 진행중인 한국 ING생명은 중국 자본이 인수 의지를 밝혔다 철회하면서 매각에 빨간 불이 켜졌다. ING생명은 국내 5위권 생보사로 총자산규모가 약30조원에 달해 올 상반기 국내 보험 M&A시장에서 최대어로 꼽혀왔다.
ING생명 매각 자문사인 모건스탠리는 당초 중국 생보업계 5위인 '타이핑생명'과 중국 민간 금융그룹인 '푸싱그룹', 중국계 사모펀드인 'JD캐피털' 등 3개사를 적격인수후보로 선정했다. 그러나 가장 인수가능성이 높았던 타이핑생명이 ING생명 대주주인 MBK파트너스에 돌연 인수 의사를 철회하면서 매각 자체가 무산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ING생명의 본입찰은 당초 지난 12일 진행될 예정이었지만 무기한 연기된 상태다.
금융업계 관계자는 "저성장, 저금리 등으로 보험업에 대한 수익성이 악화되고 있는데다 최근 중국 당국이 사드 문제로 한국에 대한 투자를 보류하라는 지침을 내리면서 인수를 철회한 게 아니냐는 소문이 나오고 있다"며 "ING생명 매각협상에 참여한 모든 자본이 중국계인 셈이라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상황이다"고 말했다.
중국 안방보험도 한국알리안츠생명 인수 의사를 밝힌 지 4개월이 지난 지금까지 금융당국에 대주주 적격성 심사를 신청하지 않고 있다. 지난해 2월 안방보험이 동양생명 인수를 발표한 후 1개월만에 적격성 심사를 신청한 것과 비교하면 매우 대조되는 행보다.
보험업계 일각에선 이번 사례도 ING생명과 비슷한 배경이 작용한 게 아니냐는 분석이다.
업계 관계자는 "안방보험이 중국 금융당국의 세무조사를 받고 있는데다 한·중 간의 정치적인 문제까지 얽히면서 눈치를 보는 게 아니냐는 얘기가 나오고 있다"며 "인수가 더디게 진행되면서 알리안츠생명만 고객이탈, 직원사기저하, 수익감소 등 직·간접 피해를 보고 있다"고 말했다.
차이나 리스크로 불안에 떠는 건 엔터테인먼트 업계도 마찬가지다. 중국 기업들이 여론에 기대 일방적으로 국내 투자를 철회하면 이미 제작에 들어간 영화·공연·드라마 등에 막대한 손실이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관련업계에 따르면 올 상반기 중국 기업에서 국내 엔터업계에 투자한 금액은 총 1억 6130만 달러(한화 약 1800억원)로 이미 지난해 전체 투자액을 넘어섰다. 이는 상반기 집행된 중국 기업의 국내 총 투자금액의 70%에 육박한다.
전문가들은 한국 내 차이나머니 이탈이 본격화될진 아직 미지수지만, 단기적으로 금융시장에 부담으로 작용할 가능성은 커졌다는 분석이다.
김선영 신영증권 중국전략담당 연구원은 “차이나머니가 IT, 산업, 경기소비재, 부동산 등 다양한 영역에서 올 상반기에만 해외 146개 기업(5142억 위안)을 싹쓸이 할 정도로 왕성한 식욕을 보이고 있다"며 "다만 중국은 여론 분위기에 따라 갑작스런 규제, 불이익이 나타날 수 있는 만큼 해당 국가에 대한 스탠스를 지속적으로 주시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