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파원칼럼] 오바마케어 3년에도 ‘의료비 공포’는 여전해
2016-08-14 21:39
미 정부 야심찬 정책 효과 의문, 한인들 "아프면 한국으로"
아주경제 워싱턴특파원 박요셉 기자 = 미국 버지니아주에 사는 홍모씨는 현재 한 대형 병원에 갚아야 할 의료비가 2만달러(2200만원)가 넘는다.
지난해 홍씨는 배가 아파서 찾아갔던 동네 개인병원에서 간단한 담석 제거 수술이 필요하다는 진단을 받고 수술이 가능한 대형병원에서 수술을 받았다.
그가 수술을 위해 입원한 기간은 불과 1박2일, 수술 이튿날 아침 퇴원 수속을 하며 받아든 병원의 청구서에는 총 4만달러(4400만원)가 넘는 금액이 찍혀 있었다.
모든 미국인들에게 건강보험 혜택을 제공하겠다며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주도하는 건강보험 시스템 개혁법, 이른바 ‘오바마케어’에 따라 보험에 가입했던 한씨는 보험에서 부담하는 절반 가량을 제외하고 나머지 절반을 아직 갚지 못하고 있다.
미국에 사는 한인들 뿐 아니라 대부분의 미국인들이 가장 두려워하는 것은 흔히 발생하는 총격 사건도, 이슬람국가(IS)에 의한 테러도 아니다. 언제 닥칠지 모르는 질병이나 사고에 따른 천문학적인 의료비가 미국인들에게는 최대의 잠재적 공포라고 할 수 있다.
“돈 없는 사람은 아프면 그냥 죽는 수 밖에 없다”는 말은 바로 세계 최강의 경제대국 미국인들이 괜히 하는 말이 아닌 분명한 현실이다. 이들에게 한국의 건강보험 시스템에 관해 알려주면 놀라 입을 다물지 못하며 부러워한다.
앞서 예를 들었던 홍씨는 담석증을 앓았던 것 외에 최근 1년 사이 치아가 두개나 빠졌지만 치과에는 단 한번도 가지 못했다. 필요한 치료를 받으려면 적어도 5000달러(550만원) 이상 필요하지만 그가 가입한 저가형 보험은 치과 치료비가 한푼도 커버되지 않는다.
실제로 많은 재미 한인들이 임플란트 등 고가의 치과 치료 뿐 아니라 웬만한 병 치료를 위해 한국에 가고 있다. 왕복 항공료에 한국에서의 체제비와 치료비 모두 합쳐도 훨씬 돈이 덜 든다는 이유 때문이다.
이렇게 한국에 병을 치료하러 간 한인들 중 상당수가 편법으로 한국 건강보험의 혜택을 받고 있다. 단기 체류자들도 받을 수 있던 혜택이 최근 까다로워지자 한국의 가족이나 지인의 보험증을 제시하고 치료를 받는 일이 흔하지만 운 나쁘게 걸려도 별 문제 없이 지나가는 일이 대부분이라고 한다.
건강보험 개혁도 별 효과 없는 미국의 엄청난 의료비 문제가 힘들게 일해서 돈벌어 세금내는 한국 국민들과 정부의 부담까지 가중시키는 일이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오바마 대통령이 국정의 제1목표로 야심차게 추진하고 있는 건강보험 시스템 개혁 ‘오바마케어’가 정책 시행 3년째를 맞고 있다.
오바마 대통령은 오바마 케어가 모든 미국인들에게 보험 혜택을 제공하게 될 것이라고 기회 있을때마다 장담한바 있다.
그러나 현실은 그렇지 못하다. 최근 의회예산국 (CBO)의 보고서에 따르면, 2025년에도 2천 5백 만명의 사람들은 여전히 무보험 상태로 남아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게다가 직장에서 제공하는 건강보험 보유자 수는 지금보다도 700만 명까지 감소할 것으로 전망된다. 실제로 일부 대형 유통 체인점 및 식당 등에서 보험료 부담을 이유로 직원들을 대량 감원하는 일이 이미 벌어지고 있다.
이번 미국 대선에서 집권 민주당의 아킬레스건이 되고 있는 오바마케어 정책은 대통령과 정부의 공약과 현실 사이에서 얼만큼의 거리가 나타날 수 있는지 보여주는 대표적인 사례로 남을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