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왕 "고령 부담...황태자에 승계돼야" 퇴위 의사 표명
2016-08-08 15:52
200년 만에 첫 생전 양위 가능성...특별법 제정 가능성도
아주경제 문은주 기자 = "다른 형태로 국민들을 지켜보겠다"
영상을 통해 대중 앞에 선 아키히토 일왕의 메시지는 간결했다. 80세가 넘는 고령으로는 일왕의 임무를 다할 수 없는 만큼 황태자에게 왕위를 계승하는 것이 적당하다는 주장을 우회적으로 표현했다.
◆ "책임감 갖기엔 고령이 부담...국민 이해 바란다"
약 10분 길이의 이 영상은 전날인 7일 황족이 머무는 궁내청에서 촬영된 것으로 알려졌다. 당초 예상대로 일왕은 이 자리에서 '양위', '퇴위' 등의 직접적인 표현은 삼갔다. 헌법상 일왕은 정치에 관여할 수 없는 만큼 퇴위 의사를 공개적으로 밝히면 추후 법적 논란을 불러 일으킬 수 있다는 우려가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NHK 등은 영상 중계를 앞두고 궁내청 주변에는 관광객 등 많은 사람들이 몰리면서 일왕 퇴위에 관심을 가졌다고 보도했다. 일왕을 더 이상 볼 수 없는 점은 아쉽지만 연로한 만큼 건강을 돌보는 것도 좋겠다는 의견도 나오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로 일왕은 82세인 지금까지도 많은 공무에 참여하고 있었지만 최근 암 수술을 받는 등 건강에 대한 우려가 나오고 있었다.
◆ 200년 만에 '생전 양위'...여성 승계 가능성에도 집중
일왕이 생전에 왕위 계승을 하고 싶다는 의사를 간접적으로 밝힌 데 이어 한 달여 만에 대국민 메시지를 내놓으면서 일본 왕실의 제도와 구성 등을 정해 놓은 '왕실전범'의 개정도 불가피해졌다. 왕실전범에 따르면 일왕은 생전에 양위를 할 수 없다.
현재 왕위 계승 1순위는 나루히토(德仁) 왕세자다. 만약 왕위 계승 작업이 순조롭게 이어지면 약 200년 만에 생전 퇴위가 이뤄진다. 지금까지 일왕이 살아 있는 동안 왕위를 넘긴 것은 에도시대 후반기인 1817년 고가쿠(光格) 일왕(1780∼1817년 재위)이 마지막이었다.
향후 정치적 악용 가능성을 제한하기 위해 황실전범 개정보다는 특별법을 만들자는 의견도 일부 나오고 있다. 어떤 방향으로든 퇴위 후 일왕의 신분과 처우, 칭호 등이 교체에 집중할 것으로 보인다. 또 왕실전범 제정 이후 처음으로 여성 일왕이 인정 여부에도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황실전범 개정 제안이 나온 것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고이즈미 준이치로 전 총리가 집권했던 지난 2005년에는 여성 황족이 비황족과 결혼해도 왕위를 계승할 수 있는 방향으로 개정을 목표했지만 신중론이 제기되면서 보류됐다.
노다 요시히코 전 총리가 집권하던 지난 2011년에도 황족 감소 등의 문제가 제기되면서 여성 황족 승계가 가능하도록 황실전범을 개정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왔다. 이 개정안은 막바지 검토 작업까지 이르렀지만 이듬해인 2012년 이후 아베 정권이 출범함에 따라 개정 작업이 백지화됐다.
일본 정부는 여론의 동향을 파악하면서 각계 대표로 구성된 지식인 회의를 설치하는 등 구체적인 대응을 검토하겠다는 입장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