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초대석]조석 한수원 사장 “UAE원전 운영지원계약은 간접비 포함 약 1조원…중동과 새로운 관계 구축 의미”

2016-08-08 08:00
“파견 직원은 대체로 국내 급여의 2배 이상…UAE에 수준 높은 처우 요구”
“향후 중동 시장진출의 발판…유럽 시장 수출 가능성도 타진”

조석 한국수력원자력 사장[사진제공=한국수력원자력]



아주경제 송종호 기자 = 지난달 20일 한국수력원자력은 UAE에 건설 중인 한국형 APR1400 원전의 운영지원을 위해 UAE원자력공사(ENEC)와 ‘운영지원계약(OSSA)’을 체결했다.

이번 계약은 UAE측이 한수원의 40년 국내 원전운영 노하우와 기술을 높이 평가했기 때문에 가능했다. 이번 운영지원계약을 진두지휘한 조석 한수원 사장을 만나 그간의 이야기를 들어봤다.

◆“계약 규모는 간접비 포함 약 1조원…중동과 새로운 관계 구축 의미”

이번 계약은 간접비를 포함애 최소 약 1조원 규모로 추산된다. 조석 사장은 “공식 계약 규모는 간접비를 제외하고, 10년간 6억 달러”라며 “간접비는 주택 임차료, 보험금 등인데 대략 3억2000만 달러로 추정되고, 간접비를 포함하면 최소 약 1조원”이라고 말했다.

한수원이 바라카 원전 4기에 대해 10년간 맺은 운영계약은 간단히 말해 UAE 바라카 원전운영에 필요한 고도의 기술을 갖춘 인력을 파견하는 것이다. 파견 인력은 연간 평균 210명 정도이며, 최대 400명이다.

조석 사장은 “계약기간은 올해부터 4호기 준공 후, 10년인 2030년까지”라며 “UAE측은 2030년 이후 UAE자국민에 의한 운영자립화를 목표로 현지화를 희망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한수원 측은 현지화 진행상황이 변수이기는 하나, 무엇보다 파견직원의 기술력에 대한 신뢰감이 지속적으로 축적될 경우 계약연장 가능성을 기대하고 있다.

조 사장은 “계약기간이 10년이지만. 60년짜리 발전소”라며 “2030년에 재계약을 해야겠지만 10년 이후에도 우리는 사람을 계속 파견할 가능성이 높다”고 점쳤다.

이어 “물론 UAE측에서는 현지화를 희망한다”며 “인구나 인적구성, 소득수준 등을 봤을 때 고급인력을 육성하는 것이 어떤지는 판단하기 나름”이라고 덧붙였다.

조 사장은 이번 계약이 3가지 면에서 의미가 있다고 밝혔다. 그는 “해외진출에 있어 지금까지 는 상품수출 위주였다”며 “말 그대로 소프트 파워의 경우, 1조원 규모는 처음이 아닌가 싶다”고 언급했다.

이어 “10년간 순수 인력으로 1조원 정도 되는 돈을 만들어내는 것이 특별한 것 아니냐”고 반문했다.

그는 또 한단계 성장한 중동 관계를 강조했다. 조 사장은 “우리는 중동과 1970년대부터 관계를 맺어왔지만. 대부분이 건설분야였다”며 “과거에는 기술자들이 공사가 끝나면 철수하기 때문에 관계가 이어지기 힘들었다"고 분석했다.

그러나 이번 계약으로 UAE와 함께 동행하는 구조가 됐다는 것이 조 사장의 주장이다. 조 사장은 “UAE와 우리가 2인3각의 구조가 된 것으로 생각할 수 있다”며 “원자력 발전소는 어느 나라를 막론하고 국가의 기간 산업인데 그것을 같이 운영한다는 것에 의미가 있다”고 강조했다.

◆파견 직원은 대체로 국내 급여의 2배 이상…UAE에 수준 높은 처우 요구”

조 사장은 파견 직원에 대한 처우와 복리후생에 각별한 신경을 썼다. 그는 파견 인력에 대한 처우 부분은 UAE측에 높은 기준을 제시해 이를 관철시켰다.

조 사장은 “파견직원은 직급별, 교대근무 등 근무형태별로 급여가 상이하고 해외근무수당, 주택임차료, 자녀학자금 등 제수당과 휴일 및 초과 근무수당 등 실지급분이 있다”며 “이에 따라 특정하기는 어렵지만, 대체로 국내 급여의 2배 이상”이라고 말했다.

처음부터 UAE가 높은 급여 등을 약속한 것은 아니었다. 조 사장은 “처음에는 한국사람이 이렇게 많은 급여를 받아갈 수 있냐는 반응을 보였다”며 “이런 반응에 낮은 급여와 처우로는 고급인력을 데려올 수 없고, 낮은 조건으로 직원을 보낼 수 없다는 점을 설명했다”고 회상했다.

또 파견 인력은 까다로운 절차와 검증된 면허를 갖춰야만 한다. 조 사장은 "파견인력은 원자로 조종감독자(SRO) 등 면허를 취득한 인력과 기계, 전기, 방사선, 화학, 품질, 구매 관리 등 분야별 다양한 엔지니어로 구성된다“며 ”분야별 보직에 대한 UAE측의 자격요건에 부합해야 하며 특히 원자로조종감독자 면허의 경우, 국내 면허가 아닌 UAE 규제요건을 충족하는 면허를 취득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UAE원전 주제어실 근무인력은 현지 규제요건에 따른 원자로조종 감독자(SRO) 면허를 취득하기 위해 국내에서 10개월 가량 UAE원전 주제어실로 제작된 시뮬레이터를 통해 교육훈련을 받는다.

이외에 일근직으로 파견될 분야별 엔지니어는 3개월 정도의 UAE원전에 특화된 교육을 받고, 해당 보직에 관한 직무인증을 취득한 후 파견될 예정이다.

한수원은 UAE 원전 운영사측의 인력 교육을 담당하고 있다. 조 사장은 “UAE원전의 운영주체는 ENEC의 운영사로 Nawah Energy를 설립했다”며 “한수원은 이미 600여명의 UAE 자국민 운영인력을 교육시켰다”고 말했다.

◆“향후 중동 시장진출의 발판…유럽 시장 수출 가능성도 타진”

조석 사장은 이번 계약이 향후 해외시장 진출의 확실한 교두보가 될 것으로 예상했다. 한수원 측은 “사우디아라비아의 경우, UAE처럼 한국전력 주도의 사업이 될 것”이라며 “자국의 발전소가 노후화된 상태고, 향후 화석연료 발전 비중을 50%내로 줄이겠다는 목표인만큼 적극적으로 추진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조 사장은 “원전 수출과 관련, 공기업 에너지 기능조정을 통해 한수원과 한전이 동시에 해외원전사업 개발을 추진하고 있다”며 “현재 한수원은 체코 등 유럽시장의 원전 수출 가능성도 타진중”이라고 말했다.

조 사장은 한수원의 과제 중 하나가 양질의 일자리를 창출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우리의 숙제는 이번 사업을 통해 제대로 된 운영지원 서비스를 제공하고, 양질의 일자리를 계속 창출하는 것”이라며 “돈을 벌어오는 것도 중요하지만, 운영이나 정비에 국제 경쟁력을 유지하기 위해 뛰어난 기술인재를 키우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