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 창] 벌써 대선모드에 돌입한 정부 정책
2016-07-31 10:12
아주경제 배군득 기자 = 요즘 관가에서는 정책의 핵심이 뭐냐는 질문을 던지면 ‘하경정(하반기 경제정책방향)에 다 있다’라는 말을 심심치 않게 듣는다. 모든 정책이 하경정에서 그때그때 뽑아 쓰기처럼 나눠지고 있다는 것이다.
물론 경제정책방향은 기간 내 정부가 언제쯤, 어떤 정책을 내놓겠다는 설명서와 같다는 점에서 틀린 얘기는 아니다. 다만, 정책에 대한 비중이나 핵심은 세부 계획에서 더 다듬어져야 한다는 아쉬움이 있다.
올해 정부의 경제 정책을 보면 소위 임팩트가 없다. 방향성이나 의지가 부족하다는 의미다. 정책적 아이디어가 고갈된 모습도 보인다. 박근혜 정부 초기에 내놓은 정책을 새로운 것 마냥 포장하기에 바쁘다.
정부 안팎에서 올해 경기부양은 사실상 포기하고 내년 대선을 위한 정책에 올인하려는 것 아니냐는 반응도 현재로서는 설득력 있게 들린다. 정부가 벌써부터 대선모드에 돌입했다면 이는 상당히 심각한 수준이다.
대부분 정부 경제정책에 우호적이던 경제 전문가들도 요즘 견해를 물어보면 한숨부터 쉰다. 그만큼 정책의 무게감이 떨어졌다는 것을 감지할 수 있는 대목이다.
한국납세자연맹은 박근혜 정부에서 세법개정안을 발표할 때마다 성명서 형식의 정책 진단을 내놨다. 지난해까지 연맹에서 내놓은 성명서를 보면 모두 정책에 대한 문제점을 지적했다. 하지만 올해 세법개정안은 정책 분석보다 정부의 조세철학에 대해 날 선 비판을 선택했다.
한국납세자연맹은 “증세 없는 복지공약을 내걸고 출범한 박근혜 정부의 4번째 세제개편안을 보면서 빈곤한 조세철학을 고스란히 드러냈다”며 “잘못된 세금 인식이 어떤 댓가로 돌가오는지 깨달아야 한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박 정부는 지난 2013년 소득공제 방식에서 세액공제 방식으로 세제를 개편하면서 모호한 ‘중산층 기준’으로 뭇매를 맞았다. 2014년에는 월급쟁이들을 ‘유리지갑’으로 만드는 연말정산 파동으로 진통을 겪었다. 지난 4년간 세법이 중심을 잡지 못하고 흔들렸다는 방증이다.
대외경제로 눈을 돌리면 중국과 어색해진 관계와 당장 오는 11월 미국 대선이 한국경제로서는 향후 경제성장의 가장 큰 암초로 꼽힌다. 그런데 우리나라 경제외교는 생각보다 소극적이다.
어느 하나 자신의 목소리를 내지 못하고 중국과 미국 눈치만 보기에 급급하다. 유일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지난달 24일 일정에도 없는 러우지웨이 중국 재무장관과 양자 면담을 성사시키려고 동분서주했다.
정부가 중국에게 꺼내든 카드는 보호무역 강경대응 공동전선 구축이다. 냉랭해진 한중 관계를 개선하기 위한 최선의 카드라는 분석이지만, 임기응변에는 한계가 따른다.
정부가 하반기에 내놓은 정책으로 얼마나 한국경제를 끌어올릴지는 미지수다. 오히려 더 좋은 성적을 낼 수도 있다. 그러나 지금 정부의 행보는 경기부양보다 대선을 인식한 포석이 지나치게 눈에 보인다. 내년 경제정책이 선심형으로 쏠릴 것이라는 부분은 어느 정도 예상하는 시나리오다.
올해 한국경제는 벌써 반환점을 돌았다. 8월이면 구조개혁이나 구조조정 등에 대한 진전도 있어야 한다. 정부가 얼마나 진정성을 갖고 하반기 한국경제를 이끌어갈지 국민 모두가 지켜봐야 한다는 것이다.
정부는 새로운 정책을 내놓기보다 기존 정책의 완성도를 높이는 것이 중요하다. 정치적 논쟁에 휘말려 경제정책의 중심을 잃지 않는 것이 박근혜 정부가 마지막 유종의 미를 거둘 수 있는 기회라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