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초대석]‘인천상륙작전’ 이정재 “리암 니슨, 내게 좋은 자극을 주는 사람”
2016-07-28 00:01
27일 개봉한 영화 ‘인천상륙작전’(감독 이재한)은 전세를 뒤바꿀 인천상륙작전과 그 뒤에서 역사를 바꾸기 위해 모든 것을 내건 이들의 숨겨진 실화를 그린 작품이다.
이번 작품에서 이정재는 해군 첩보부대 대위 장학수 역을 연기했다. 장학수는 대북 첩보작전 ‘엑스레이(X-RAY)’를 이끄는 수장으로 북한군이 점령한 인천에 잠입하는 인물이다. 그는 연합군의 인천상륙을 위해 모든 것을 걸고 마지막 임무에 뛰어든다.
장학수 대위는 영화 ‘암살’의 염석진과 아주 반대되는 인물이다. 장학수는 나라를 위해, 가족을 위해 모든 것을 내던지고 끝내 자신을 희생하는 인물이니, 친일파 염석진과는 판이할 수 밖에 없었다. 그리고 이 점은 영화의 외적으로 이정재의 장학수를 더욱 흥미롭게 만드는 부분이기도 하다.
“제가 일하는 방식이기도 해요. ‘도둑들’의 뽀빠이가 가벼운 성향의 인물이었다면 다음 작품은 조금 더 묵직하고 고민이 많은 캐릭터를 연기하고 싶은 성향이 있는 거죠. ‘신세계’ 이자성이 미니멀한 연기를 선보였고 그 다음번에는 묵직한 에너지를 표출하는 연기를 하고싶다는 욕심으로 이 작품을 선택하게 됐었던 것 같아요.”
그런 맥락에서 이정재의 장학수는 정도를 지킬 줄 아는 인물이다. 자칫, 감정을 부추기는 캐릭터로 보일 수도 있었지만, 그는 담백하고 담담하게 극의 중심을 잡고자 했다. 불필요한 감정 과잉은 배제했고 이야기의 중심이자 서사를 이끌어나갔다.
이정재의 선택과 집중은 옳았다. 다양한 인물들의 음은 제 위치를 찾아갔고, 덕분에 영화의 과잉된 감정을 누를 수 있었다. 이는 신파적이거나 혹은 애국심을 강요한다는 비판을 조금이나마 벗어날 수 있는 여지기도 했다.
“스토리가 신파로 빠질 수 있다는 것. 그건 영화를 하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경계하고 고민하는 부분일 거예요. 우리는 보통, 이런 문제에 대해서 연출력으로 다듬어간다거나 (연기적인) 호흡으로 채워나가곤 하죠. 사실 시나리오 자체에서 감정이 과잉돼 ‘이 대사에서는 눈물을 터트릴 거야!’라는 건 거의 없으니까요. 하하하.”
감정을 억누르고 작품을 더 멀리 보고자 했다는 이상적인 답변에 농담 반, 진심 반 “참배우”라 칭찬했다. 멋쩍은지 웃음을 터트리는 얼굴이 어쩐지 지난 12일 리암 니슨 내한 기자회견 때와도 닮아 보였다. 그날 리암 니슨은 이정재에게 “정제되고 지적인 진정한 배우”라 칭찬한 바 있다.
“옆에 앉아서 그런 칭찬을 들으려니 낯 뜨겁더군요. 하하하. 리암 니슨과의 연기 호흡은 정말 좋았어요. 제게 긍정적인 자극을 줬어요. 캐릭터에 몰입해 소품 하나하나 직접 챙기고 세팅된 자리에서 떠나질 않더라고요. 그런 모습을 보며 ‘나도 더 열심히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극 중 리암 니슨은 맥아더 장군으로 등장, 장학수와 깊은 교감을 나눈다. 이 장면에 대해 이정재는 “감독님께 직접 제안한 것”이라고 소개했다.
“감독님께 (리암 니슨과) 같이 붙는 신은 하나 정도 있어야 하지 않겠냐고 말했어요. 맥아더 장군이 엑스레이(X-RAY) 작전을 해군에게 직접 요청하기도 했으니까요. 그 정도 신은 필요하다고 생각했죠. 일주일간 촬영을 하고 현장에서 편집하는데 그걸 싹 다 봤어요. 리암 니슨과 어느 정도 연기 톤을 맞춰야 한다고 생각했으니까요. 맥아더 장군과 장학수의 모습이 계속해서 교차 편집이 되는데 톤이 안 맞으면 안 되니까요. 리암 니슨의 연기를 보고 감독님과 상의해 감정의 깊이나 톤에 대해 다시 계획을 짜곤 했죠.”
한국이든 미국이든 배우라는 직업을 가진 사람들은 다 똑같았다. “여느 배우들이 그렇듯 노력을 더 많이 하는 사람과 덜 하는 사람, 천재성이 돋보이거나 조금 덜한 사람” 정도였다. 리암 니슨 역시 작품에 대한 뜨거운 애정과 엄청난 노력을 기울이는 “똑같은 배우”였다.
“‘인천상륙작전’이 제 필모그래피에 어떻게 남을지, 어떤 의미를 가질지 아직 모르겠어요. 다만 그 당시, 나라를 위해 애썼던 분들이 세상에 알려지길 바라요. ‘인천상륙작전’과 관련된 다큐멘터리 내레이션을 맡은 적이 있는데 그 작품을 보면서 큰 충격을 받았어요. 당시 첩보 작전을 지휘하셨던 분이 현재 살아계시지만, 전쟁이 끝난 지 60년이 지나도록 사람들은 그분에 대해 알지 못하잖아요. 이 작품이 이제야, 그분들을 알게 해준 게 아닐까. 생각해요. 그런 이유로, 그런 마음으로, 이 작품을 선택한 것이기도 하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