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초대석] 유경준 통계청장 "GDP와 소득 증가율 간 괴리 줄인다"
2016-07-17 10:36
소득 증가율에 사회적 현물급여 포함 검토
GDP 산출, 통계청이 맡아야 효율적
통계 수요자로 30년 지내 통계청장…"수요자 입장에서 통계 생산"
GDP 산출, 통계청이 맡아야 효율적
통계 수요자로 30년 지내 통계청장…"수요자 입장에서 통계 생산"
"경제성장률은 2~3%인데 소득 증가율은 1~2%에 그치고 있습니다. 사회적 현물급여를 소득증가율에 포함한다면 경제성장률과 소득증가율의 괴리를 잡는 데 도움이 될 것입니다"
유경준 통계청장은 아주경제와의 인터뷰에서 보육비 지원이나, 노인 지하철 요금 면제 등 사회적 현물급여를 소득증가율에 포함하는 방안을 고민 중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서울 광화문의 한 식당에서 만난 유 청장은 인터뷰 내내 거침없이 소신 발언을 쏟아냈다.
우선 사회적 현물급여에 대한 검토는 유 청장이 취임 때부터 끊임없이 강조해온 '실질통계와 체감통계와의 격차 개선'의 연장 선상이다.
유 청장은 "과거보다 경제성장률이 낮음에도 소득·소비 증가율이 차이가 나는 원인이 기업으로 소득이 많이 가는 경우도 있고, 복지정책이 확대되면서 사회적 현물급여가 늘어나는 것도 있다"고 설명했다.
가령 의료 부분을 예로 들면 현금급여에는 요양비, 장제비, 본인부담액보상금, 장애인보장구급여비 지원 등이 있다. 현물급여는 글자 그대로 현금제공이 아닌 진찰, 검사, 치료재료의 지급, 수술 등의 형태로 제공하는 것을 의미한다.
문제는 사회적 현물급여가 경제성장률에는 포함되지만, 가계의 소득증가율에는 잡히지 않는다는 것이다.
유 청장은 "현금급여는 일단 가계의 소득이 된 후 소비가 이뤄지지만, 현물급여는 가계로 들어오는 것이 아니고 바로 이전지출로 나가버린다"며 "그게 정부 지출로 나가는 것이어서 GDP에는 잡히지만, 가계로 안내려가니까 성장률과 소득 증가율의 차이를 일으키는 원인 중 하나다"라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들은 현물출자를 포함시키면 소득분배가 20~30% 개선되고, 빈곤율도 개선된다"며 "다른 나라는 상당 부분 이에 관한 연구가 진행 중이다"라고 말했다.
유 청장은 이런 통계가 완성되면 다른 OECD 국가와의 복지 서비스에 대한 실질 비교도 이뤄질 수 있을 것으로 전망했다.
유 청장은 "통계가 완성되면 해외 다른 여러 국가들과 같이 발표할 생각"이라며 "그렇게 되면 우리나라와 선진 외국과의 사회적 현물급여 차이 정도가 비교 가능해 질 것이다"라고 말했다.
오는 22일이면 조사가 마무리되는 경제총조사와 지난해 인구주택총조사의 성공적 수행에 대한 자랑(?)도 이어졌다.
유 청장은 "이번 경제총조사는 2011년에 이어 두번째로 실시된 것으로, 우리나라 전체의 산업구조를 파악해 대한민국 경제지도를 다시 그리는 조사"라며 "이번 조사에서는 국세청 등 8개 기관과 협업한 행정자료를 활용해 사업체의 응답부담은 낮추고, 약 100억원의 예산을 절감하는 등 효율성을 도모했다"고 강조했다.
이번 조사는 자본금, 자본잉여금, 자산총계 등 자산 항목은 완전히 대체하고 약 40% 사업체의 매출액, 영업비용, 영업이익 등 사업실적 항목은 행정자료로 대체한 것이 특징이다.
통계청은 사업자등록 등 행정자료에만 있는 사업체의 현장 확인도 병행해 기업판 주민등록부인 기업등록부를 작성하고, 향후 행정자료 활용의 지속 확대를 통해 현장조사는 최소한으로 수행할 계획이다.
또 유 청장은 지난해 치러진 인구주택총조사에 대해 "행정자료를 이용한 등록센서스 방식을 처음으로 도입, 국민의 응답 부담도 줄이고 국가예산도 2712억원에서 1257억원으로 1455억원을 절감했다"고 힘줘 말했다.
이어 "오는 9월에 '등록센서스에 의한 전수 결과'를 공표하고 12월부터 '표본조사 결과'를 주제별로 공표할 계획"이라며 "특히 9월 자료에는 인구·가구·주택의 기본 현황뿐 아니라 성씨·본관 분포, 다문화 실태 및 종교 현황 등 흥미로운 자료가 포함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GDP 통계와 관련, 통계청에서 작성해야 한다는 기존의 입장을 재차 강조했다.
유 청장은 "GDP는 국가경제의 규모와 발전정도를 측정하는 국가 대표통계로, 각종 경제통계를 집대성하고 작성기준을 제시하는 역할을 수행한다"며 "그러나 현재 한국은행의 GDP는 웰빙 등 삶의 질에 대한 측정뿐아니라, 경제구조의 고도화에 따라 양적 성과측정지표로서도 한계에 직면했다"고 말했다.
그는 특히 "가사노동과 서비스의 질 개선은 물론이고, 우버나 에어비엔비 등 디지털경제시대 도래에 따른 공유경제의 거래방식도 포착하기 곤란한 상태다"고 덧붙였다.
유청장은 "현재 통계청이 작성하는 국민계정 관련 기초통계는 40여 종으로 기초통계와 국민계정과의 개념, 포괄범위, 분류 등 일관성이 국가통계의 신뢰성을 좌우하는 등 불가분의 관계"라고 강조했다.
특히 세계적으로 연구가 활발한 위성계정의 개발 및 GDP와 지역내총생산(GRDP)의 일치성·시의성을 높이기 위해 통계청이 조사하는 것이 꼭 필요하다는 게 유 청장의 설명이다.
유 청장은 "한은은 금융·경제통계만을 다뤄 인구·사회·경제·환경 등 전반에 대한 이해가 요구되는 위성계정 개발에 한계가 있다"며 "또 GDP·GRDP 작성체계의 일원화는 두 통계의 차이 해소와 분기 GRDP의 개발을 앞당겨 지역경제 활성화에 기여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를 위해 통계청은 국민계정의 양적 지표로서의 한계를 극복하고, 삶의 질을 반영하는 발전된 통합지표 개발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며 "행정자료는 물론 빅데이터 활용을 통한 효율적 자료생산체계를 구축하고, 2008년 이후 삶의 질 지표 개발·작성 경험을 바탕으로 'Beyond GDP'나 'GDP Plus'와 같은 통합지표 개발을 추진 중이다"라고 말했다.
유 청장은 "이제 OECD를 중심으로 국제적으로도 국가통계의 동반발전 및 선순환을 위해 통계청이 GDP를 생산하고 있다는 점을 진지하게 되돌아 볼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물가통계에 대한 통계청의 개선 작업에 대해서도 대화가 이어졌다.
유 청장은 "공식통계인 소비자물가지수와 일반시민들이 느끼는 체감물가간의 차이는 주로 측정상 및 심리적 요인에 따라 발생한다"고 설명했다.
측정상 요인으로는 대상품목, 지역 등에 있어 가상의 평균가구 (소비자물가)와 실제 개별가구(체감물가) 간의 특성 차이, 가격변동 비교시점 차이 등에 따라 불가피하게 나타난다는 설명이다.
예컨대 대중교통을 이용하는 사람과 자가용을 보유한 사람의 유류비 인하 체감 정도는 차원이 다르다는 것이다. 또 지역별과 비교시점의 차이도 마찬가지의 원인이다.
심리적 요인으로는 구입 빈도가 높을수록 체감에 영향을 미치고, 가격하락보다 가격상승에 민감해 전반적인 물가수준이 높을수록 체감물가는 상승에 크게 반응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유 청장은 "통계청은 그동안 소비자물가와 체감물가간 차이를 완화하기 위해 생활물가지수를 개발하고, 가중치 개편주기를 5년에서 3년으로 단축했다"며 "또한 '나의 물가 체험하기' 서비스를 지난 달부터 시작하는 등의 노력도 이어졌다"고 말했다.
이어 "앞으로 소비자물가지수의 조사품목, 가중치 등을 지난해 기준으로 개편해 올해 12월부터 소비자물가지수의 현실 반영도를 높일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빅데이터를 활용한 통계 생산의 패러다임 변화에 대한 포부도 밝혔다.
유 청장은 "통계청은 빅데이터의 융복합을 활용한 통계 허브를 구축해 국민응답부담과 예산을 줄이는 국가통계생산 패러다임을 바꿔가고 있으며, 빅데이터는 이미 우리 생활 곳곳에서 활용 중이다"라고 말했다.
그는 빅데이터의 잠재적 가치를 최대한 활용하기위해 다양한 빅데이터간 연계·융합이 더욱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유 청장은 "통계청은 현행 법령하에서 개인정보 침해가능성을 차단한 비식별 시범사례를 제시하고자, 민간의 부채정보와 통계청의 인구·주택·인구동향 등 공공데이터를 연계한 신혼부부 부채 데이터베이스(DB) 구축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이와 같이 정부와 민간의 데이터를 모으고, 통계 기법을 통해 개인정보를 제거한 후 연계·분석해 새로운 가치를 창출하는 것이야말로 진정한 통계혁명이며, 통계청이 중심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강조했다.
◆ 유경준 통계청장은 = △1961년 서울 △부산 해동고, 서울대 경제학과, 고려대 경제학 석사, 미국 코넬대 경제학 박사 △한국노동연구원 부연구위원 △한국개발연구원(KDI) 선임연구위원·정책연구실장·수석 이코노미스트·인적자원정책연구부장 △한국기술교육대 교수
(대담 = 김태균 경제부장, 정리 = 노승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