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용산구, 100억대 제주휴양소 매입 6개월 만에 '일사천리'… 추진과정 의혹 투성이
2016-07-10 20:00
5년 전보다 가격 2배로 뛰어 혈세낭비 지적도
아주경제 강승훈 기자 = 서울 용산구가 제주도 내 건립을 추진 중인 100억원대 휴양소의 추진 과정에서 석연치 않은 대목이 적지 않게 드러나고 있다. 전담조직을 꾸려 현지답사를 벌이고 후보지 선정에 이어 구 공유재산 심의까지 일련의 절차를 6개월 만에 일사천리로 마친 게 대표적이다.
특히 매입이 예정된 부동산은 현 성장현 구청장이 민선 5기 취임 직후인 2010년 말부터 44억여 원에 사들이려던 것과 동일한 대상이다. 당시 경매 물건이었지만 입찰 공고가 나지 않아 예산은 불용처리됐고, 5년이 흘러 건물의 값은 100억원에 육박해 혈세낭비 지적도 나온다.
10일 용산구 등에 따르면 구는 올해 5월 열린 공유재산심의회 때 서귀포시 하원동 1697 일원 '제주휴양소' 재산취득에 관한 심의를 거쳤다. 이후 지난달 13명의 구의원이 참석한 본회의에서 10명의 찬성을 얻어 이 안건을 통과시켰다.
문제는 수 백억원의 혈세가 투입되는 사업이 불과 반년만에 서둘러 진행, 졸속행정이란 비난이 거세다.
앞서 용산구는 작년 12월 15일 구(區)휴양소를 확보하겠다며 건립추진단을 구성했다. 장소는 대외적 의견수렴 등 절차를 생략한 채 제주도로 이미 낙점시킨 뒤였다. 이어 올해 3월 14~16일 3일 동안 후보지의 현지답사를 가졌다. 이 기간 직원들이 다녀간 곳은 제주도 내 남원읍, 대정읍, 강정동, 표선면, 법환동, 안덕면, 구좌읍, 보목동 등 26개소에 이른다.
정작 시설의 수요자인 구민 설문은 공유재산심의 후 이뤄졌다. 이 역시도 무작위 구민을 대상으로 벌인 게 아니라 동사무소에서 통장이나 직능단체 등 특정모임의 800명만을 조사했다. 설문지 회수율은 80% 수준으로 알려졌다. 이 같은 상황에서 일부 새누리당 소속 구의원들이 반발하며 '설립계획 백지화'를 요구하고 있다.
또 다른 논란으로는 제주휴양소 예정지가 2010년 11월부터 1년간 취득하려던 것과 같은 매물이라는데 있다. 과거 설립계획을 2차에 걸쳐 변경하면서 토지(19억여 원)와 건물(25억여 원)을 더해 44억여 원으로 재산가를 정했다. 하지만 2011년 6월 구의회 임시회 행정위원회에서 "심도있는 심사와 검토가 필요하다"고 판단해 심사를 보류시켰다.
낮은 재산가치로 소유주가 몇 차례 바뀌면서 경매에 나오는 등 권리관계가 복잡했던 게 심사보류의 주된 이유다. 결국 용산구는 그해 11월 사업취소를 결정했고, 1년 뒤 임의경매를 거쳐 해외의 유한회사에 넘어갔다. 이곳은 최근까지도 소유권 이전이 재차 이뤄졌고, 신탁자도 수시로 변경된 것으로 전해졌다.
'절차상 아무런 하자가 없다'는 용산구 측은 "유례없는 초저금리 시대에 복지시설 확보와 구유재산의 효율적 보존이란 실익을 얻기 위한 방안"이라며 "감정평가법인을 통해 적정한 구입가격이 산정됐고 향후 재산가치 상승과 더불어 관광객 유입 등으로 상당한 흑자가 예상된다"고 말했다.
한편 용산구는 이달 중 (권리)계약에 따른 사전조사를 벌이고 계약체결 및 중도금, 잔금지급일 등을 협의할 예정이다. 9월 중으로 소유권 이전을 마무리하고 내년 상반기 리모델링 공사, 2017년 7월 시범운영에 돌입한다는 목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