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힘겹게 리우행’ 박태환, 메달보다 중요한 건 명예

2016-07-11 06:00

[박태환 사진=연합뉴스 제공]

아주경제 전성민 기자 =2012 런던 올림픽 이후 박태환(27)은 가장 힘든 4년을 보냈다. 인생에서 가장 높은 파도를 만났다. 힘겹게 2016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 출전권을 획득한 박태환은 메달보다 더 중요한 명예를 위해 역영을 펼친다.

박태환의 리우올림픽 출전은 지난 8일 극적으로 결정됐다. 국제스포츠중재재판소(CAS)가 박태환이 리우올림픽에 국가대표로 출전할 자격이 있다고 판결했고, 대한체육회가 이를 수용했다.

올림픽 출전을 위해 멀고 험한 길을 걸어왔다. 국제수영연맹(FINA)는 2014년 10월30일 박태환의 A샘플서 세계반도핑기구(WADA) 금지 약물인 테스토스테론 성분 양성 반응이 나왔다고 통보했다.

박태환측은 2015년 1월 검찰에 네비도 주사제를 투여한 T병원을 고소했다. 검찰은 그해 2월 “박태환은 금지 약물인 줄 몰랐다”는 수사 결과를 발표하고, T병원장은 업무상과실치상 혐의로 불구속 기소됐다.

검찰 수사를 통해 금지약물 사용에 대한 고의성은 씻어냈지만, 책임을 피할 수는 없었다. 박태환은 2015년 3월23일 FINA로부터 자격 정지 18개월을 선고 받았고, 인천아시안게임에서 따낸 메달을 박탈당했다.

징계 후에도 박태환의 시련은 계속됐다. 대한체육회는 도핑 규정 위반으로 경기단체에서 징계를 받은 후 3년이 지나지 않은 자는 국가대표가 될 수 없다는 규정을 들어 박태환의 리우올림픽 출전을 허락하지 않았다.

박태환측은 결국 법원의 문을 두드렸다. 서울동부지법은 지난 7월1일 박태환측의 가처분 신청을 받아 들여 국가대표 지위를 인정했다. 이어 CAS의 잠정처분 결과도 박태환의 손을 들자 대한체육회는 박태환의 올림픽 출전을 막을 명분을 잃고 말았다.

길고 긴 레이스였다. 이로 인해 박태환은 육체적으로 정신적으로 많이 지쳐 있다. 징계가 풀린 지 아직 4개월 밖에 되지 않았다. 현재는 분명 세계 정상급 선수들과 차이가 있다.

박태환의 주종목은 2008년 베이징올림픽에서 금메달, 2012년 런던올림픽에서 은메달을 따낸 자유형 400m.

박태환의 올 시즌 자유형 400m 최고 기록은 지난 4월 올림픽 대표선발전을 겸해 치른 동아대회에서 작성한 3분44초26이다. 2016 시즌 세계랭킹 6위의 기록이다.

올해 자유형 400m 세계랭킹 1위 기록은 맥 호튼(호주)이 가진 3분41초65. 런던올림픽 금메달리스트인 쑨양(중국·3분43초55)이 2위, 코너 재거(미국·3분43초79)가 3위를 기록 중이다.

2008년과 2012년 올림픽에서 2회 연속 은메달을 목에 건 200m에서 박태환은 올 시즌 1분46초31로 세계랭킹 13위를 기록 중이다. 리우 올림픽 자유형 100m·200m·400m·1,500m 네 종목에서 출전권을 획득한 박태환은 선택과 집중이 필요해 보인다. 박태환은 오는 14일 호주 전훈을 마치고 귀국한 뒤 17일 미국으로 이동해 시차적응에 돌입한다.

리우올림픽에서 박태환은 자신과의 싸움을 펼쳐야 한다. 잘해야 한다는 부담감이 가장 큰 올림픽이다. 약물 복용이라는 오명을 짊어져야 했던 박태환은 올림픽 출전을 위해 정면돌파를 선택했다. 힘겹게 스타트 라인에 다시 서게 된 박태환이 명예 회복을 위해 나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