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탈리아, 부실은행 두고 EU와 대립...유로존 경제 하방 가능성도

2016-07-05 13:24
ECB "2018년까지 부실채권 3분의 1 줄여라"

마테오 렌치 이탈리아 총리[사진=연합/AP]


아주경제 문은주 기자 = 이탈리아 은행의 부실 채권 문제가 다시 수면 위로 떠올랐다. 유로존(유로화 사용 19개국)의 경제 하향 위험성을 높일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파이낸셜타임스(FT)가 4일(현지시간) 보도한 내용에 따르면, 유럽중앙은행(ECB)은 이탈리아 은행 '몬테 데이 파스키 디 시에나(MPS)'에 대해 3년 안에 부실 채권을 100억 유로 가까이 줄이라고 요구했다. 지난해 말 기준 MPS의 부실 채권은 469억 유로(약 60조 1896억원) 규모였다.

ECB가 요구하는 감산 규모는 2017년과 2018년에 각각 389억 유로, 326억 유로다. 순규모 기준으로는 2015년 244억 유로(약 31조 3140억원)에서 2017년과 2018년 각각 184억 유로, 146억 유로로 줄이라는 것이 ECB의 입장이다. 또 부실 대출 비율도 2018년까지 전체 대출 액수의 20%로 조정하라는 내용도 담았다.

지난 1472년 설립된 MPS는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은행이다. 이탈리아에서는 세 번째로 큰 은행이다. ECB의 지시 내용이 공개된 뒤 MPS의 주가는 13% 떨어졌다. 다른 이탈리아 은행들의 주가도 잇따라 급락하는 등 금융 전반이 충격을 받았다. 이탈리아 제1 은행인 우니크레디트 주가는 3% 넘게 떨어졌다.

CNBC 보도에 따르면 MPS는 그동안에도 두 차례나 정부의 구제금융을 받았다. 이달 말 재무 건전성을 묻는 스트레스 테스트 결과까지 나오면 자본 확충 요구를 받게 될 가능성도 있다. 이탈리아 은행은 그리스 다음으로 부실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탈리아 정부는 현금이 거의 고갈된 상태여서 은행을 구제할 여력이 크지 않지만 마테오 렌치 이탈리아 총리가 수십억 유로를 우선 공급한다는 계획이어서 유럽연합(EU)과의 충돌이 불가피하다.

MPS 충격이 계속될 경우 유로존 내 경기까지 하향 조정하게 할 수 있다. 마테오 렌치 이탈리아 총리의 과감한 경제개혁이 약발을 다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불안정한 금융 유로존 경제 위기를 불렀던 2011년 상황이 재연되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도 높아지고 있다.

이탈리아는 지난 2010년 이후 유로존 재정위기를 불러 일으켰던 PIIGS(포르투갈·이탈리아·아일랜드·그리스·스페인) 국가 중 한 곳이다. 당시에는 유럽중앙은행(ECB)이 유동성을 투입해 위기를 진압했지만 브렉시트(영국의 EU 탈퇴)가 확정된 만큼 앞으로의 충격은 더 클 것으로 보인다는 지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