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리핀 두테르테 공식 취임...범죄 소탕·인프라 확대 등 변화 바람

2016-06-30 11:04
범죄와의 전쟁 강조...친미 대신 친중으로 외교 노선 바뀔 듯

[사진=연합/AP]


아주경제 문은주 기자 = 범죄와의 전쟁 선포로 이른바 '피의 대통령'으로 통하는 로드리고 두테르테(71) 대통령이 공식 취임했다. 친(親)중국 노선, 경제 활성화 등을 공약으로 내세운 만큼 향후 필리핀에 어떤 변화가 나타날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필리핀 대통령궁 통신운영사무소(PCOO)에 따르면, 두테르테는 이날 오전 말라카나궁전에 들러 베니그노 아키노 필리핀 대통령과 면담을 마친 뒤 대통령으로 공식 취임했다. 오후에는 제16대 대통령으로서 첫 국무회의를 주재하기도 했다. 필리핀의 대통령 임기는 6년이다. 

대선 과정에서 이미 범죄 소탕 의지를 강조해온 만큼 두테르테 체제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 등 외신이 일제히 보도했다. 두테르테는 취임 후 최소 3개월, 최대 6개월 안에 마약 거래 등 각종 범죄 행위를 차단하기 위해 탄압에 앞장서겠다고 약속했다.

취임 전부터 이미 마약 사범 50여 명을 사살하면서 자수하는 마약범들도 늘고 있다. 이밖에 △ 사형제 부활 △ 경찰 급여 인상 △ 부패 관리 근절 △ 미성년자오후 10시 통행 금지 △ 공공 장소 흡연 금지 △ 심야 주류 판매 금지 등도 이미 공약으로 나온 상태다. 

외교 관계에서도 변화 조짐이 감지되고 있다. 앞서 두테르테 대통령은 중국에 대한 호감을 보이면서 무력충돌이나 군비경쟁을 피하겠다고 밝혀왔다. 전임 아키노 정부에서 미국 같은 동맹국과 다자 대응을 통해 남중국해 스카보러 섬을 둘러싼 영토 분쟁에 적극 대처했던 모습과는 정반대 행보다. 

이에 따라 아키노 정부가 중국을 견제하기 위해 24년 만에 미군의 필리핀 재주둔을 허가하면서 5개 군사기지를 제공키로 한 합의가 순조롭게 이행될지 주목된다. 

경제 전문 매체 쿼츠가 29일(현지시간) 보도한 내용에 따르면, 경제 정책에 대해서는 변화보다는 균등한 경제 발전 기조를 확대할 것으로 보인다. 일단 외국인 투자 규제를 적극 완화할 것으로 보인다. 그동안 대부분의 산업에서 외국인 투자 지분이 40%로 제한돼 있어 경제 활성화에 한계가 있었다.

특히 인프라 건설 분야가 대폭 확장될 것으로 기대된다. 두테르테 대통령은 교통 혼란 등의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 △ 신공항 건설 △ 철도 네트워크 확대 △ 항구 개조 등 인프라 분야에 장기적으로 약 160억 달러(약 18조 4752억원)를 투자하겠다고 밝혔다. 전체 국내총생산(GDP)의 5%에 해당한다. 기업과 개인의 세금 부담을 줄이기 위한 세제 개혁도 추진된다.

현재 두테르테 대통령은 범죄와 부패에 지친 국민들의 지지를 받고 있다. 다만 독재적인 발언과 행보가 되레 걸림돌이 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두테르테는 6년 대통령 단임제 폐지와 의원내각제 전환 등을 추진하고 있다. 정치적 타협이나 비판을 거부하면서 기존 기득권층과 충돌로 이어지면 정치 행적에 부메랑이 될 수 있다는 분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