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초대석] 우상호 “朴정부 3년 내내 추경…경제정책도 컨트롤타워도 없다”

2016-06-27 00:00
우상호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 인터뷰

우상호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는 24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가진 아주경제와 인터뷰에서 “박근혜 정부는 제대로 된 경제정책도 컨트롤타워도 없다”고 비판했다. [사진=유대길 기자 dbeorlf123@]


아주경제 최신형·김혜란 기자 =숙명을 거부했다. ‘야권은 숙명적으로 분열한다’는 세간의 인식을 뒤집었다. 86(80년대 학번·60년대 생)그룹의 대표주자인 우상호(3선·서울 서대문갑)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가 그랬다. 정무적 감각과 정책적 능력을 갖춘 그가 더민주 원내사령탑을 맡은 이후 제1야당은 순항 중이다. ‘차르 리더십’의 김종인 비상대책위원회 대표와도 단 한 번의 트러블 없이 당을 이끌고 있다. 단순히 우 원내대표의 리더십을 넘어 86그룹이 재평가를 받는 결정적 이유다.

그의 철학과 원칙은 단호했다. ‘유연한 리더십’으로 제20대 국회 초반을 이끌고 있지만, 세월호 특별조사위원회(특조위)의 활동 보장과 관련해선 “양보할 수 없다”고 잘라 말했다. 새누리당이 요구한 구의역 스크린도어 사망 사건의 진상규명을 위한 청문회 개최 여부에 대해서도 “(쟁점) 의혹이 없다”며 “받아들일 생각이 없다”고 선을 그었다. 4년차에 접어든 박근혜 정부의 경제 컨트롤타워 부재에 대해선 “제대로 된 경제정책이 없는 게 가장 큰 문제”라고 꼬집었다. 그의 이념적 포지션은 좌우를 넘어 ‘아래로, 더 아래로’를 향하고 있었다. 그러면서 집권 후 성장 패러다임을 바꿀 세 가지(소득주도성장·북방경제·4차 산업혁명) 복안이 있다고 밝혔다.

우 원내대표는 24일 아주경제와의 인터뷰에서 계파 패권주의 등 당내 혁신부터 청문회 정국, 박근혜 정부 경제평가, 영국의 EU(유럽연합) 탈퇴(브렉시트) 등에 대한 의견을 거침없이 피력했다. 개헌과 차기 당 대표 선출을 위한 8·27 전국대의원대회, 차기 대권 등 민감한 정치현안에 대해선 철저한 중립을 지키면서 여유롭게 받아넘겼다. 이번 인터뷰는 박원식 부국장 겸 정치부장과의 대담형식으로 진행했다.

◆더불어민주당 원내 사령탑에 오른 지 약 50일이 지났다. 애초 당 안팎의 우려에도 더민주에 잠복한 갈등 요소를 잘 관리, ‘우상호 리더십’에 대한 긍정적인 평가가 많다. 당을 이끌면서 최우선으로 생각하는 것은 무엇인가.

“첫 번째는 우리 당의 낡은 모습을 청산하는 것이다. 그간 정말 지긋지긋하게 싸우지 않았느냐.(웃음) 국민들은 정치권의 집안싸움을 정말 싫어한다. 두 번째는 정책정당화다. 우리 당 개개인의 의원들은 우수하다. 그런데 당의 그릇 안에 들어오면 바보가 된다. 이것은 그릇의 문제다. 그래서 당의 문화와 체질을 바꿔야겠다고 생각했다. 원내대표에 오른 후 한 달 반 동안 내부 싸움을 하는 모습을 단 한 번도 안 보여드렸다. 이것은 성과다. 민생부문 4대 태크스포스(TF) 가동은 가장 주력하는 부분이다.”
 

우상호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는 가장 중요한 당 운영 방안에 대해 “우리 당의 낡은 모습을 청산하는 것과 정책정당화”라고 말했다. [사진=유대길 기자 dbeorlf123@]


◆‘우상호 리더십’에 긍정적인 평가는 곧 그간 비판대상에 올랐던 86그룹의 재평가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무거운 짐일 수도 있는데, 부담감은 없나.

“가장 부담을 느끼는 부분이다. 과거 다른 분이 잘못하면 개인의 잘못에 그친다. (하지만) 우상호가 실패하면 우리 시대 전체가 비판받게 돼 있다. 그것은 운명이다. 때로는 잠을 못 잘 정도로 고민한다. 우리 세대는 과거 시대의 큰 흐름을 바꾸는 데 기여했지만, 과소평가된 측면도 있다. 주로 참모 역할만 하다 보니까, 결정권을 가지고 일해 온 적이 별로 없다. 제가 처음이다. 우리 세대의 능력을 보여줘야겠다는 책임감을 느끼고 있다. 이는 ‘우상호 개인의 등장이 아니라, 새로운 정치세대의 등장’이기 때문이다.”

◆갈등 없는 국면이 차기 전대 이후에도 지속할까.

“김종인 대표와도 호흡을 잘 맞추고 있지 않나. 누가 (당 대표로) 와도 조화롭게 잘 이끌어갈 자신이 있다. (차기 전대에) 일절 관여하지 않을 생각이다.”

◆20대 국회의 막이 올랐다. 16년 만에 여소야대(與小野大), 20년 만에 3당 체제가 형성됐다. 하지만 초반부터 서별관회의 등의 청문회로 대치 정국이 조성되는 게 아니냐는 우려도 있다.

“소위 ‘협치’(협력정치)란 이름으로 국가적인 현안을 덮고 가는 것은 옳지 않다. 우리가 청문회를 요청한 사안은 국가운영에 관한 것이다. 전국경제인연합회(전경련)의 어버이연합에 억대 자금 지원 의혹은 ‘민주주의 후퇴’와 직결한 문제다. (이른바) ‘정운호 게이트’ 등 법조계 비리도 마찬가지다. 정략적 싸움을 걸어서 정치적 이득을 보자는 게 아니다. 그런 면에서 오히려 86세대가 이 문제에 대한 문제의식을 느끼고 있어야 한다. 검찰이 제대로 조사해서 진실을 밝혀냈다면, 우리가 왜 청문회를 하자고 하겠나. 지금은 수술할 때다. 일회용 밴드 하나 붙이고 갈 때가 아니다.”

◆새누리당은 구의역 스크린도어 청문회 개최로 맞서고 있다. 이른바 빅딜도 가능한가.

“전혀 할 생각이 없다. 구의역 문제는 의혹이 없는 사안이다. 스크린도어 사망 사건의 원인은 2인1조의 규정 위반과 ‘메피아’(서울메트로+마피아) 아니냐. 문제는 다 드러났다. 이제 제도적 수술만 하면 된다. 새누리당 주장은 박원순 서울시장을 욕보이자는 정략적 의도다. 응할 생각이 없다.”

◆세월호 특조위 활동시한 연장도 화약고다. 특조위 활동 기한이 이달 30일까지다. 플랜 B가 있나.

“결코 이 문제에 대해 양보할 생각이 없다. 다른 부분에서는 협조할 것은 협조할 생각인데, 세월호나 민주주의 후퇴에 대해선 86세대의 모습으로 돌아갈 것이다. 세월호는 이념 문제가 아니다. 아이들이 죽지 않았느냐. 아직도 배에 갇혀 있지 않나. 아이들도 못 꺼냈는데, 6월에 끝나자고? 어떻게 그런 말을 할 수가 있나. 이건 유·불리를 따질 문제가 아니다. 이 문제를 강경하면 할수록 우리에게 불리한 것도 안다. 그러나 유·불리 때문에 눈물 흘리는 어머니들을 버리고 가는 짓은 못한다.”
 

우상호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는 영국의 유럽연합 탈퇴(브렉시트)에 대해 “국내에 미칠 영향은 ‘제한적’”이라며 “불안을 증폭할 이유가 없다”고 전했다. [사진=유대길 기자 dbeorlf123@]


◆본격적인 경제 관련 질문 전에 ‘브렉시트’ 질문을 하지 않을 수 없다. 한국 경제에 어떤 영향일 미칠까.

“(장기적으로) 국내에 미칠 영향은 ‘제한적’이다. 브렉시트 문제는 금융이다. 하나는 (단기적인) 주가 하락과 외국 자본 유출이다. 그것은 2008년 미국발(發) 금융위기 때도 있었던 일이다. 또한 우리나라의 영국 경제 의존도는 낮다. 실물 경제에 미치는 영형은 적을 것이다. 경제는 심리다. 불필요한 불안을 증폭할 문제가 아니다. 금융당국이 차분하게 금융시장 및 외환시장에 미칠 원인을 진단하고 철저한 대책을 세워야지, 불안을 자초하면 안 된다.”

◆4년차에 접어든 박근혜 정부의 경제를 평가하지 않을 수 없다. ‘현오석 1기 경제팀’부터 ‘최경환-유일호’ 경제팀에 이르기까지, 경제 컨트롤타워가 없다는 지적이 있다. 어떻게 평가하나.

“가장 큰 문제는 제대로 된 경제정책이 없다는 거다. 지금은 편안하게 관리만 해서는 안 된다. 구조조정 문제만 보더라도 유일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가 문제의 진단과 해법을 내놓지 않고 있다. 컨트롤타워가 없다. 정말 걱정이다. 경제사령탑을 잘 못 뽑은 게 아닌가 싶을 정도다. 그러니까 정부가 ‘구조조정 할 의지가 없는 게 아니냐’는 비판이 나오지 않나. 한마디로 안이한 정부다.”

◆구조조정 실탄 문제도 논란거리다. 한국은행의 발권력에는 반대하지만, 그렇다고 추가경정예산(추경)에 대한 명확한 입장도 내놓지 않고 있다. 이 같은 지적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

“(당정에서) 연락도 없다. 어디에 왜 돈을 써야 하는지 설명을 해야 할 것이 아닌가. 맨 처음에는 구조조정 때문에 한다고 했다가, 최근에는 일자리대책이 필요하다고 한다. 일자리대책 때문에 추경하는 나라가 어디에 있나. 원칙도 컨트롤타워도 없다. 이번에 추경하면 정부 들어 세 번째다. 3년 내내 추경하는 나라가 어디에 있나. 애초 정부의 재정 계획을 잘못 세운 것이다. 이에 대한 자기 고백이 먼저다.”
 

우상호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 [사진=유대길 기자 dbeorlf123@ / 기사정리=최신형·김혜란 기자 tlsgud80@] 


◆20대 국회 들어 여야의 ‘경제 경쟁’이 본격화된다. 더민주는 총선 때 ‘소득주도 성장론’ 등을 골자로 하는 유능한 경제정당을 표방했다. 유능한 경제정당화에서 가장 중요한 지점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성장 패러다임’을 바꾸자는 것이다. 이런 말을 하면 ‘어 분배요?’라고 말하는 사람들이 있다. 정확히 말하면 성장의 방식을 전환하자는 거다. 첫 번째는 대기업 수출 주도 대신 소득주도 성장, 즉 내수 성장론이다. 두 번째는 ‘북방경제’다. 남북 경협 및 연해주와 인접한 동북 3성(東北 三省:랴오닝·지린·헤이룽장성)까지 내다보면서 포인트를 잡자는 거다. 세 번째는 김 대표도 말했듯이 4차 산업혁명 등을 통한 신(新)성장동력 찾기다.”

◆법인세 인상도 뜨거운 감자다. 명목세율 인상에 나설 생각인가.

“실효세율 정상화가 아닌 명목세율을 인상할 때가 됐다. 이명박·박근혜 정부 9년간 법인세 인상으로 대기업을 지원했다. 대기업의 현금 보유액만 늘어났을 뿐, 낙수효과는 없었다. 이제는 바꿀 때가 됐다.”

◆마지막으로 2017년 정권교체와 개헌 입장에 대해 말해 달라.

“내년 대선에서 우리 세대 대통령을 배출하는 게 86세대의 목표가 아니다. 누가 되든 우리 당 후보를 당선시키는 게 우리 세대의 역할이다. 개헌 문제는 불가능하기 때문에 관심이 없다. 1987년 6월 민주항쟁 때 제가 개헌을 하지 않았느냐. 개헌은 4·19 혁명이나 6월 항쟁 같이 대중의 엄청난 압력이 없으면 안 된다.”

[대담=박원식 부국장 겸 정치부장 / 정리=최신형·김혜란 기자]

다음은 우상호 더민주 원내대표 프로필

◇1962년 12월 12일 강원 철원군 출생 ◇용문고등학교 졸업(1981) ◇연세대학교 국어국문학 학사(1989) ◇연세대학교 행정대학원 공공정책 석사과정(2000) ◇전국대학생대표자협의회 동우회 회장(1987) ◇미국 콜로라도주립대학교 경제연구소 객원연구원(2001) ◇제17대 국회의원(2004∼2008) ◇열린우리당 대변인(2006) ◇통합민주당 대변인(2008) ◇민주당 대변인(2009∼2010) ◇제19대 국회의원(2012∼2016) ◇민주통합당 최고위원(2012) ◇문재인 민주통합당 대선 캠프 공보단장(2012) ◇제19대 국회 후반기 미래창조과학방송통신위원회 간사(2014∼2016) ◇현 제20대 국회의원(2016 현재) ◇현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
 

우상호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는 “개헌 문제는 불가능하기 때문에 관심이 없다. 1987년 6월 민주항쟁 때 제가 개헌을 하지 않았느냐. 개헌은 4·19 혁명이나 6월 항쟁 같이 대중의 엄청난 압력이 없으면 안 된다.” [사진=유대길 기자 dbeorlf1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