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박정수 기자 = 중국이 해외 콘텐츠에 대한 진입 문턱을 높이면서 국내 방송사업자들의 중국 진출의 문이 좁아질 것으로 보인다. 다만 SBS를 비롯한 예능방송 프로그램의 중국 수출 비중이 큰 지상파 사업자에 대한 타격이 클 것이란 분석이다.

케이블방송 시장을 장악하고 있는 콘텐츠 기업 CJ E&M과 종편계열 콘텐츠사 제이콘텐트리 등의 경우 중국 사업을 영화 위주로 펼치고 있는 데다 이번 규제 대상인 위성방송국과는 상관성이 낮아 영향이 상대적으로 미미할 것이란 전망이다.

23일 업계에 따르면 중국 영화와 TV사업 등을 총괄하는 국가신문출판광전총국(이하 광전총국)은 최근 외국 방송의 판권 수입을 규제하는 규정을 발표했다.

주요 내용은 △사전 심사 강제와 △시간·분량 제한, △외국 판권 프로그램 분류 기준도 강화 등이다. 이에 오는 7월 1일부터 중국 전국의 위성방송국이 판권 수입 방식으로 외국 프로그램을 방영하려면 2개월 전 성(省) 정부와 광전총국의 사전 심의와 승인절차를 밟아야 한다.

또 황금 시간대인 오후 7시 30분에서 10시 30분까지 해외 판권 프로그램은 1년 기준으로 2편 초과 방영이 금지된다. 특히 이를 위반한 방송사는 향후 1년간 해외 프로그램 방영 금지 처분을 받는다.

문지현 미래에셋대우 연구원은 "미디어 콘텐츠 기업 중 SBS가 해당 규제와 관련성이 높다. CJ E&M과 제이콘텐트리는 등의 사업자의 경우 영향이 상대적 적다"고 판단했다.

중국에서도 이번 규제와 관련해 저장(浙江)성 위성TV가 SBS의 '런닝맨' 포맷을 수입을 언급하며 해외 프로그램이 중국 전역에서 과도한 인기를 끄는 상황을 의식해 나온 것이라고 보도했다.

이 외에도 SBS는 안휘위성TV를 통해 중국판 '정글의 법칙' 방영 등의 사업을 진행 중이다. 김현용 이베트스투자증권 연구원은 "SBS 입장에서 '정글의 법칙' 포맷의 중국 흥행 여부는 한류 예능의 지속가능성 여부에 있어서도 중요하다"고 진단했다.

실적 부진과 모멘텀 부재의 이중고를 겪는 SBS가 ‘정글의 법칙' 이후로 한·중 공동제작물이 창출할 실적 모멘텀 공백이 있을 것으로 예상돼서다.

​이에 반해 CJ E&M의 경우 방송 부문의 드라마는 인터넷 사이트를 통한 온라인 전송권 수출 위주라 중국의 이번 규제 대상인 위성방송국과는 상관성이 낮아 영향이 미미할 것이란 분석이다. 특히 CJ E&M의 중국 사업은 주로 영화 사업인데 영화는 한·중 정부 간의 공식 협정이 맺어져 있어 규제를 피할 수 있다.

제이콘텐트리의 사업은 예능 위주이긴 하나(냉장고를 부탁해-텐센트, 학교 다녀오겠습니다-상해 동방위성), 매출 규모는 미미하다. 또 주된 사업은 국내 메가박스 영화 상영사업으로서 영향이 제한적이다.

문 연구원은 "이번 규제가 완전히 새 악재는 아니다. 지난 2014년에는 사전심사제 도입(해외 드라마의 인터넷 방영 분량을 중국산 드라마의 30%로 제한), 2015년에는 리얼리티쇼 프로그램에 사회주의 가치관과 중국의 전통문화를 담아야 한다는 내용 통지했었다. 중국에서 방송은 항상 규제가 심했던 부문"이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