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명소, 용이 사는 못 '용연'
2016-06-23 12:21
아주경제 진순현 기자= 제주관광의 시작과 끝에는 ‘용연(龍淵)’이 있다.
제주국제공항에서 자동차로 5분거리, 제주시 용담동에 위치한 용연은 용두암 관광지 바로 동쪽 해안가에 있는 깊은 계곡이다. 특히 제주의 여행의 시작을 알리는 곳으로 여행의 마지막 추억을 남기는 관광코스로 단연 인기가 높다.
한라산 백록담에서 발원한 한천(大川)이 바다로 흐러드는 이 냇골은 예로부터 용연 또는 ‘용담(龍潭)’ ‘용추(龍湫)라고 불렀다. 가까운 곳에 용의 모습을 한 용두암이 있는데다 깊이를 가늠키 어려운 이곳의 물속에 용이 살고 있다 여긴 옛 사람들이 이를 신성시해 생겨난 이름이다.
이런 경치로 인해 조선시대 제주에 부임한 목사들은 물론 문인과 묵객들이 배를 띄워 놓고 풍류를 즐기던 곳으로 ‘푸른 절벽이 병풍처럼 둘러싸인 못’이란 뜻으로 ‘취병담(翠屛潭)’이라고 했다. 또한 ‘신선이 노니는 못’이란 뜻으로 ‘선유담(仙遊潭)’으로도 불렀다.
오늘날 옛 선비들의 배를 띄워 놓고 풍류를 즐기며 바위나 절벽에 유람의 흔적을 남긴 기념비적인 마애명(磨崖銘)들이 당시 멋스러운 풍류의 흔적으로 전해지고 있다. 영조 15년(1739년) 제주목사 홍중징(洪重徵)이 '비췻빛 벼랑이 병풍처럼 둘러쳐진 못'이라는 의미로 새긴 ‘취병담’을 비롯, 1600∼1900년대의 마애명 20점가량이 있다.
갯가에 못 이뤘으니
기슭은 푸르른 절벽
조각배 찾는 나그네
영조 때 제주에 온 유배인 임관주(1732~?)의 시로 수륙천리 본토와 격리된 절해고도에 귀양온 자신의 고독한 심정을 표현했다.
속음청사의 기록에 따르면 “병풍처럼 펼쳐진 7∼10m 높이의 기암괴석과 어우러져 옛 선비들이 밤 뱃놀이하며 풍류를 즐겼다”한다. 이러한 ‘용연야범(龍淵夜泛)’은 제주의 절경인 ‘영주 12경’의 하나로 꼽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