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윤주혜 기자 = 수시입출금의 대표적인 예금인 요구불예금이 올해 1분기에만 20조원이 넘게 늘었다. 이는 1999년 이래 분기별 증가액과 연도별 증가액 모두 최대 규모다. 

19일 금융감독원 금융통계정보시스템에 따르면 지난 1분기 국내은행의 요구불예금 잔액(평잔 기준)은 154조1170억원으로 전분기(133조3745억원)에 비해 20조7425억원이 증가했다. 

이는 17년 만의 최대 규모의 증가폭으로, 이전에는 지난해 1분기(10조1906억원)가 최대였다.  특히 올해 1분기 증가액은 1999년 이래로 연간 최대 증가폭을 보인 지난해 기록(20조620억원)도 웃돌았다. 

요구불예금은 예금주가 지급을 원하면 언제든지 조건 없이 지급하는 예금으로 통화성예금이라고도 한다. 요구불예금이 이렇듯 기록적 추세로 늘어나는 건 고객인 가계와 기업이 마땅한 투자처를 못 찾고 있어서다. 

증시는 지난 수년간간 박스권에 머물고 있으며 올해 아파트 매매가 상승률도 지난해보다 둔화돼 개인들이 투자할만한 곳이 없는 실정이다. 

KB주택가격동향 자료에 따르면 서울 아파트 매매가는 지난해 1∼5월 4개월간 715만원 상승했지만, 올해 같은 기간에는 457만원 상승하는데 그쳤다.

요구불예금은 수신금리가 연 0.1%에 불과해 일반 예·적금의 10분의 1에도 못 미친다. 은행 입장에서는 요구불예금을 금융기관에 빌려주는 단기성 자금인 콜론(Call loan) 등에 활용하면 최소 12배 이상의 예대마진을 낼 수 있어 요구불예금 급증은 환영할만하다.  

그러나 연 0.1%에 불과한 낮은 이자지만 은행들은 기준금리 인하를 구실로 이마저도 낮추고 있다. 한국씨티은행은 최근 연 0.1%에서 0.01%로 금리를 낮췄으며 다른 은행들도 요구불예금 금리 인하를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