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권에서 대권까지' 새누리 전대, '친박' 시나리오 현실화하나

2016-06-15 18:27

새누리당 의원들이 10일 오전 과천 국가공무원인재개발원에서 열린 2016 정책워크숍에서 국기에 대한 경례를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아주경제 이수경 기자 = 새누리당의 새 지도부를 선출하는 전당대회(8월 9일)까지 이제 50여 일이 남았다. 

기류는 이미 친박(친박근혜)계 쪽으로 기울고 있다. 하지만 총선 참패 이후 당이 내세운 '계파 청산'은 결국 말뿐이라는 비판을 면키 어려울 전망이다. 전대 전후로 갈등의 골은 한층 깊어질 수 있다.

15일 여권의 불모지인 호남에서 3선 고지를 달성한 이정현 새누리당 의원은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사실상 당권 도전 의사를 공식화했다. 

이 의원은 "새누리당 당 대표에 호남출신이 당선되는 것은 정치적 상상일 수 있으나, 실현이 된다면 그 자체가 정치 혁신이고 정치 쇄신이고 정치 개혁이고 새누리당의 대변화로 평가받을 것"이라고 썼다.

이 의원을 비롯해 이주영(5선), 홍문종(4선), 최경환(4선) 의원이 차기 당권 주자로 거론된다. 원유철(5선), 정우택(4선) 의원들도 고민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모두 친박계 의원들이다.

가장 강력한 후보는 최 의원이다. 아직까지 최 의원은 전대 출마를 공식화하진 않았으나 끊임없이 거론되는 인물이다. 

앞서 비상대책위원회 구성을 놓고 계파갈등이 극에 달했을 당시, 최 의원은 김무성 전 대표와 정진석 원내대표 간 3자 회동으로 중재에 나서며 존재감을 과시한 바 있다. 최 의원이 결심을 굳히면, 표 분산을 막기 위해 후보들은 최고위원으로 방향을 틀 가능성이 있다. 이미 물밑에서 친박계가 교통정리에 나섰다는 얘기도 나온다.

반면 비박(비박근혜)계의 대항마는 정병국(5선) 의원이 유일하게 거론된다. 이종구, 김성태, 홍문표 등 3선 그룹 의원들도 검토는 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으나 아직까지 의사를 명확히 표현한 인사는 없다. 

게다가 당권과 대권 분리 규정(대선 1년 6개월 전 대표직 사퇴)을 유지키로 하면서 김무성 전 대표, 오세훈 전 서울시장, 남경필 경기지사, 원희룡 제주지사 등 비박 측 대권 주자들은 전대에 나설 수 없게 됐다. 국회 부의장이자 비박인 심재철 의원은 이날 "길 자체를 막아 놓아 누가 됐든 우리 당 주자의 몸집불리기를 막아서는 안 된다"면서 "대선 승리를 위한 모든 가능성은 열어 놓아야 한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당 안팎에선 일정한 '구심점'이 없는 비박계가 친박의 조직적 움직임에 대응해 당권을 장악하기엔 역부족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지난 14일 있었던 당내 기획재정위원회 상임위원장 선거가 이러한 역학구도를 보여주는 단적인 사례였다. 전문성을 무기로 비박 이혜훈, 이종구 의원이 우위를 다퉜지만, 기재위 경험이 전무한 조경태 의원이 친박의 지지에 힘입어 당선됐다. 한 당직자는 "상임위원장 배분만 보더라도 당내 친박 패권주의가 강화되는 분위기"라며 "내년 대선도 어려워지는 게 아닌지 겁이 난다"고 말했다.

정치권에서는 친박계가 구상한 최경환(당권)-반기문(대권)으로 이어지는 시나리오가 이미 현실화되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친박 이장우 의원은 이날 라디오 인터뷰에서 "당을 혁신하고 개혁할 수 있는 분이라면 친박, 비박을 따질 문제가 아니고 누구든지 다 나와야 한다"며 총선 참패에 따른 '친박 2선 후퇴론'도 일축했다.

윤희웅 오피니언라이브 여론분석센터장은 아주경제와의 통화에서 "친박계가 당권을 장악하게 되면 당의 안정성 강화, 긴밀한 당·청 관계 형성이 가능하다는 점에서 순조롭게 반 총장 영입에 나설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변화'를 요하는 대중적 요구를 충족시킬 수 있느냐가 관건이다. 그는 "총선 참패로 지지층이 와해된 상황에서 대선까지 이를 복원하고 확장해 가야 하는데 그 효과가 제한적일 수 있다"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