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경준 통계청장, 청년실업 관련 민간연구원 분석에 '발끈'

2016-06-14 17:53

아주경제 노승길 기자 = 민간 경제연구소가 발표한 보고서 내용에 대해 통계청장이 직접 나서 반박하는 이례적인 상황이 벌어졌다.

청년실업과 경기침체 등과 관련해 정부가 공식적으로 발표하는 주요 경제지표가 실제 체감과 괴리가 있다는 분석이 나오자 통계청은 "국제기준에 맞지 않는 자극적인 내용"이라며 예민한 반응을 보였다.

14일 오전 현대경제연구원은 '청년 고용보조지표의 현황과 개선방안'이라는 제목의 보고서를 내놨다.

작년 8월 기준 청년층(15∼29세) 공식 실업률은 8.0%이며, 취업준비자와 입사시험 준비생 등 사실상 실업자를 고려한 체감실업률(고용보조지표3)은 22.6%다.

그러나 비자발적 비정규직(45만8천명)과 그냥 쉬고 있는 청년(19만7천명)까지 포함하면 청년 체감실업자는 179만2천명, 체감실업률은 34.2%에 이른다고 보고서는 분석했다.

20대 초반이나 대학생은 원하는 일자리를 얻을 때까지 취업준비를 하는 경우가 많은데다 취업에 대한 생각이 정립되지 않아 쉬는 경우도 많은 만큼, 정부가 이러한 청년층 특수성을 고려해 추가적 고용보조지표를 마련해야 한다는 지적도 뒤따랐다.

이 보고서를 인용한 언론 보도가 나오자 이날 오후 통계청은 해명자료를 배포하고 "통계청 고용보조지표는 국제노동기구(ILO) 기준에 따라 작성된다. 이를 도외시하고 성격이 다른 여러 지표를 임의적으로 확대·혼합해 '체감실업률'로 작성하는 것은 자의적일 뿐만 아니라 국제기준에도 전혀 맞지 않다"고 정면 반박했다.

곧이어 유경준 통계청장이 정부세종청사에 있는 기자실을 직접 찾아 강도높은 어조로 보고서의 헛점을 꼬집었다.

"노동 분야에서 30년간 연구한 경험이 있다"고 운을 뗀 유 청장은 "보고서 내용을 받아들이기 힘들다. 비자발적 비정규직과 비경제활동인구까지 보조지표에 포함하는 것은 국제기준에서 아마 웃음거리가 될 것이다. 넌센스"라고 말했다.

유 청장은 "현대경제연구원이 최근 통계 해석과 관련해 계속 자극적인 보고서를 쓰고 있어서 곤란하다"며 작심한 듯 말을 이었다.

현대경제연구원이 올 4월 발표한 청년 열정페이 관련 보고서는 최저임금 미만자를 '열정페이'로 임의로 규정했고, 작년 10월 체감경기 분석은 소규모 응답자(806명)를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를 토대로 한 탓에 표본오차가 80∼90%에 이르는 등 과거 보고서에도 통계적 문제가 있어왔다는 지적이다.

유 청장은 "경제가 안좋으니까 실업률이나 고용률이 안좋아지는 국면이지만, 이를 더 과장되게 (표현)하는 건 정부 정책설계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는 "민간연구원의 연구자가 좀더 신중하게 표본과 통계의 한계를 이해하고, 국민에게 메시지를 정확히 전달하고 대안을 제시해주길 선배 연구자로써 말씀드린다"고 덧붙였다.

이에 현대경제연구원 측은 "민간 연구자가 판단과 필요에 따라서 (통계 기준을) 정의를 하는 것이다. 항상 정부가 정의하는 것만으로는 연구하지 않는다"며 "그냥 쉬고있는 '니트족' 등을 노동시장으로 끌어들여야 한다면 그 사람들을 추계하고 변화하는 트렌드를 살펴야 한다"고 밝혔다.

경제 전문가들은 대체적으로 이런 민간 연구소 차원의 분석에 나름의 의미가 있을 수 있다는데 의견을 함께하면서도 분석 결과를 두고서는 다양한 목소리를 냈다.

한 대학 경제학부 교수는 "일반적 국제기준에는 맞지 않는다고 해도 분석의 의미를 찾을 수는 있다"면서도 "비자발적 비정규직과 '쉬었음'까지 실업자로 분류하는 것은 일반적인 경우는 아니다"라고 말했다.

다른 민간 연구소의 한 관계자는 "표현의 차이 같다. 비자발적 비정규직 근로자는 실업자와 비슷한 측면이 있다. 상황이 좋았다면 제대로 취직했을 인구로, 실업자와 비슷하게 고려해야 하는 상황이 많다. 쉬었음 인구도 마찬가지"라고 말했다.

다른 교수는 "한국적 상황이 있기 때문에 청년 실업을 꼭 국제기준에 맞출 수는 없다. 실업 정의에는 만고불변의 진리가 없다"며 "틀렸다고 하기보다는 학술적으로는 이게 맞다는 식으로 논의할 수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