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력·가스 민간 개방…석탄공사 단계적 구조조정

2016-06-14 15:04
정부, 에너지 공공기관 '유사·중복 기능 일원화…부실 기관은 정리 '가닥'

아주경제 김동욱 기자 =정부가 해마다 영업손실이 커지는 석탄공사를 구조조정한다. 또 한국전력이 독점하던 전력판매 시장과 한국가스공사가 독점하던 가스 도입 분야도 단계적으로 민간에 개방한다.

14일 공개된 정부의 '공공기관 에너지·환경·교육 분야 기능 조정 방안'은 '유사·중복 기능의 일원화' '부실 기관 정리 및 통‧폐합' '공공부문 독·과점 분야의 민간 개방 확대'를 골자로 하고 있다.

◆석탄공사, 연차별 감산·신규채용 중단

이날 정부 발표에 따르면 석탄공사는 연차별로 감산계획을 수립하고, 정원을 단계적으로 감축해 나가도록 할 계획이다. 신규 채용도 중단된다.

석탄공사는 현재 강원 장성·도계, 전남 화순 등 세 곳의 탄광을 보유하고 있으며 1368명이 근무하고 있다. 
 

정부는 14일 '유사·중복 기능의 일원화' '부실 기관 정리 및 통‧폐합' '공공부문 독·과점 분야의 민간 개방 확대'를 골자로 한 '공공기관 에너지·환경·교육 분야 기능 조정 방안'을 발표했다. 사진은 지난 8일 오전 정부서울청사에서 유일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구조조정 추진현황 및 계획에 대해 발표를 마치고 생각에 잠긴 모습.[사진=유대길 기자 dbeorlf123@]


석탄공사의 지난해말 부채는 1조6000억원이고, 지난해 당기순손실은 626억원에 달한다. 정부는 지난해 금융부채 이자비용 355억원 등 연 875억원을 공사에 지원했다.

이와는 별도로 해마다 1900억~2000억원이 생산보조금 형태로 지출된다. 연탄 한 장의 가격이 대략 950원인데 이 가운데 450원이 보조금이다. 보조금은 석탄 가격, 연탄 제조, 연탄 수송 등에 나눠 지원된다.

지금같은 상황이 계속되면 국가 재정에 부담이 더욱 커질 수밖에 없어 구조조정이 불가피하다는 것이 정부의 판단이다.

아울러 대학에 전력분야 기초연구 자금을 지원하는 기초전력연구원은 관련 기능을 한전의 전력연구원으로 통합하고 폐지된다. 

기초전력연구원은 예산의 67%를 한전에 의존하는 구조라 별도의 공공기관으로 운영할 필요가 없다는 게 정부의 판단이다.

◆댐 관리는 수자원공사가 전담…물관리 강화

댐 관리 체제도 수자원공사로 일원화된다. 현재 한수원은 섬진강댐 등 발전용댐, 수자원공사는 다목적댐을 각각 운영하고 있다. 정부는 일원화를 통해 홍수 관리, 용수 확보 등 물관리의 효율을 높일 수 있고 설명했다.
 

8일 오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유일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가운데)이 구조조정 추진현황 및 계획에 대해 발표하는 모습. [사진=유대길 기자 dbeorlf123@]


산업·교육용(전기안전공사)과 주택·농사용(한전·전기안전공사 병행)으로 나눠서 이뤄지던 일반용 전기설비 점검 업무도 전기안전공사로 일원화된다.

또 정부는 석유공사가 수행하던 '에너지 및 자원사업 특별회계' 관련 사무·융자 업무를 에너지공단으로 이관하고, 유관 기관과 홍보 중복 문제가 지적되던 원자력문화재단의 조직과 인력도 효율화하기로 했다.

정부는 한전이 독점하고 있는 전력 소매 부문에 대한 규제를 완화하고 관련 시장을 민간에 더 개방하기로 했다. 이를 통해 공기업-민간 경쟁체제를 도입하고 다양한 사업모델을 창출할 수 있도록 지원한다는 방침이다.

정부는 태양광, 에너지저장장치(ESS) 등 에너지신산업 사업자들이 소비자에게 직접 전력을 팔 수 있도록 지원 체계를 강화하고, 대규모로 전력을 사용하는 곳은 한전을 거치지 않고 전력거래소에서 직접 전력을 살 수 있는 제도를 추진할 계획이다.

채희봉 산업통상자원부 에너지자원실장은 "우리나라의 전기요금은 OECD와 비교하면 주택용은 60%, 산업용은 80% 수준으로 상당히 낮은 편"이라며 "이번 개편은 전기요금 인하가 목적이 아니라, 에너지신산업 사업자들이 시장에 신속하게 진입할 수 있게 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고 설명했다.

◆공기업 독점 전력·가스분야 민간 개방 넓혀

가스공사가 94%를 독점한 가스 도입·도매 시장도 2025년부터 단계적으로 민간에 개방된다.

현재 가스공사가 독점한 부분을 제외한 6%는 GS에너지, 중부발전 등 발전·산업용 수요자가 자가소비용으로 직수입하고 있다.

채희봉 산업통상자원부 에너지자원실장은 "가스공사가 계약한 물량을 따져보면 2025년까지는 공급이 수요보다 많다"며 "그 이후 수급이 역전되기 때문에 신규 개방이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화력발전 정비사업 시장을 과점하고 있는 한전KPS의 업무도 민간에 개방하고 원전 상세설계 업무에도 민간개방 확대를 추진한다.

또 전기안전공사가 맡은 전기용품 시험·인증 기능도 폐지하기로 했고, 한전KDN은 전신주 관리 업무를 민간에 이양하기로 했다.

이에 대해 정기준 기재부 공공정책국장은 "전기용품 시험·인증의 경우 이미 자격이 있는 공립·민간 기관이 많다"며 "전신주 업무도 공공기관이 하기에 적절하지 않는 비핵심 분야를 민간에 넘길 것"이라고 밝혔다.

아울러 한전은 민간과 경쟁하고 있는 광통신망 구축 사업을 내년부터 중단한다. 정부는 지역난방공사의 자회사인 지역난방기술을 매각하고 광물자원공사와 지역난방공사가 출자한 9개 회사의 지분도 정리해나가기로 했다.

지역난방공사는 유상증자를 실시해 부채 상환 재원으로 활용하기로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