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냉장고를 가족 소통의 허브로” 삼성 ‘패밀리 허브’ 개발 이야기

2016-06-14 14:15

‘패밀리 허브’ 냉장고 개발에 참여한 삼성전자 생활가전사업부 소속 개발자들이 패밀리 허브와 함께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왼쪽부터)임경애 수석, 승정아 수석, 황동윤 수석, 김성윤 수석.[사진=삼성전자 제공]


아주경제 채명석 기자 = 삼성전자가 지난 3월 출시한 ‘패밀리 허브’ 냉장고가 판매 첫 달에 1000대 이상 판매되는 등 기대 이상의 호응을 얻고 있다.

패밀리 허브는 소형TV 만 한 21.5형 스크린을 설치해 식재료 보관 및 관리에서 음악 감상, 쇼핑까지 가능하도록 한 냉장고다. 삼성전자내 3개 사업부, 개발팀 100여명이 1년여 동안의 개발 과정을 통해 탄생한 이 제품은 개념 설정 단계에서부터 지금까지와는 다른 새로운 컨셉을 도입한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전자는 패밀리 허브 개발에 참여한 생활가전사업부 소속 임경애 수석, 승정아 수석, 황동윤 수석, 김성윤 수석 등 4명이 전하는 패밀리 허브 이야기를 공개했다.

◆‘가족생활의 중심’ 냉장고의 재해석
TV, 청소기, 에어컨, 세탁기는 사용한 뒤 전원을 끈다. 하지만 냉장고는 24시간 내내 켜져 있다. 개발팀은 이러한 냉장고를 가족생활의 중심 가전으로 재해석했다.

임 수석은 “미국 가정을 대상으로 한 조사 결과에 따르면 가족들이 가장 많이 마주치는 공간은 이제 거실이 아니라 부엌”이라면서 “4인 가족이 하루에 부엌을 드나드는 횟수가 42회에 달한다고 하는데 이곳에 ‘가족들이 함께 모여 소통하고 즐길 수 있는 매개체를 둘 수 있다면 좋겠다’는 결론을 내렸다”고 말했다.

개발팀은 ‘패밀리 허브 프로젝트’의 지향점을 ‘냉장고를 가족의 중심으로 만드는 일’로 정했다. 가족 구성원들이 활발하게 드나드는 주방에 냉장고라는 ‘허브’를 둠으로써 가족 간 소통을 돕고 다양한 콘텐츠도 함께 즐길 수 있도록 하자는 것이었다.

이를 위해 패밀리 허브 냉장고의 기능을 △건강한 식재료 관리와 쇼핑 등 편의 서비스를 제공하는 ‘푸드 매니지먼트’ △가족 간 소통의 공간으로서 역할을 하는 ‘패밀리 커뮤니케이션’ △냉장고를 통해 유튜브·TV·음악 등 각종 콘텐츠를 즐길 수 있는 ‘키친 엔터테인먼트’ △각종 편의 기능을 제공하는 ‘스마트홈’ 등 네 가지 부문으로 나눠 연구했다.

임 수석은 “네 가지 중점 서비스를 발전시킴으로써 냉장고가 미래 가전의 중심 역할을 할 수 있을 거라고 봤다”며 “대형 화면을 통해 소비자들은 가족들과 함께 콘텐츠를 즐기고 인터넷 검색과 주문 등 다양한 서비스를 누릴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3개 사업부 100명 참여
30년 이상의 냉장고 개발 노하우를 갖고 있는 삼성전자도 패밀리 허브 개발은 또 다른 도전이었다. 냉장고 내부에 들어갈 고성능 카메라는 물론 21.5형 스크린과 각종 소프트웨어 개발 등 해결해야 할 과제들이 곳곳에 산재해 있던 것이다. 이중 대부분은 냉장고 업계에서도 처음 시도하는 일이었다. 완벽한 제품을 만들기 위해 패밀리 허브 개발팀은 영상디스플레이사업부(이하 VD 사업부)·무선사업부와 적극적으로 소통하며 작업을 진행했다.

김 수석은 “전혀 새로운 콘셉트의 제품을 제작하기 위해선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들이 필요했다”며 “패밀리 허브는 세 개 사업부의 협조 속에 100여 명의 인원이 투입될 정도로 많은 사람들의 노력이 들어가 있는 제품”이라고 전했다.

지난 1년간 개발자들은 크리스마스 이브를 개발 팀원들과 보냈을 정도로 제품 개발에 매진했다. 김 수석은 “패밀리 허브는 하드웨어와 독자적인 소프트웨어가 접목된 새로운 개념의 제품이었기 때문에 어느 때보다도 다양한 작업이 진행됐다”며 “터치패널의 신뢰성 검증과 핸드라이팅 성능 구현, 카메라 탑재를 위한 공간 마련 등이 가장 어려웠다”고 말했다.

개발자들은 유관부들 간 지속적인 회의와 성능 측정, 다수의 프로토 타입 제작 등의 과정을 통해 이 같은 어려움을 극복했다. 개발 과정에서 출원한 특허만 해도 40여 개에 달한 만큼 제품을 완성하기 위한 개발자들의 노력은 엄청났다. 이렇게 해서 패밀리허브가 탄생했다.

◆냉장고, 스마트홈 중심기기로 진화
한편, 개발팀은 패밀리허브의 현재에 만족하지 않고 더욱 진화시켜 나갈 것이라고 전했다. 황 수석은 “냉장고는 24시간 켜져 있다는 장점을 활용해 스마트홈의 중심기기가 될 수 있다”며 “향후 가전기기를 제어할 수 있는 기능을 탑재할 수 있도록 다양한 시도가 진행되고 있다”고 말했다.

승 수석은 “냉장고와 주방은 가족들의 식사를 해결하는 곳에서 함께 소통하고 즐기는 공간으로 변모 중”이라면서 “냉장고가 가족간 유대관계를 강화하고 각종 기기를 컨트롤하는 역할까지 갖춰 스마트홈에 없어서는 안 될 주요기기로 자리매김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