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랜도 총기난사] 미국 총기 규제 방아쇠 당기나
2016-06-13 13:54
아주경제 문은주 기자 = 미국 올랜도에서 벌어진 이번 총기 난사가 역대 최악의 참사로 언급되면서 미국 내 총기규제 논의에 불씨를 당길지 주목된다. 지난해 12월 캘리포니아 주 샌버나디노 시에서 발생한 총기 난사 사건으로 40여 명의 사상자가 발생한 뒤 불과 6개월 만에 대형 참사가 벌어진 탓이다.
◆ 오바바 "총기규제 강화할 것"...규제 강화 목소리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12일(현지시간) 사건 직후 성명을 통해 "이번 사건은 테러 행위이자 증오 행위"라면서 총기 규제론을 다시 한 번 강조했다. 오바마 대통령이 그동안 무분별한 총기 소지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고 주장해왔던 만큼 임기말 최대 과제로 삼을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미 정계 안팎에서도 총기규제 강화론이 제기되고 있다. 상하원 양당 지도부는 이번 사건에 대한 상황 분석과 범행 동기 등에 대한 조사 결과에 따라 총기 규제 관련 토론의 방향을 정한다는 입장이다. 초동 수사결과로는 총기난사범인 오마르 마틴은 합법적으로 총기를 소유하고 있던 것으로 드러났다.
가장 강경한 총기규제주의자로 꼽히는 민주당의 크리스 머피 코네티컷주 상원의원은 "의회가 손놓고 있는다면 총기난사 사건은 계속될 것"이라며 총기규제 의지를 밝혔다. 민주당 소속의 로버트 케이시 펜실베이니아주 상원의원도 "이번 주내에 증오범죄와 관련된 전력이 있는 사람의 총기소유를 금지하는 법안을 의회에 제출하겠다"고 밝혔다.
부상자가 50명을 넘은 것도 지난 2012년 콜로라도주 오로라에서 발생한 총격 이후 처음이다. 당시 영화 '배트맨' 시리즈의 악당 '조커'를 흉내 낸 범인이 극장에서 총기를 난사해 관람객 12명이 사망하고 70여 명 부상을 당했다. 지난해 12월 샌버나디노 총격 사건에서는 14명이 숨지고 22명이 부상을 당했다.
◆ 총격때마다 거듭된 논의...대선 앞두고 결과 '난망'
그러나 사상 최악의 인명 피해에도 불구하고 공화·민주당 간 갈등을 봉합하기는 힘들다는 전망도 나온다. 특히 사건이 발생한 플로리다에는 총기규제 반대파들이 다수 포진돼 있다. 플로리다주의 상원의원인 마르코 루비오 전 공화당 대선경선후보는 12일(현지시간) BBC와의 인터뷰에서 "이번 사건은 테러와의 전쟁에 또 다른 얼굴"이라며 "총기규제가 있었어도 누구도 막지 못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사실상 총기 규제와는 상관 없다는 입장을 밝힌 셈이다.
더구나 11월 대선을 앞두고 있는 만큼 정치적 파장도 클 것이라는 분석이다. 특히 공화당 유력 대선주자인 도널드 트럼프는 이번 사건을 계기로 '무슬림 일시 입국금지'와 같은 기존 공약의 정당성을 주장할 가능성이 높다. 트럼프는 지난해 샌버너디노 총격 사건 당시에도 총기 소유를 적극적으로 옹호했었다.
플로리다 주에서만 30만 회원을 보유하고 있는 미국총기협회(NRA)가 트럼프를 공식 지지하고 있다는 점도 눈여겨 볼 만하다. 반면 민주당 대권 후보인 힐러리 클린턴 전 국무장관은 총기 소지 자체를 반대하지 않지만, 총기 구매 관련 신원조회 방식을 대폭 강화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오바마 행정부가 강력한 총기규제 행정명령을 내놨지만 당초 논의됐던 총기규제법의 내용에는 훨씬 미치지 못한다는 점도 허점으로 여겨진다. 법적 테두리를 벗어난 대통령 행정명령이라는 한계 때문에, 트럼프 후보가 당선될 경우 폐기될 가능성도 높다.
미 의회는 지난 2012년 12월 코네티컷 주 뉴튼에서 발생한 초등학교 총기난사 사건 이후 총기구매자의 신원조회를 강화하는 법안을 추진했었다. 그러나 2013년 4월에 이어 2015년 12월 상원에서 부결처리됐다. 상원은 지난해 샌버나디노 총격 사건 당시 테러 용의자에 대해 3일 동안 총기 판매를 금지하는 법안에 대해서도 거부 의사를 밝혔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