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력없는 화장품 컬래버레이션…"비닐만 씌우면 끝?"
2016-06-14 08:25
아주경제 김온유 기자 = 최근 큰 인기를 끌고 있는 캐릭터 협업 화장품 제품들이 단지 캐릭터가 그려져있는 비닐 포장만 덧씌우는 정도에 그치는 경우가 많아 소비자들이 볼멘소리를 내고 있다.
13일 업계에 따르면 '컬래버레이션 화장품' 인기가 꾸준히 이어지면서 앞다퉈 캐릭터 화장품을 출시하고 있다. 그러나 대부분의 제품이 용기 디자인 등에 캐릭터 특색을 반영하지 않고 성의 없이 포장만 바뀐 채 시장에 나온다.
반면 해외 브랜드의 경우 제품 용기 자체가 캐릭터 모양으로 만들어지거나 캐릭터가 사용하는 도구를 그대로 본뜬 제품들이 제작됐다.
CJ올리브네트웍스가 운영하는 드럭스토어 올리브영이 수입해 판매한 '세일러문 미라클 로망스 스파이럴 하트문 롯드 아이라이너 블랙'과 '세일러문 미라클 로망스 핑크문스틱 아이라이너 블랙'은 만화 주인공 세일러문이 사용한 요술봉 모양을 본떠 협업 가치를 높였다.
이런 상황에서도 한국 화장품들은 포장만 다른 협업 제품 수준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얼마 전 협업 제품을 다량 구매했다는 주단비씨(26)는 "제품을 쓰다 보면 캐릭터 프린팅이 대부분 지워지거나 없어지기 마련"이라며 "캐릭터가 없어져 비슷한 제품들이 잔뜩 놓인 걸 보면 괜히 샀다는 후회가 들곤 한다"고 말했다.
본인을 키덜트족이라고 소개한 장슬기씨(26)는 "캐릭터 제품이 인기가 많아 여기저기서 제작하는 것은 알고 있지만 포장만 다른 제품들을 보면 고객을 어수룩한 소비자로 보는 것 같이 느껴진다"고 비판했다.
게다가 화장품 업계 컬래버레이션 제품은 '초도 물량 완판', '○만개 판매 돌파' 등의 수식어가 붙으면서 "내놨다 하면 잘 팔리는" 효자 상품으로 여겨지고 있다.
이 같은 상황에 대해 한 화장품 업계 관계자는 "협업 제품의 생명은 디자인"이라며 "협업 제품을 출시하면 용기까지 바꾸지는 못하더라도 새로운 디자인을 만들기 위해 노력한다"고 항변했다.
다른 관계자는 "캐릭터 협업 제품이 자주 나오는 만큼 매번 다른 용기를 제작하기에는 비용 문제가 발생하는 것이 사실"이라고 답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