檢 사정 칼날에 롯데그룹, 신규사업 ‘올스톱’

2016-06-13 08:04
롯데케미칼, 미국 액시올사 인수 계획 철회

롯데그룹 신동빈 회장(앞쪽 오른쪽)이 지난해 8월 21일, 충남 서산에 위치한 롯데케미칼과 현대케미칼 대산공장을 방문해 현장을 챙기고 있다.  [사진=아주경제 DB]


아주경제 양성모 기자 = 롯데그룹에 대한 사정기관의 전방위적인 수사가 진행되면서 롯데그룹이 야심차게 추진 중인 신규사업도 추진력을 잃게 됐다.

롯데케미칼은 지난 12일 미국 액시올사(Axiall Corporation)의 인수 계획을 철회한다고 공식적으로 밝혔다.

롯데케미칼은 “미국 액시올 인수를 통해 부족했던 클로르 알칼리(Chloro-Alkali, 소금을 전기분해해 석유화학 기초원료 생산) 사업과 미국 사업을 본격적으로 전개하려 했다”면서 “하지만 최근 롯데가 직면한 어려운 국내 상황과 인수 경쟁이 과열된 점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인수 경쟁에서 철회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롯데케미칼의 인수 추진 철회는 그룹이 사정당국으로부터 비자금 조성과 제2롯데월드 인허가 과정에서의 비리 혐의로 강도 높은 수사를 받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검찰이 롯데그룹이 추진해온 인수·합병(M&A) 배경에도 이전 정권의 특혜가 제공된 의혹을 집중적으로 수사 중인 만큼 이에 따른 부담이 크게 작용한 것으로 풀이된다. 허수영 롯데케미칼 사장은 “이번 인수 계획 철회는 아쉬움이 크나 현재의 엄중한 상황을 감내하기에는 무리가 있다”고 밝히기도 했다.

롯데그룹의 미국 현지기업 인수 추진은 화학부문의 외형 확대는 물론, 장기적 성장을 위한 신시장 발굴의 일환으로 풀이된다. 이는 중국의 경기 둔화와 자국 생산 확대로 인해 수출물량이 줄면서 북미시장 등 새로운 시장 공략에 대한 필요성을 크게 느끼고 있었기 때문이다.

특히 북미지역의 경우 미국 현지 기업을 인수할 경우 미국 내수시장 점유율을 비롯, 미국을 거점으로 활동 중인 글로벌 기업들과의 스킨십 확대가 가능하다는 점에서 시너지를 기대해 왔다.

하지만 이번 검찰의 대대적인 비리 수사로 롯데그룹의 신규사업은 물론 기존 추진 사업들 역시도 좌초될 가능성이 높아진 상태다.

우선 IPO(기업공개)를 추진 중인 호텔롯데가 회계부정 혐의가 발견될 경우 자칫 상장이 무산될 수 있고, 잠실 제2롯데월드의 완공 지연, 잠실 면세점의 재탈환 역시도 물거품이 될 가능성이 높은 상태다.

화학업계 관계자는 “미국업체 인수는 현지 생산 거점 확보를 통해 북미와 남미 등 새로운 시장을 개척할 수 있게 되나 검찰의 강도 높은 조사로 물거품이 됐다”면서 “중국과 동남아 등에 편중돼 있는 수출시장을 다변화해 외부 환경요인에도 안정적인 실적을 이어갈 수 있을 것으로 내다본 롯데 입장에선 큰 손실”이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