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렉시트 찬반 좌우하는 이민 문제

2016-06-12 17:16

[사진=AP연합]


아주경제 윤세미 기자 = 이제 정말 영국의 유럽연합(EU) 탈퇴 이후의 시나리오를 진지하게 생각해봐야 하는 시간이 왔는지 모른다.

지난 수개월 간 여론조사에서는 영국인들이 6월 23일 실시되는 국민투표에서 EU 잔류를 지지할 것으로 예상됐다. 그러나 영국 일간 인디펜던트가 공개한 ORB의 여론조사에 따르면 탈퇴가 55%로 잔류 45%를 10%p나 앞서는 등 탈퇴로 여론이 기우는 모습이다. 게다가 같은 조사에서 탈퇴 지지자들 중 78%는 반드시 투표에 참여하겠다고 밝힌 데 반해 잔류 측은 66%만 강한 투표 의지를 드러냈다.

때때로 한 가지 이슈는 선거에 지대한 영향을 미친다. 아마도 브렉시트 투표에서 최대 이슈는 이민 문제로 보인다. 탈퇴 진영이 급격히 힘을 받은 것은 영국으로 순 유입된 이민자 수가 발표된 이후이기 때문이다. 지난달 공개된 영국통계청 자료에 따르면 2015년 한해 영국으로 유입된 EU 및 비EU 출신의 순이민자 수는 33만3000명이었다.

탈퇴 진영은 즉각 공격에 나섰다. 보리스 존슨 전 런던시장은 캐머런 총리가 순이민자 수를 10만명으로 유지한다고 해놓고 못 지킬 약속을 했다며 “이민자 수는 통제력을 잃었다"고 비난했다. 또한 그는 통제력을 잃은 이민은 영국 의료재정과 여타 공공 서비스에 막대한 부담을 안긴다고 주장했다.

또한 탈퇴 캠페인을 이끌고 있는 매튜 엘리엇은 지난 4년간 런던의 집값이 45%나 치솟은 것은 이민자 급증으로 집이 모자라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게다가 1분기 영국의 성장률 수정치는 전년비 2.0%로 3년래 최저까지 떨어졌는데 영국 내 취업자 중 비영국인 출신은 25만명이나 증가하며 220만명으로 사상 최대를 기록했다.

한편 이민은 영국의 자주권과도 연관이 있는지 모른다. 브렉시트를 요구하는 이들은 EU가 영국 정부에 지나친 영향력을 행사한다고 생각한다. 역내 시민들의 자유로운 이동을 보장하는 EU 규칙을 영국이 어쩔 수 없이 따라야하기 때문에 영국이 EU에서 유입되는 이민자들에 규제를 가할 수 없다는 주장이다.

하지만 영국의 EU 잔류 측은 영국이 오히려 이민자가 영국에 경제적 혜택을 제공한다고 반박한다. 유럽으로부터 온 이민자는 영국 정부에서 받는 혜택보다 내는 세금이 더 많으며, 실업률이 5.1%로 낮고 16~64세 노동 참여율이 74.2%로 1971년 집계 이후 최고 수준을 가리키는 등 영국이 노동력을 필요로 한다는 것. 실제로 이민자들은 공공 서비스에서 20% 이상 노동력을 기여하며 간호사, 방사선 전문가, 응급 전문의 등의 만성적인 인력 부족을 어느 정도 충당해주고 있다. 

또한 영국인들도 EU로 이민했다. 특히 싼 물가와 무료 의료 혜택을 받고 싶은 퇴직자들이 많았다. 2015년에만 30만명의 영국인들이 영국을 떠났다. 작년 영국으로 이민 간 EU시민들 18만4000명보다 훨씬 많다. 현재 영국인 약 100만명이 스페인에서 살고 있고 아일랜드에는 25만5000명이, 프랑스에는 17만5000명이 살고 있다.

하지만 무엇보다 잔류 측이 가장 우려하는 것은 브렉시트에 따른 영국 경제의 붕괴다. 브렉시트는 영국 기업들의 주가를 곤두박질치게 하고 채권 수익률을 급등시킬 수 있다. 파운드는 10일  ORB 조사 발표 후 달러 대비 1.4%나 급락하며 2월 이후 일일 최대 낙폭을 썼다. 또한 영국이 EU를 떠나면 영국 수출업체들은 유럽처럼 큰 시장을 찾기 어려울 수 있으며 시간이 지나면서 유럽 기업들은 EU로 이전할지 모른다. 이미 IMF와 OECD 등 각종 기관들은 브렉시트에 대한 경고를 내놓고 있다.

브렉시트는 일대 사건이 될 수 있다. 영국인들이 2주도 남지않은 국민투표에서 어떤 결정을 내릴지 점점 더 관심이 뜨거워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