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조양호 대한항공 회장 "조종사만 특혜없다. 사과해라" 노조에 일침

2016-06-13 08:42

조양호 대한항공 회장이 지난 8일 인천 중구 영종순환로에서 열린 대한항공과 미국 엔진 제작사 '프랫앤드 휘트니'의 합작사 아이에이티의 '항공엔진 테스트 시설' 완공식에서 이야기를 하고 있다.[사진=윤정훈 기자]


아주경제 윤정훈 기자 = "조종사 노조는 넘지 말아야 할 선을 넘었다."

조양호 대한항공 회장이 최근 기자와 만나 작심한 듯 조종사 노조에 대해 강경발언을 쏟아냈다.

조 회장은 "노조측은 내 연봉인상률이 37%라고 잘못 나온 기사를 근거로 임금인상 37%를 주장하고 있다"며 "이를 수정하고 사과해야 대화가 시작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잘못한 것도 인정하는게 맞다"면서 "우리는 항상 노조를 인정하지만 서로가 넘지 말야야 될 선은 넘지 않는게 원칙"라고 덧붙였다.

'2015 임금협상' 과정에서 대한항공 조종사 노조측은 작년 12월부터 사측의 1.9% 인상안에 맞서 37% 인상을 주장하고 있다. 37%의 인상률은 당시 한 언론에서 보도한 조양호 회장의 연봉(3분기 누적) 인상률로, 이는 사실과 다른 내용인 것으로 확인됐다. 해당 언론에서도 인상률 37%를 6.2%로 정정한 바 있다.

조 회장은 "조종사 노조와의 임금협상을 1만명이 넘은 일반직원들이 지켜보고 있다"며 "조종사들만 특혜를 줄 수는 없지 않느냐"고 반문했다.

노사협상 전면에 나서 이번 사태를 직접 진화할 생각이 없느냐는 질문에 조 회장은 "못하는거지, 안하는게 아니다"라고 잘라말했다.

그는 "내가 직접 나서 얘기하기 시작하면 협상할 사람들이 필요없게 된다"며 "실무자들이 먼저 얘기한 뒤 나는 맨 마지막에 나서야 되는게 당연한 순서"라고 했다.

조종사 노조와 조 회장간 깊은 감정의 골은 지난 3월 한 조종사의 페이스북에 조 회장이 댓글을 남긴 이후 더 깊어졌다.

당시 조 회장은 "비상상황에만 조종사가 필요하죠. 과시가 심하네요"라며 "열심히 비행기를 타는 다수 조종사를 욕되게 하지 마세요"라고 댓글을 남겼다.

이에 조종사 노조는 조 회장을 명예훼손 및 모욕 혐의로 서울중앙지검에 고소했다. 더불어 운항본부장과 사측이 정당한 쟁의행위에 개입했다는 이유로 고용노동부에 부당노동혐의를 담은 고소장을 발송했다.

또 지난 2월 20일부터 '운항 브리핑 정시 시작', '가방에 쟁의행위 스티커 부착' 등을 통해 사측을 압박하고 있다.

아울러 지난 3일에는 △대한항공 특별세무조사 실시 청원 △비정상의 정상화 노력 등을 골자로 하는 성명서를 발표하고 '투쟁 2라운드'를 선포했다.

노조 관계자는 "지난 2005년 파업 이후 조종사 비행 안전이나 조종사 처우가 변한게 없다"며 "특별 세무조사를 통해 회사가 약간의 타격을 입더라도 장기적으로 발전하는 길을 택했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사측은 지난달 가방에 스티커를 부착한 20여명에 대해 징계 의사를 표시했고, 지난 4월에는 인천~프랑크푸르트 운항을 지연한 이규남 노조위원장을 부기장으로 강등 조치했다.

회사측 관계자는 "조종사노조 집행부는 회사가 2015년 임금협상에 대해 구체적인 양보안을 제시하지 않는 한, 쟁의를 중단하거나 대화할 이유가 없다는 입장만 고수하고 있다"며 "임금교섭과 상관없는 세무조사 실시 청원 등 회사 흡집내기에만 몰두하는 것 같아 안타깝고 유감스럽다"고 강조했다.

이어 "모든 이슈를 대화와 협상을 통해 해결해 나가기를 바란다"며 "노조가 협상에 복귀한다면 성실히 협의할 준비가 돼 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