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人100言]이부진 “붙으면 여러분 덕분, 안 되면 제 탓 입니다”
2016-06-12 12:07
한국경제의 기적을 이끌어낸 기업인들의 ‘이 한마디’ (100)
아주경제 채명석 기자 = “저는 옷을 벗을 수도 없잖아요. 붙으면 다 여러분 덕분이고, 안 되면 제 탓이니 부담 갖지마세요.”
지난해 7월 9일 영종도에서 진행된 서울시내 면세점 후보기업 면접 현장을 찾은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은 참석자들에게 이같이 격려했다. 사내에서 ‘면세점 유치 결과에 따라 임원들이 옷을 벗을 수도 있다’는 소문이 나돌자 담당 임직원들을 안심시키기 위해 한 말이다.
사업이 잘 안 됐다고 훌훌 떠나버릴 수도 없는 오너이자 최고경영자(CEO)로서의 막중한 책임감을 ‘옷을 벗을 수가 없다’는 말에 빗대 표현한 것이기도 하다.
그는 호텔신라 대표이사에 오른 이래 등기임원을 유지하고 있다. 삼성그룹 오너 일가 3세 경영인들 가운데 등기임원에 등재된 이는 이부진 사장이 유일하다. 삼성가 관계자는 “이부진 사장이 등기임원을 맡고 있는 것도 그의 강한 책임경영 의지를 엿볼 수 있는 대목”이라고 전했다.
이 사장은 호텔신라를 키우기 위해 면세점 사업에 역량을 집중해왔다. 객실과 식음료 등 전통적인 호텔 사업만으로는 성장이 한계를 보일 수 밖에 없다는 판단에서다.
2013년에는 동화면세점의 지분 19.9%를 600억원에 인수한데 이어 세계 1위 면세 업체인 DFS를 꺾고 싱가포르 창이공항 면세점의 시계매장 운영권을 획득했다. 또 작년 3월에는 미국 면세점 기업 DFASS의 지분 44%를 1억500만달러(약 1200억원)에 인수했다. 호텔신라는 인천국제공항과 인천시내에서 면세사업을 하는 엔타스 DFASS 지분 29.9%도 보유하고 있다.
지난해 7월 서울 시내 면세점 신규 사업 사업권 입찰은 이 사장의 승부사 기질이 유감없이 발휘된 한 판이었다.
당시 호텔신라는 국내 면세시장 점유율이 30%를 넘어 서울시내 면세점 사업을 따내면 독과점 논란에 휘말릴 수 있었다. 특히 서울 시내에 면세점을 열 마땅한 부지가 없다는게 더 큰 문제였다. 이 사장은 현대산업개발과 손잡고 이런 문제를 한번에 해소했다. 현대산업개발은 부지(용산역 아이파크몰)는 있지만 면세사업 경험이 없었다. 삼성가과 범 현대가의 ‘정략결혼’으로 (주)HDC신라면세점은 탄생했다. 이를 두고 언론은 "신의 한수"였다고 극찬했다.
이 사장은 현대산업개발과 손을 잡으면서 신설법인의 지분을 50대 50으로 나눴다. 경영 주도권 보다는 명품 브랜드의 지속적인 유치와 서비스 강화를 통해 ‘신라면세점’의 가치를 높이는 데 주력하겠다는 의미다.